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패션몰들은 전성기 그 자체였다. 당시 내 나이 또래들은 옷을 살 일이 있으면 친구들을 대동하고 일단 패션몰을 찾았다. 동대문을 대표하는 패션몰이었던 두타가 동대문에 들어선게 1999년이고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전국의 괜찮은 상권에선 비슷한 동종의 건물이 숱하게 들어서곤 했다.

아마 이때가 그런 패션몰에서 장사하시던 분들과 점포당 4평도 안되는 공간을 사서 임대를 돌리시던 분들에겐 가장 좋은 시기였을 것이다. 사람들이 끊임 없이 몰려오고 흥정을 하고 매출을 올리던 때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 들어서 분위기는 완벽히 달라졌다. 예전엔 패션몰을 세우기만 하면 사람들이 몰려왔지만 이젠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를 않았다. 둘러 보아도 살게 없어서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서울을 예로 들자면 그나마 동대문쪽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면서 활로를 찾았지만 이대에 지은 헬로APM 건물은 흉물이 되어 몇년째 방치 되었으며 신촌 밀리오레는 메가박스를 갈 일이 아니면 찾질 않았다. 그렇게 새로이 들어선 패션몰은 텅텅 비어갔고 지역 곳곳에 건축중이고 계획중이던 패션몰들은 수익성 악화로 건설 자체가 엎어지기도 했다.

이때 아마 다들 불황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고 했을 것이다. 대부분은 그 당시에 정확히 원인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그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를 안다.

첫째로는 패션몰의 등장으로 옷을 사는게 더 어려워졌다. 너무 많은 옷가게들과 호객행위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옷을 구매하기 위한 탐색비용을 극도로 높였다. 아주 싹싹하다 못해 처음 본 사람과도 노가리를 깔 인간이 아니고서야 호객행위를 뚫고 흥정을 하고 물건을 사기란 어렵고 잘못된 물건을 살 가능성도 있는데다 반품 교환도 어려웠다.

물론 2000년대 중반부터 패션몰의 침체가 본격화 되면서 상인들은 자구책을 찾았고 위의 부분은 현재는 많이 해결되었다. 그렇지만 진짜 원인은 두번째다.

 

두번째로는 E-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사진은 이커머스의 성장세를 나타낸 그래프다. 2001년까지 전체 소매판매의 2%도 안되었던 이커머스는 이후 실로 무지막지한 성장을 기록한다. 애초에 의류가 이커머스 초창기부터 사람들이 구매하던 품목이었음을 생각하면 저 얼마되지 않아 보이는 비율이 실제로는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상황과 시장 자체가 변하였기에 시장 내의 자구책으로는 수요를 과거만큼 끌어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살아남기 위해선 이 변화에 발맞춰야 했다. 그래서 실제로 동대문과 같은 의류상인들은 지마켓 등에 온라인 몰을 만들고 유통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마저도 아예 점포도 없이, 창고도 두지 않고 본인이 입고 본인이 직접 고객과 접촉하며 판매하는 인스타 셀러들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더 만만찮아졌다. 젊고 잘생기고 예쁘고 몸이 좋지 않으면 옷도 팔기 힘든 세상이다.

근본적으로 자구책을 세운다 쳐도 달라진 소비자들의 트렌드와 성향에 맞추지 못하면 상황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이커머스를 규제하면 패션몰에 다시금 전성기가 올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단순히 거대 자본을 규제한다 해서 소비자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비즈니스를 둘러싼 환경적 요인과 소비자들의 성향은 눈에 보이진 않아도 끊임 없이 변하고 있다. 옛날처럼 좋았던 시절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에 발을 맞추지 못한다면 업황은 늘 불황일 수 밖에 없다. 2000년대 초반에 전성기를 맞았던 패션몰들의 현 상황을 생각해보자. 환경의 변화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글 :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작권자 © 자투리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