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이 부족한 은퇴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시도하는 것이 창업이다. 수년 전부터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창업시장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최근 자영업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창업을 할 때 어떤 업종을 선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창업 동향을 분석하여 유망업종의 흐름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업종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이들 업종의 사업성을 분석한 다음 최종적으로 자신의 여건에 맞는 업종을 선정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실패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창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때 초심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것이 ‘프랜차이즈’ 창업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전국에 22만 개에 달하고, 종사하는 인구만 해도 약 66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프랜차이즈란 체인 본부에 가맹비를 낸 뒤, 본부의 도움을 받아 일정한 지역에 특정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도심지 골목마다 수십 개 씩 늘어서 있는 치킨가게, 커피숍, 호프집, 김밥집 등이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가보면, 수백 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책상을 늘어놓고 ‘연간 4000~8000 만 원의 수입을 보장한다’면서 은퇴자들을 유혹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대부분이 거짓이거나 과장된 선전이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빼놓고는, 월 200만 원 전후의 수입을 올리는 게 고작이다. 또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맹금만 챙기고, 마케팅 지도 등 해야 할 의무는 소홀히 하여 프랜차이즈 창업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프랜차이즈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창업을 하기에 앞서 관련정보를 꼼꼼히 챙겨보아야 한다. 프랜차이즈 체인 본부에 관한 정보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정보공개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정보공개서에는 가맹본부의 현황부터 브랜드의 전반적인 운영 현황, 가맹점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가맹비 부담 등을 수록한 문서다. 체인 본부는 가맹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이 정보를 예비창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창업의 장점은 점포 위치를 선정할 때 본사가 조언을 해주고 상품개발과 광고, 마케팅도 대행해준다는 점이다. 가맹점은 상품 관리와 고객 서비스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는 게 장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수천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프랜차이즈 본사 가운데 선진적인 경영 시스템을 갖춘 곳이 별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들로부터 돈을 챙긴 다음에 사라져 버려 창업 은퇴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한다.

따라서 업종과 프랜차이즈 본사를 선택할 때는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몇 년 전 인기를 누렸던 대만 카스테라 빵집, 조개구이 전문점, 즉석 탕수육점들이 오래가지 못한 이유는, 프랜차이즈 업체 간의 과당경쟁으로 스스로 무너졌거나 지속적인 상품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 프랜차이즈 사업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 호경기를 누리더라도 사업 전망을 계속 낙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프랜차이즈 창업은 혼자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사업 위험을 크게 줄일 수는 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창업 역시 성공률은 마찬가지로 별로 높지 않다. 지명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사업은 가맹비와 사업장 인테리어 비용이 비싸다. 유명 커피브랜드는 3억~6억 원대, 햄버거가게는 2억~5억 원의 창업비용이 들어간다. 서민형 창업점포인 김밥집과 치킨집도 5000만 원~1억 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상가 권리금과 임대보증금까지 더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만약 자기자금이 아니라 은행대출금으로 사업자금을 충당했다면 돈을 벌어봐야 대부분 임대료와 은행이자로 나갈 뿐 손에 쥐는 것은 별로 없다. 장사를 열심히 해도 실속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시시때때로 인테리어를 새것으로 교체하도록 요구하는데, 이 비용이 또 수천 만 원에 달한다. 만약 이 요구를 거절하면 가맹자격을 박탈하는 본사들이 많다. 결국 투자금이 부족한 가맹점 사장들은 본사만 돈을 벌게 한 다음 폐업을 하게 된다. 특히 이런 현상은 커피점과 외식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자주 발생한다.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양심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본사의 프랜차이즈 관리 시스템을 알아보려면 기존 가맹점주들을 만나서 그들의 평가를 직접 들어보는 게 좋다. 점주들의 평판이 나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직영점을 가진 프랜차이즈 업체를 고르는 것이 좋다. 직영점이 있는 가맹본부들은 보통 가맹점 모집에 앞서 직영점을 운영해가며 상업성에 대한 검증을 거치고 부족한 시스템을 보완하기 때문이다.

또 특별한 노하우를 지원해주는 것도 아닌데 창업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보증금이  지나치게 많은 회사도 피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정보 보고서를 열람!하여 회사의 업력과 대표의 이력이 믿을 만한 것인지 살펴보고, 설립연도부터의 매출액 동향과 가맹점 폐업률 실태도 꼼꼼히 알아보는 것이 좋다. 만약 폐업률이 높다면 본사가 가맹점을 가혹하게 대우한다는 증거이다.
 
<글: 송양민 가천대학교 특수치료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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