자료=한국투자증권

 

건설업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신축수요가 줄며 쇠퇴하기 쉬운 산업이다.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는 디벨로핑이다. 한국의 노후건축물 비중은 2005년 29%에서 현재 39%로, 2025년에는 50%에 육박할 전망이다.

부동산 개발의 패러다임은 과거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공공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대규모 고객에서 틈새시장 고객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건물의 효용가치가 중시되며 시세차익에 기댄 건설사보다 아이디어 중심의 디벨로퍼의 약진이 예상된다.

15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도심 리뉴얼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건축투자 활성화 대책’에서는 20년 전, 뉴욕과 동경에서 시도됐던 용적률 거래를 허용했다. 역시 7월 발표된 ‘도정법 개정안’에서는 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를 본격 허가함으로써 사업성 부족으로 정체된 소규모 재건축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 더불어 당분간 지속될 저금리로 디벨로퍼는 자본조달 비용의 절감이 가능해 채산성을 높일 수 있다. 투자처를 찾는 풍부한 유동성으로 현재 부동산 펀드 잔액이 46.8조원으로 최대 수준에 이르는 등 수요 측면에서도 양호하다.

다양한 디벨로퍼가 태동하고 있다. 그간 부동산 시장이 주택 개발과 대형 건설사가 주도하는 획일적 시장이었다면 이제 개발대상은 오피스-호텔-리조트로 확대되고 디벨로퍼 유형도 순수 디벨로퍼, 금융을 겸비한 신탁사, 원가와 품질을 내세워 수도권과 정비사업에 진출하는 중견 건설사로 다양화되고 있다.
신탁업의 순이익은 최근 3년간 연평균 25% 성장했다.

자료=국토해양부

누구나 인정하듯 부동산 상품을 만들면 바로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수요를 끌어당길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으면 부동산 개발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짓는 시대에서 개발과 관리의 시대로 이동하는 이유다. 과거 한국의 디벨로퍼는 대부분 ‘시행사’로 불리며 부동산 활황을 등에 업고 쉽게 돈을 버는 주체로 인식됐다. 그러나 지금처럼 향후 전망이 불확실할 때 선진화된 디벨로퍼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신규 건축물에 대한 투자보다 노후 건축물의 밸류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정책도 대량 공급에서 소규모 리뉴얼 등, 도시재생으로 전환됐다. 향후 시세차익보다 사용가치에 충실한 건축물 소비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성숙기에 접어들며 한국의 부동산 개발의 패러다임은 과거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공공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대규모 고객에서 틈새시장 고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대량 공급의 시대에 성장했던 시공사에서 디벨로퍼로 권력이 이양됨을 의미한다.

건설사들이 가장 쉽게 공급하던 상품인 주택은 3분기에 공급이 과도하게 집중되며 향후 서서히 공급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놓으면 팔리는 시대가 아니라면 상품 경쟁력 제고가 가능한 디벨로퍼의 필요성이 높아진다.

한국투자증권 이경자-강승균 연구원은 "경기부진으로 저금리는 한동안 지속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저금리는 디벨로퍼의 자본조달 비용을 낮춰 채산성을 높인다"며 "또 유동성은 풍부한 반면 적합한 투자처를 찾지못한 자금이 리스크가 높은 부동산 직접 투자보다 간접투자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펀드와 리츠를 매개로 한 부동산 투자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전망했다.

디벨로퍼란 용지구입부터 상품 설계, 시공, 분양, 사후 관리까지 총괄하는 개발 전문가다.

한국에 전문 시행사가 등장한 것은 1997년 전후다. 건설사가 대출을 받아 토지를 매입하고 자체 분양하는 기업금융이 주된 개발 방식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건설사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한국형 PF구조가 등장했다. 자본력이 약한 소형 시행사들이 개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시공사의 지급보증과 채무인수를 강제하는 것으로, 한국에만 존재하는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시행사가 시공사에게 리스크를 떠넘겼고, 시공사는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며 PF의 폐해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시공사의 PF 지급보증은 중단됐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자금력과 개발 역량이 강한 순수 디벨로퍼로 헤게모니가 이동하고 있다. 개발 유형도 디벨로퍼와 금융사가 만나 사업을 주도하는 선진국형으로 전환되고 있다. 고도 성장기를 지나 부동산 가격의 폭등 가능성이 낮아질수록 필요한 밸류체인이 디벨로퍼다.
불황에도 경쟁력 있는 상품은 팔린다. 우리가 주목하는 디벨로퍼는 시공은 하지 않아 경기 변동에 대응력이 좋고, 외형 성장보다 ROE 제고에 집중하며, 무엇보다 차별적 상품공급이 가능한 업체다.

개발사업은 토지매입에 따른 현금유출이 선행되고 사업정산 전까지 높은 레버리지가 활용되므로 실적과 재무비율의 가변성이 높다. 디벨로퍼는 자금이 원활하게 조달되지 않으면 운명을 달리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경험과 노련한 사업 스킬, 기본적인 자금조달 능력 등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주택 대량공급에서 도심 리뉴얼(재건축과 리모델링)로 전환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주된 부동산 개발방식은 공공택지에 신규 주택을 짓거나 기존 주택을 전면 철거하고 신규주택을 공급하는 시공사 중심의 재건축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경기 침체와 주민간 갈등 심화로 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자료=한국투자증권

반면 고도 성장기에 공급한 건축물의 노후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대규모 물리적 정비사업의 한계를 벗어나 현실적인 도시재생을 위해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지금까지의 도시 외곽 신규개발로부터 도시 내 기성 시가지 재생사업으로 도시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이다. 이를 지지하는 상징적인 정책 사례는 두 가지다.

2014년 9/1대책에 포함된 공공택지 개발 중단이다. 그간 공공택지의 주요 공급자인 LH가 선납 할인, 무이자 전략을 내세워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매입 경쟁을 야기했으나 34년만에 공공택지 개발이 중단돼 손쉬웠던 주택 대량 공급이 어려워진다.
지난 7월 9일 발표된 ‘건축 투자활성화 대책’은 30년 이상 노후 건물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규모 신축’에서 ‘소규모 리뉴얼’로의 전환을 핵심으로 한다. 2000년대 초 일본처럼 노후 건축물과 공공 건축물의 리뉴얼을 통해 경기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노후 건축물의 대체 투자를 막고 있는 규제를 집중 개선하기로 했다. 인구구조의 변화, 저금리-저성장 시대로의 진입 등을 감안 시 선진국처럼 도시재생이 부동산 개발업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견인하는 핵심은 대대적인 규제완화로, 일본과 미국이 20여년 전부터 시도한 방식이다. 특히 7월에 발표된 ‘결합건축제’ 도입은 용적률 매매 방식으로 뉴욕과 동경이 시도했던 인센티브와 유사하다. 중심상업지구, 역세권 등 수요가 높은 지역에 주로 적용될 것이다.

건축협정 제도는 리뉴얼을 활성화하기 위해 2개 이상 대지에 토지나 건축물의 소유자 간에 협정을 체결해 하나의 대지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용적률, 건폐율, 주차장, 진입도로 등의 건축 기준을 단일 대지 기준으로 적용하므로 공사비 절감과 사업성 제고가 가능하다.

두 필지가 건축협정을 통해 단위 면적이 확대돼 활용도가 높아지고 후면 건축물 가치도 전면과 같이 상승해 사업성이 높아진다. 진입로가 없는 맹지나 경사진 대지의 건물도 재건축이 가능하며 용적률 인센티브(20%)가 적용된다. 실제 강남지역에서는 이를 이용해 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가 시도하는 다양한 규제완화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적용됐던 인센티브와 유사하다. 미국 정부는 1970년대부터 낙후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을 수행했으나 물리적 환경 개선 위주의 철거형 재개발 사업은 주민의 반발로 진행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뉴욕 시장의 규제완화를 기점으로 뉴욕시의 도시개발은 탄력을 받게 됐는데 대표 사례가 ‘허드슨 야드’ 개발이다.

허드슨 야드 개발은 맨해튼의 옛 철도차량 기지로 쓰이던 대지를 복합개발하는 16조원 규모의 사업이다. 2012년 말 착공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순차적 완공된다. 이 사업이 성공한 주요인은 유연한 용적률 인센티브와 용적률 거래를 적극 활용해 사업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일본은 장기 불황으로 1990년 이후 도시 경쟁력이 약화되고 불량 채권화된 토지가 대량발생했다. 따라서 대기업이 입지한 도심의 업무환경 개선과 토지가치 향상이 절실했다. 이 배경 하에 일본 정부는 2001년 말 도시재생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때 이뤄진 프로젝트가 ‘롯본기 힐스’‘마루노우치’ 등이다. 당시 마루노우치에 적용된 주요 규제완화 중 하나가 용적률 이전 및 용도교환이다.

도시재생을 목적으로 한 리뉴얼 사업은 단순히 민간이 수익을 내고자 하는 것을 넘어 공익적 가치까지 가지게 된다. 이에 걸맞게 정부의 인센티브와 규제완화가 주어지고 있다.

일본은 버블 붕괴 후 2005년까지 부동산 가격이 지속 하락했다. 1위 디벨로퍼인 미쓰이 부동산은 위기 극복을 위해 기존의 시공 및 분양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이에 선행해 ROA 3% 이상, 부채비율 200% 이하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1997년 부실 부동산을 370억엔에 매각하는 등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클린화를 진행했다. 그 결과 1998년 이자성 부채는 8년만에 1조엔 이하로 하락했다.

일본정부의 정기차가법(20년 이상 장기 주택임차계약 허용)에 시행에 따라 1990년대 초부터 임대주택 사업에 집중, 2003년 임대사업에서 전사 영업이익의 50%이상을 달성하며 안정적 수익 구조를 확보했다. 그 외 상업용 건물 관리와 복합쇼핑몰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주택 분양에서 벗어난 사업 다각화가 부동산 가격 하락을 극복하는 기반이 됐다.
2003년 cash cow인 임대주택사업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오피스 및 retail 건물의 개발과 임대사업을 확장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임대주택과 상업용 건물 임대는 불황으로 축소됐지만 오피스 임대의 성장 특히 신규로 개발한 ‘GranTokyo North Tower’과 기존 건물의 임대료 상승으로 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었다.

도시재생사업과 관련된 규제완화는 그동안의 도심 외곽 신규개발에서 도심 내 기성 시가지 재생사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됨을 의미한다. 2005년 29% 수준이던 30년 이상 경과 노후 건축물 비중은 2015년 39%로 급증했고 2025년에는 50%에 육박할 전망이다. 고도 성장기에 대량 공급했던 부동산의 노후화와 편의성 중시로 기존 건물의 밸류업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제 신축 투자를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는 용적률 인센티브와 자금지원을 통해 노후 건축물의 리뉴얼을 촉진할 계획이다.

도심 이전부지 개발의 활성화도 주목해야 할 시대 변화다. 1970~1980년대 도시 외곽에 자리 잡았던 군부대, 공장, 기업 본사, 미군 부대 등의 용지가 도시가 확대되며 어느덧 도심 핵심 입지로 변했다. 특히 정부 주도의 대규모 택지개발이 전면 중단된 지금 도심 이전 용지 개발은 타 지역대비 수요와 희소가치가 높다. 해당 입지에 적합한 부동산 상품이 구성될 경우 사업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도시재생 패러다임의 등장은 과거 한국의 개발방식과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부동산 가격의 한계가 드러나며 기존 방식은 지속되기 어렵다. 기존 부동산 개발은 시공사 지급보증을 기반으로 한 획일적인 부동산 PF구조에 의존했다. 과거에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 건설사들은 시공이익보다 더 많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 주민과의 갈등, 인허가의 불확실성, 차입금 회수시기의 불투명성 등의 복잡한 이유로 시공사 지급보증 PF로는 재원조달이 어렵다. 따라서 순수하게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투자하는 본래의 project financing 의미에 충실한 방식의 재원 모집이 필요하다.

그래서 적절한 입지와 수요를 찾아내 개발하고 노후 건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문 디벨로퍼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순수 디벨로퍼는 공공택지를 매입해 쉽게 부동산을 공급하기보다 민간 유휴부지를 활용하거나 노후 건물의 리모델링과 상품 전환으로 양질의 부동산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에서 건설사와 디벨로퍼의 수익 창출 방식은 상이하다. 건설사는 양적 성장과 원가 절감이 key라면, 디벨로퍼는 높은 ROE와 부가가치 창출이 key다. 진입장벽이 낮은 시공사의 경쟁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제네콘(종합건설사)은 장기간 실적과 주가수익률이 디벨로퍼를 하회했다. 한국의 부동산 개발에서도 시공사에서 디벨로퍼로 권력이 이양되기 시작했다.
도심 리뉴얼에 초점을 맞춘 정책 변화 외에 부동산 개발에 가장 중요한 금융여건이 우호적인 상황이다. 한동안 유지될 저금리 기조가 핵심이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으면 금리인상은 계속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디벨로퍼에게 자금 조달 비용이 감소하고, 개발된 부동산 상품의 매입 수요가 커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다. 부동산 상품의 주요 투자자는 보험사, 연기금, 공제회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 펀드다. 최근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고 있다.

2014년 말 부동산펀드 규모는 46.8조원으로 3분기 말 대비 4.1조원 증가했다. 2014년에 신규 설정된 부동산펀드는 총 5.6조원으로 185개였으며 연간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2014년 신규 설립된 리츠도 총 27개, 1.4조원 규모로 누적 자산 기준은 13.7조원이다. 리츠의 58%는 오피스, 15%는 리테일, 14%는 주택을 주요 투자자산으로 삼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오피스 시장에서 순수 equity 투자자는 찾기 힘들었다. 당시 은행-보험사들은 equity 투자자라기보다 lender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오피스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에 본격 참여하며 투자 주체가 금융권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디벨로퍼에게 저금리는 자본 조달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으나, 가격이 싼 토지 매입이 쉽지 않다는 양면성이 있다. 통상 금리 상승기에는 금융비용을 이기지 못하고 좋은 부동산들이 헐값에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 디벨로퍼들은 land bank를 축적하는 기회를 삼기도 한다. 따라서 좋은 디벨로퍼의 요건은 시기별로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면서도 좋은 토지를 적절한 가격에 매입함으로써 수익 구조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까지 디벨로퍼는 주로 아파트 공급을 하는 무자본의 ‘시행사’가 대부분이었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열악한 시행사는 퇴출되고 경쟁력 있는 디벨로퍼만 살아남았다. 주요 상품은 주거에서 오피스, 호텔, 리조트 등으로 다양화됐고 디벨로퍼의 유형도 시공을 하지 않는 순수 디벨로퍼, 금융역량까지 갖춘 디벨로퍼 등으로 확대됐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투자나 임대시장이 급격히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서울 오피스 시장은 대형 오피스 공급과 강남권 임차수요가 판교로 이탈하며 강남지역 위주로 공실률이 상승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오피스 시장의 변화 중 하나는 대상 자산의 내용별로 양극화가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고도 성장기에 대량 공급했던 부동산의 노후화와 편의성을 중시하는 풍조로 기존 건물의 밸류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관리가 잘된 오피스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불황일수록 핵심 지역에 양질의 오피스를 공급하고 관리할수 있는 디벨로퍼가 필요한 이유다.

상업용 부동산 개발은 대기업 계열의 디벨로퍼 위주로 진행돼 왔다. 무엇보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므로 자금력이 풍부해야 했고 특히 대기업 계열사들은 신규부지 발굴보다, 계열사 영업기반 확보나 보유자산의 활용목적이 컸기 때문이다. SK그룹의 SK D&D, 롯데그룹의 롯데자산개발, 애경그룹의 AM플러스자산개발, KT그룹의 KT에스테이트 등이 그 예다.
일반적으로 cap rate(자본환원율, 순 영업소득(NOI)/부동산 가치)가 낮을수록 매각가가 양호하게 형성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지금은 저금리로 cap rate 역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직접 토지를 매입해 개발 후 매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디벨로퍼의 개발 유형이었다면 최근 부상하는 개발 방식 중 하나로 신탁개발이 있다. 신탁은 고객이 수탁한 부동산을 개발한후 발생한 이익을 전량 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신탁사는 토지주에게 소유권을 이전 받고 개발계획과 비용조달, 건설, 임대 혹은 분양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총괄한 뒤 최종수익을 수익자에 돌려준다.

신탁사의 수익원은 두 가지다. 신탁 보수료는 사업비의 2~4%로, 사업 성과와 관계 없이 무조건 수취한다. 이자수익은 신탁사가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공사비를 대여한 자금(사업장에 대출)에서 발생한다. 최근 저금리에서도 7%대의 이자율이 적용되고 있다.
개발신탁은 토지 소유자 측면에서는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고 토지만 제공한 뒤 개발하는 방식이라 리스크가 거의 없다. 소유권도 신탁사에 넘기기 때문에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민형사적 책임에서 자유롭다. 고수익보다는 중수익 중위험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2010년 이후 신탁개발 방식이 부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신탁사업 관리 역량이 향상되고 지방 위주로 분양이 매우 양호하게 이뤄지며 신탁개발이 수도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리스크 헷징 욕구가 커져 토지 소유자(위탁자)나 건설사 등 모든 참여자가 신탁개발을 선호하게 됐다. 실제 최근 대형사들도 신탁 구도의 사업 진행이 늘고 있다. 특히 대림산업은 설계 단계부터 공사비 절감을 위한 각종 특화설계를 통해 품질은 유지하면서 신탁구조 하에서도 적정한 수익을 내는 유연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디벨로퍼의 개발 영역이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되고 전문화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리조트 개발이다. 소득과 여가시간 증대로 레저욕구가 확대되는 가운데 소비가 양적에서 질적으로 변하며 리조트도 고급화되는 추세다. 2000년대 초반 일본의 골프장과 리조트는 줄줄이 도산했지만 ‘럭셔리 리조트’를 핵심 전략으로 삼은 ‘리조트 트러스트’만은 2000년 이후 한번도 가입자가 줄지 않고 매년 성장해 왔다.

고급 리조트일수록 불황이나 비수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일본의 고급 리조트의 객단가는 금융위기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일본의 고급 리조트 산업은 베이비붐 세대로 적극적인 시니어 계층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 인구의 5.4%)’가 견인했다.
한국도 노령화가 빨라지고 있으며 이제 60대로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총 인구의 14.9%)가 고급 리조트 시장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에 비해 주요 소득원이 공적연금 대신 자녀지원이고 평균 소득이 크게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핵심 부유층의 소득 수준은 일본 못지 않다.

한국의 리조트 산업 규모는 일본의 1/3인 1조원에 불과하지만 성장성이 높다. 최근 5년간 한국 리조트 산업은 변화는 10여개의 고급 리조트가 신축되며 소수를 위한 고급 회원제클럽 리조트의 태동기라는 변화를 맞고 있다. 고급 리조트의 특징은 일반에게 개방하지않고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된다. 더불어 과거 리조트나 골프장을 분양할 때 주를 이뤘던 회원권 분양 방식에서 등기제 매출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참고로 일본은 대부분이 등기제 매출 방식이다.

회원권 분양은 소유권은 회사가 가지면서 회원에게 사용자격인 회원권을 판매하는 형태로 탈퇴를 원하면 입회비를 반납해준다. 회원권 자체가 무이자 부채지만 회원권 분양자체로는 실적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 회원제 분양 대금이 손익이 아니라 무이자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대신 리조트나 골프장 운영을 통한 수익만 유입됐다. 그러나 등기제 분양은 아파트 분양처럼 소유권을 분양자에게 넘겨주는 자산 이전 방식이다. 따라서 분양대금이 고스란히 기업 손익으로 반영되고 입회비 반환의 리스크가 없다.

한국 리조트산업의 고급화는 이제 시작이라 향후 차별적 전략을 구사하는 리조트 디벨로퍼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리조트개발은 초기 투자가 크기 때문에 경험과 자본이 중요하다. 또 수요가 불확실하므로 지속적인 추가 투자가 필요하며 운영 역량이 동반돼야 한다.
이번 주택시장 회복 사이클에서 새롭게 주목 받은 그룹은 지방 거점의 중견 건설사들이다. 이들은 자체사업을 통해 이익과 재무비율이 크게 개선됐으며 다수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수도권으로 진출하고 있다. 과거 주택 호황기에는 중소형 건설사들이 무분별한 PF 레버리지를 이용한 양적 공급에 치중했었다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시장 정화와 함께 경쟁력있는 중견사만 살아남았다.

<용어해설>

●Cap rate: Capitalization Rate의 약자로 부동산 가치대비 순 영업이익의 비율, 실제
로 부동산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소득과 이에 투자한 원가와의 비율(순영업이익/거래가
격)
●부동산 신탁회사: 부동산 소유자의 소유권을 이전 받아 자금과 전문지식을 결합하여
신탁재산을 개발, 관리하는 회사
●차입형 토지신탁: 건축자금이나 개발 Know-How가 부족한 고객으로부터 토지를 수
탁받아 개발계획의 수립, 건설자금의 조달, 공사관리, 건축물의 분양 및 임대 등 개발
사업의 전 과정을 신탁회사가 수행하고 발생한 수익을 토지소유자(위탁자 또는 수익
자)에게 돌려주는 제도
●NCR(영업용순자본비율): 영업용순자본(자기자본에 비유동성 자산 등을 차감)을 총위
험액(보유자산의 손실예상액)으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으로 금융투자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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