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추위가 매서웠지만 반갑기도 하였다. 한반도에서 펼쳐진 남북이 함께한 동계올림픽 때문일 것이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코리아를 외치며 응원을 하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아쉬움을 갖기도 하였다. 기억의 한 편에 남게 된 평창올림픽은 여러 유행어를 낳았고 다양한 이야기 거리도 만들어냈다.

많은 유행어 중 하나는 ‘영미야~’일 것 같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의 최대 관심대상이 여자 컬링이라 할 만큼, 여자 컬링팀은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다소 낯선 스포츠 종목에서 ‘영미야~’의 유행어를 낳고, 은메달의 역사를 만들기까지 선수들의 뒷이야기는 더 뭉클하고 존경심을 일으킨다. 선수들은 동네에서 그저 취미생활로 컬링을 시작했지만, 취미를 넘어서 조금 더 잘 하고 싶고, 멋지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고 전 국민의 응원과 환호를 받는 주인공이 되었다. 아마도 선수들이 컬링을 시작 할 때는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은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낼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연습장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끝까지 가보려는 도전정신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서게 했고, 메달을 넘어 수많은 관심과 축하를 받게 했다. 이런 과정은 매너리즘에 빠져 삶이 재미가 없다고 하는 우리에게 도전이 된다. 우리가 하고 있는 다양한 일거리나 취미 속에서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지 가르쳐준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하는 일이 무엇이든 간에 그 과정을 즐기는 마음,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끝까지 가보자는 도전정신, 그리고 동료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조금 더 여자컬링 팀을 들여다본다면,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경기에서 서로의 목소리와 톤과 억양만으로도 어떤 의미인지 알기까지 선수들의 협력이 대단했음을 짐작해본다. ‘영미야~’ 한 단어인데도 수많은 메시지를 알아듣기까지 서로 손과 발을 맞추고, 마음을 맞추었을 것이며, 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팀웍을 수없이 다져나갔을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는 과정에서 차곡차곡 쌓아올려 나가는 노력과 서로를 믿고 믿어주는 협력이 메달의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조직 내 협업이 안 되었을 때 따라오는 결과도 올림픽에서 볼 수 있었다. 개인의 실력과 능력은 출중했지만 팀웍이 준비되지 않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쇼트트랙 팀추월 대표팀이 그 예이다. 무엇보다도 같이 협력하고 협업하는 과정이 중요한 경기임에 불구하고 개인의 마음의 거리는 너무 멀어보였다. 이들의 속사정은 다 알 수 없지만, 짐작하건데 개인의 기록을 내기 위해 팀웍을 무시했던 것 같다. 그리고 과거에 해왔던 습관과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고 하던 방식대로 해 왔던 것이 서로의 마음을 멀게 한듯 하다.

이 두 팀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공동 목표를 향해 서로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하면서 성과를 이루어내는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비단 협업은 스포츠에서만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가족 내에서도 팀웍은 필요하다. 팀웍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이 통해야 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야 한다. 내가 속한 조직의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네는 차 한잔, 격려와 칭찬의 말 한마디가 모일 때 너와 내가 통하는 협력이 이루어지고, 결국 저 멀리 보이는 목표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수많은 감동을 남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생각해보며, 우리가 가는 그 길을 점검해보면 좋겠다. 내가 가고 있는 그 길이 꽃길이 아니라고 주저하지 말았으면 한다. 또한 내 옆에 있는 그 누군가와의 심리적 거리를 가까이 유지하며 협업을 이끌어냈으면 한다. 멀게만 보이는 그 길을 앞당길 수 있는 비결이 도전과 협업임을 올림픽에서 또 다시 배운다.
 
<글 : 김경미  동명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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