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즈니스에 있어서 아이템이 중요치 않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하고 있는데 그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템의 우위보다 비즈니스 모델의 우위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은 여러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러한 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던 것은 10여년 전에 목격한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2000년대 중반에 모 여대를 정기적으로 방문할 일이 있었던 나는 해당 학교 학생들만큼이나 그 앞의 상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목격할 수 있었다.

당시는 우리나라에서 카페들이 본격적인 확장기로 진입하는 시점으로 해당 상권에도 빠르게 카페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그 학교를 다니고 지역에서 거주하던 나의 지인은 그러한 현상을 오히려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식당과 분식점들은 사라지고 오히려 그만 좀 생겼으면 좋겠다고 한 카페는 끊임없이 늘어났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해당 상권은 전형적인 대학가 상권으로 저렴한 물가를 기반으로 한 곳이다. 따라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과 분식점 들도 모두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문제는 식당은 이용 시간과 회전이 제한되어 있으며 재구매의 빈도도 낮다는데 있었다. 거기에 대학가 앞이라는 이유로 제한된 가격은 결국 수익을 제한하는 구조였다.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은 끊임 없이 늘어나는 카페들이었다. 이는 당시 커피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중인 부분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카페의 비즈니스 모델이 대학가 앞 식당의 비즈니스 모델보다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설비투자를 하고 나면 카페는 여러 측면에서 식당보다 우월했다. 우선 구매 시점이 식당처럼 식사시간에 집중된 것이 아닌 비교적 고르게 분포 되어 있으며 1인당 구매 빈도도 높았고 회전율도 높았다. 더군다나 대학가라는 지역적 가격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 바로 카페였다. 타 지역과 비교했을 때 대학가의 식당 물가는 저렴하지만 카페는 상대적으로 덜 저렴한 편이다. 이것이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카페의 우위를 가져온 것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 상의 우위 덕분에 카페는 식당과 분식점들을 뒤로 밀어버리고 상권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해당 상권에 카페가 크게 증가하여 카페간 경쟁이 심화되고 더 좋은 커피와 공간, 디저트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심화되면서 기술과 장비투자의 비용이 높아지며 진입장벽이 올라가면서 진입세는 완화되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 맞춰 많은 경쟁자들이 진입하고 시장의 성장세가 어느 정도 정체화 되면서 기술과 장비투자로 인한 고도화 경쟁이 이루어지는 모습은 어떤 측면에서는 성장산업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러한 현상들이 보여주는 사실은 우리에게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구조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경쟁에는 수 많은 요소들이 있으며 한 두가지로 성패가 정해지지 않는다.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구조에서 좀 더 우월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비록 소비자들이 덜 원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으며 오히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어떠한 비즈니스를 바라볼 때는 그것이 무엇을 파는지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모델과 수익구조를 중점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모델에서 경쟁력이 없는 비즈니스는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속빈 강정일 뿐이다.

<글: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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