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서민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저녁식사는 몸에 부담이 되므로 가볍게 먹어야 좋다는 뜻이다. 특히 현대인들은 아침이나 점심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저녁에 한꺼번에 폭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폭식을 하여 저녁 한 끼에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섭취하는 경우도 있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낮에 섭취하는 것보다 저녁에 먹으면 더 많은 에너지가 체내에 축적이 된다. 밤에 잠을 자는 동안에는 신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량이 적기 때문에 대사율이 낮아 에너지가 더디 소비되고 체지방으로 쌓여 살이 찌게 되기 때문이다. 저녁에 먹는 것이 다 살로 간다는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따라서 저녁은 가볍게 먹어야 한다.

저녁을 가볍게 먹으면 쉽게 배가 고파온다. 단순히 흰밥만 많이 먹으면 밥은 탄수화물이 주성분이므로 처음에는 배가 부르지만 30분만 지나면 배가 고파 다시 먹고 싶어진다. 따라서 저녁에는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을 먹어 천천히 혈당을 공급해 주어야만 공복감을 줄이고 배고픔을 참을 수 있다.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란 음식을  먹은 뒤 두 세 시간 후에 혈당이 얼마나 올라가는가를 측정한 값을 혈당지수 (glycemic index)라고 한다. 흰빵, 쌀밥, 떡, 쿠키, 케이크, 삶거나 구운 감자, 튀긴 밀이나 쌀, 콘플레이크, 콜라, 건포도 등은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이다. 과일 중에서도 수박이나 포도 등은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이다. 이런 식품들은 섭취한 후에 쉽게 소화되어 설탕과 마찬가지로 쉽게 혈당을 높여 주는 식품들이다. 반면에 배, 복숭아, 오렌지 등 과일이나, 배추, 시금치, 브로콜리, 양파와 같은 채소류, 보리, 현미, 잡곡, 콩, 두유 등은 혈당을 쉽게 올리지 않는 식품으로 우리 몸속에서 소화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식품들이다.

아침 식사나 점심 식사 시간에 냄새가 나는 음식을 먹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마늘, 부추, 양파 등은 저녁에 먹도록 한다. 저녁에 먹는 음식으로는 미역국이나 쑥국, 청국장찌개 등 피를 맑게 해주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이 좋다. 사과나 포도 등 과일은 칼로리가 높으므로 저녁에는 삼간다.

음식 중에서도 냄새가 강한 것이 우리 몸에는 좋은 경우가 많다. 산삼과 더덕, 마늘과 양파 등 몸에 좋은 음식은 대개 냄새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된장과 청국장과 같은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도 냄새가 심하다. 이러한 냄새는 주로 플라보노이드계통으로 심장질환이나 암, 당뇨 등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 마늘이나 양파는 유황화합물이 혈액순환을 좋게 하여 세포에 활력을 준다. 마늘이나 양파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위암, 유방암, 간암, 대장암 등에 적게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마늘이나 양파의 유황화합물이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암세포를 억제하기 때문이며, 항암효과로 주목받고 있는 셀레늄과 플라보노이드가 마늘에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미역국 한 그릇과 김치만 있으면 저녁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미역의 미끈미끈한 물질은 알긴산이란 물질로 식이섬유의 일종이다. 알긴산은 그 조성이 특이하여 그것을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인간의 소화기에는 없기 때문에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되어 칼로리원으로는 이용되지 않는 식이섬유의 일종이다. 알긴산은 스펀지처럼 흡착력이 강하여 콜레스테롤을 흡착하여 배출시켜 혈장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낮춰 주고 장을 통과하면서 장의 벽을 자극하여 장의 운동을 활발히 해줌으로 해서 배변을 용이하게 해준다. 또한 알긴산은 유해한 중금속 및 발암성 물질의 흡수를 방해하여 암을 예방해 주는 물질이다. 미역의 알긴산은 포만감은 주지만 칼로리는 내지 않기 때문에 미역은 “다이어트”용으로 알맞은 식품이다. 미역에는 칼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칼슘은 뼈와 치아 형성에 필수성분이며 골다공증을 예방해주고, 산후의 자궁수축과 지혈에도 필요한 성분이다. 생미역의 칼슘 함량은 우유와 거의 맞먹는 량이다. 

몸에 좋은 음식으로 잘 알려진 청국장도 냄새 때문에 저녁에 먹는 것이 좋다. 청국장은 각종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된 영양가 높은 식품인 콩을 영양학적으로 가장 유익한 방법으로 이용한 것이다. 청국장은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비타민 B1, B2, B6, 판토텐산 등이 증가하여 은 삶은 콩에 비해 영양가가 훨씬 더 높다. 또 식물성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소화율이 높기 때문에 자주 먹으면 몸에 좋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질병에 대한 효과가 있다. 그밖에 혈압상승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데, 콩의 단백질이 분해되어 생긴 펩타이드가 혈압 상승 방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레산이 다량함유 되어 있어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끼는 것을 막아주는 등 동맥경화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

저녁 식사는 6시 이전에 마치도록 한다. 저녁에 섭취하는 칼로리 섭취량은 아침이나 점심보다는 조금 적게 한다. 저녁에 먹는 밥은 잡곡밥이나 현미밥으로 반 공기 정도 먹는다.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의 약 25% 정도를 저녁식사로 보충한다.

<글: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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