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에서 라면을 파는 이유는?
PC방에서 라면을 파는 이유는?
  • [자투리경제=박영석SNS에디터]
  • 승인 2018.11.3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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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의 구성 업종 중에서 실질적으로 임대업에 해당하는 업종들이 있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곳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커피값을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일을 보는 값으로 사용하므로 실질 임대업에 해당한다. 우리가 흔하게 회식장소로 가는 고깃집들도 고깃값의 반대 급부로 고기를 구울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실질 임대업이다.

그중에서 노래방이나 피시방, 독서실, 오락실, 멀티방, 만화방 등은 위에 언급한 업종들보다 좀 더 임대업의 특성을 진하게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곳들은 회당, 시간당 임대료를 받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장기 영업을 가정했을 때 이런 임대업의 특성을 강하게 갖는 업종들은 한가지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가격 경직성이다.

임대업의 특징이 강하면 강할수록 공간 자체의 이용에 대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것으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데 이 비즈니스 모델에서의 경쟁력은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의 품질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 공간의 품질은 정기적이고 끊임없는 시설투자에 달려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기업으로 치면 CAPEX(Capital expenditures : 미래의 이윤 창출을 위한 고정자산 지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산업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시설투자를 통한 우위 확보가 대단히 제한적인 한편 이용 가격은 매우 경직되어 있다.

오락실의 경우 1회의 이용비가 90년대 초반 1회에 100원으로 오른 뒤, 꽤 오랫동안 이 가격을 깨지 못했으며 피시방은 2000년대 초반에 확립된 시간당 1000원 초반대의 요금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완벽한 임대업에 가까운 숙박업소도 2010년대에 공급이 크게 증가하면서 임대료가 유지되거나 소폭 하락한 모습마저 보인다.
상품의 구매를 통해 공간을 덤으로 이용하는 방식의 카페나 고깃집 등이 재료비의 상승이나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공간의 이용단가를 높여왔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실질적 이용요금은 가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후자의 업종들은 상품을 팔면서 공간을 덤으로 제공하는 것이기에 경쟁의 본질이 상품 자체에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상품의 차별화를 통해서 새로운 가격을 매겨 가격을 인상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반면 전자의 업종들은 경쟁의 본질이 공간의 제공에 있기에 애초에 주어진 공간의 이용을 변경시키기가 쉽지 않다. 시설투자로 공간에 대한 투자를 계속 이어나가지 않으면 공간의 이용 가치가 하락하기에 이는 가격을 올리기 위한 방법이 아닌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으로 밖에 이용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간의 임대업은 초반의 수익으로 후의 시설투자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초반에 충분히 수익성이 높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런 공간의 임대업은 일정 자본이 있다면 진입이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초반에 높은 수익성은 곧 비슷한 동종의 경쟁자가 수없이 뛰어들게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초기에 진입하여 적정 시기마다 충분한 시설투자를 이어나가는 것이 수익이 지속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애초에 이용 요금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면 상품 판매에 부가적으로 공간 이용을 제공하는 업종들처럼 상품 판매를 통한 수익모델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피시방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로 피시의 이용 요금으로 고정비와 일부 운영비용을 충당하는 한편, 라면과 기타 먹거리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부가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해당 업종에서는 수익성의 악화로 영업을 이어나갈 수 없는 업체가 늘어난다. 폐업이 이어져 업체들이 수요자에 비해 적은 상태가 되면 그제서야 이 임대업을 영위하는 곳들은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전까지는 경쟁 때문에 서로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줄폐업으로 인해 경쟁자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라 가격의 조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오락실이다.

차라리 이러한 상황이라면 지배적인 대형 사업자가 있는 경우를 더 반길 수도 있을 것이다. 시장에 지배적인 사업자가 있는 경우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들이 가진 지배력을 바탕으로 가격 인상을 시도하게 되어 있다. 경쟁자들은 지배적인 업체의 가격 인상에 맞춰 같이 가격을 올림으로 비용 압력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쉬워 보이는 임대업의 특성을 가진 업종들도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고려할 요소들이 매우 많다. 1차적으로 가격의 조정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가격의 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부가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글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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