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만두 서비스로 어릴 적, 짜장면은 가족의 외식에서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아주 어렸을 적에 받아쓰기 시험에서 만점을 받거나 하면 어머니가 사주시곤 하셨던 것이 바로 짜장면이었다.

동네 아파트 어머님들끼리 모임에서도 짜장면 같은 중화요리는 언제나 선호되던 메뉴 중에 하나였다. 물론 인원수가 많은 만큼 탕수육 같은 메뉴도 덤으로 시켰었고 그렇게 대량 주문을 하면 중국집 사장님은 일종의 덤으로 군만두를 서비스로 주시곤 하셨다.

그러나 따뜻한 인심의 상징처럼 쓰였던 덤은 어느 순간 노골적인 요구로 변질되었다. 물론 당시에 탕수육이 고가의 메뉴이긴 했으나 탕수육을 시킬 때면 의례적으로 군만두 서비스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혹은 더 나아가 짜장면이나 짬뽕만 몇 개 시키더라도 군만두를 요구했다. 어떤 사람들은 경쟁 가게를 언급하며 ‘거기는 군만두 주던데…’라며 동네 중국집 사장님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군만두는 어느 순간부터 일정 이상의 주문에 당연히 따라가야 하는 품목이 되고 말았다. 제대로 된 군만두를 먹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군만두는 중국집에서 하나의 완성도를 갖춘 훌륭한 메뉴 중의 하나였고 기술을 필요로 하는 메뉴였다. 그런데 너도 나도 군만두를 서비스란 명목으로 무료 제공하면서 당연히 중국집으로서는 군만두에 힘을 쏟을 이유가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부실하게 속이 채워진 공장제 저가 만두로 교체되었고 무료로 주는 상품에 갓 튀기는 번거로움을 감당할 순 없으므로 미리 튀겨놓고 적당히 데워서 보내는 방식을 취했다. 이렇게 완성도 있던 하나의 메뉴는 강제된 서비스 때문에 가장 형편없는 음식으로 추락해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군만두의 질이 추락해버렸지만 이렇게 추락한 군만두라 해서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군만두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비용만큼 가격을 올렸다간 손님이 끊길 판이기에 이 비용을 가격 상승으로 전가하는 것은 불가한 상황이었다.

불과 10년 전에도 이 중국집 음식들은 ‘서민 음식’이라는 명목으로 가격 통제를 당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이 비용을 감당하는 방법은 양을 줄이거나 품질을 하락시키는 것뿐이다.

품질을 올려봤자 소비자들은 그것을 고려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군만두를 서비스로 주느냐’와 여기에 더해 ‘얼마나 빨리 배달이 되느냐’로 평가를 하니 동네 중국집들의 경쟁력은 점진적으로 동반 하락하는 길을 밟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입맛과 취향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것과 겹쳐 이 간극은 점점 더 벌어져 갔고 현재에 이르렀다.

그리고 현재, 동네 중국집들의 가장 큰 경쟁자는 동네의 다른 중국집이 아닌 공장에서 생산된 중화 라면들이다. 오뚝이의 진 짬뽕을 필두로 등장한 새로운 중화 라면들은 라면 치고는 비싸지만 동네 중국집들의 음식보단 압도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자랑했다. 게다가 기술 또한 크게 상승하여 예전엔 그저 라면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꽤 비슷한 맛을 내는 경지에까지 도달했다. 기술은 앞으로 더욱더 발전할 것이니 이러한 모사의 수준은 더 오를 것이고 가격은 여전히 저렴할 것이다. 이전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을 해왔던 동네 중국집 입장에서는 크나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현재 잘 되는 중국집들은 오랫동안 영업을 해오면서도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자기 소유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곳들이 대다수다. 품질에선 이렇게 찾아가 먹는 중국집에 밀리고 가격에선 중화 라면에 밀리는 상황은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다.

당시 소비자들의 성향상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으나 군만두의 의무적 서비스는 두 가지 부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첫째, 엄연히 팔 수 있는 하나의 메뉴를 사실상 사장시킨 점이고 둘째, 이것이 비용으로 이어져 결국 품질 하락과 가격의 무한 경쟁 궤도에 빠지고 만 점이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수익은 생존성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저가 경쟁은 환경의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마찬가지로 가격 중심의 경쟁 상황에 빠져 수익을 낮출 수밖에 없었던 동네 중국집들은 그 결과 중화 라면의 등장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 현재 중국식 만두가 재평가를 받고 만두 전문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안타까운 점들이 많다.

군만두 의무 서비스로부터 시작된 동네 중국집들의 점진적인 하향 평준화는 현재에 비즈니스를 계획 중인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것들이 많다.
 
<글 :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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