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OECD에서도 언제나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높은 비율을 자랑한다.

자영업의 엄청난 경쟁강도를 생각해보면 이 높은 자영업 비율이야 말로 자영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가 막힐 정도로 높은 자영업 비중이 20년 전의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 때문이라고 여긴다. IMF의 구제금융과 그로 인한 정리해고가 자영업자들로 넘쳐나는 자영업의 지옥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일단 결론만 말하자면 일부는 사실이다. 98년의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가 과거보다 더 증가했으며 2002년에 자영업자의 수로만 따지면 역대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던 것이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숫자 자체는 외환위기 이전부터 꾸준히 증가세였음을 감안하면 외환위기가 자영업의 지옥을 만들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눈에 띄는 부분은 외환위기 직전까지의 자영업자 비율 추이이다. 전체적인 하락 추세에서 그 추세를 역행하는 시기가 눈에 띈다. 바로 91년부터 97년까지가 그 시기로 이 시기 동안은 자영업자 비율이 하락하기는 커녕 오히려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영업자의 수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자영업 비율이 감소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더 많은 임금직 일자리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전의 저러한 추세 역행은 그만큼 임금직 일자리가 늘어나지 못하던 상황을 보여주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흐름이 다시 하락 추세로 바뀐 지점은 바로 외환위기다. 외환위기의 발발로 자영업에서 큰 구조조정이 발생하였고 그만큼 더 많은 임금직 일자리의 등장으로 90년대의 자영업 상승추세가 꺾이고 답보와 점진적 하락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 점에서 보자면 외환위기와 그로 인한 정리해고가 자영업의 지옥을 만들었다고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영업이 가지는 내수 소비 중심 업종이라는 특성상 자영업자들의 매출 기반은 임금직 근로자들의 총소득이다. 따라서 전체 취업자 중에서 임금직 근로자들의 비중이 높을수록(자영업의 비중이 낮을수록), 근로자들의 임금이 높을수록 자영업자들에게는 좀 더 생존에 유리한 환경이 된다. 이를 감안하면 90년대의 자영업 비율 상승이야 말로 자영업자들에겐 지옥과도 같은 환경이었으며 외환위기는 오히려 이를 해소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고 다시금 숫자를 바라보자. 그러면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높은 것이, 자영업자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부정적인 뉴스가 아닌 전체적으로 보자면 오히려 긍정적인 뉴스로 볼 수 있다. 다소 거친 표현이지만 자영업자의 비율이 33%에 달했던 1980년대 초반은 자영업자 1명의 소득 기반이 임금근로자 2명이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20%에 근접해가는 지금은 그 소득 기반이 임금근로자가 4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러한 혜택은 모든 자영업자가 누릴 수는 없다. 시대는 더 복잡해지고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져 간다. 그리고 소비자의 수준과 요구도 과거와는 비할 수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거기에 맞출 수 있는 자영업자들은 그러한 과실을 누릴 수 있겠지만 따라가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은 통계상 줄어드는 숫자에 포함이 될 뿐이다.

이를 감안하면 왜 자영업자들이 늘 경기 불황이라고 이야기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취향과 요구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수요 또한 변한다. 그런데 생산자인 자영업자가 그 흐름에 맞춰 끊임 없이 변화하지 않고 옛날 방식을 고수한다면 그 방식을 좋아하고 지지해줄 수요층의 수는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사회 전체의 총 수요가 증가하는 호황이 오더라도 개인인 자영업자에겐 불황일 수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 비율이란 통계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미래가 바로 이것이다. 어떻게 보면 기회지만 그 기회를 잡고 누리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많은 준비와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정체된 상태로 남들 하는 만큼이 목표가 될 경우라면 그 기회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천국으로 가는 길은 좁고 험하다’고 이야기 한다. 자영업의 미래가 천국이 될 순 없겠지만 그 가는 길이 좁고 험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글: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저작권자 © 자투리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