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암이다.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의 25%가 암으로 사망하며, 1년 동안 발생하는 암 환자는 12만 명이고,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6만 명에 이른다. 암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는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술, 담배, 감염성 질환, 자외선, 방사선, 중금속, 환경오염 및 기타 발암물질 등이 있다.
 
특히 암 발생의 35%는 음식과 관련이 있다. 주로 술과 짠 음식, 태운 음식, 훈연한 음식, 기름기가 많은 음식 등이 암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우리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과일과 채소 섭취량은 줄어들고 육류의 섭취량은 늘어나는 것도 대장암과 같은 암이 증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남미의 에콰도르 심장전문의사인 살바도르는 1969년도에 에콰도르의 장수마을 빌카밤바에 사는 90세 이상 노인 338명의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암, 골다공증, 심장질환, 당뇨, 류머티즘과 같은 퇴행성 질환 및 치매 등 질환에 걸린 환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일본에서도 장수마을로 유명한 오키나와의 노인들은 심혈관이 젊은이들처럼 튼튼하며, 혈중 콜레스테롤치가 낮아 뇌졸중이나 심장병뿐만 아니라,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 각종 암에 적게 걸린다고 알려져 있으며, 또한 그루지아 캅카스 장수마을의 노인들은 암에 걸리는 사람이 거의 없고, 혈압도 정상적인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기에 암에 잘 걸리지 않을까? 빌카밤바 사람들은 옥수수와 통밀빵과 치즈, 삶은 콩과 유카, 고구마, 샐러리, 양배추, 호박 등 채소를 즐겨 먹는다. 감자의 원산지는 빌카밤바가 위치해 있는 안데스산맥으로 이곳 사람들은 감자를 즐겨 먹는다. 감자로 수프를 쑤어 먹는다. 또 빌카밤바 사람들은 유카를 많이 먹는다. 유카는 우리나라의 마와 비슷하게 생긴 뿌리채소로 겉은 갈색이지만 속은 희다. 유카는 삶아 먹거나 과자, 빵을 만들어 먹는다. 빌카밤바는 날씨가 좋아 과일과 채소가 풍부해 집집마다 오렌지, 레몬, 아보카도, 파파야 등 과일나무가 많고, 세드론이라는 허브를 끓여 차로 마신다.

오키나와 장수인들이 암에 적게 걸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콩을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콩으로 만든 음식을 많이 먹으나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본토 사람들보다 1.5배나 많이 먹는다. 콩은 ‘플라보노이드’라는 식물성 천연 에스트로겐을 함유하고 있다. 이 물질은 뼈의 손실을 적게 하는 기능이 있어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플라보노이드’는 활성 산소를 제거하여 암을 예방하는 기능이 있다. 콩을 많이 먹는 일본인들의 유방암 발생률은 미국인들의 유방암 발생률의 1/5에 불과하다.

오키나와 사람들의 해조류 소비량은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1.5~2배에 달한다. 해조류에는 칼슘과 요오드 등 무기질이 풍부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미역이나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에는 ‘후코이단’이라는 끈적끈적한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물질은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주어 동맥경화를 예방해 주며, 항암작용을 한다.

그루지아의 캅카스 사람들은 염소, 양, 소의 우유를 발효시킨 ‘마츠오니’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마츠오니는 그들에게 동물성 단백질과 칼슘의 공급원이다. 마츠오니를 캅카스인들은 신이 내린 선물로 믿어왔다고 한다. 마츠오니는 소화가 잘 될 뿐 만 아니라 장내에서 설사나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유해한 세균의 발육을 억제하여 발암물질이 생성되는 것을 방지한다. 유산균은 비타민이나 유기산, 자연 호르몬과 같은 영양소를 합성하여 노화방지 및 항암효과가 있다.

고등어, 꽁치, 참치, 정어리와 같은 등푸른 생선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도 항암작용을 한다. 최근 일본의 한 연구에서는 생선을 많이 먹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립선암이 많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칼슘과 비타민 D가 암을 예방해 준다는 흥미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퇴직 후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따뜻한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암에 적게 걸린다고 한다. 햇볕을 쪼일 기회가 많으면 비타민 D가 더 많이 생성되어 칼슘의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셀레늄이라는 무기질은 지방의 산화를 방지하는 항산화제의 성질이 있어 항암 작용을 한다. 대장암, 위암, 췌장암, 간암 환자의 혈청 내 셀레늄 농도는 정상인들보다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셀레늄은 참깨, 두류, 곡류, 브로콜리, 양배추, 버섯 등에 많이 들어 있다.

과일과 채소에는 암을 예방하는 식이섬유와 수많은 생리활성물질이 들어 있다. 식이섬유는 발암성 물질을 흡착해 배설시켜 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생리활성물질은 주로 색이 진한 식품에 많이 농축되어 있으므로 다양한 색을 지닌 자연식품을 자연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양파나 마늘에 들어 있는 유황 화합물도 암을 억제한다. 녹차, 홍차, 감잎 등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등은 활성산소를 제거해 주는 항산화제의 역할을 한다. 올바른 식생활을 한다고 하여 암을 100% 예방할 수는 없지만 과일이나 채소를 조금만 더 섭취해도 암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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