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1일 대법원에서 나온 판결 하나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육체노동 가동연한, 즉 일할 수 있는 최고 연령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한 판결이 그것이다.

해당 재판의 요지는 이렇다. 2015년에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로 4세 아이를 잃게 된 박 모씨가 있었다. 그분은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사고로 죽은 아이가 60세까지 일할 수 있었다고 가정해서 배상금액을 계산했지만, 대법원에서는 노동이 가능한 나이를 65세까지로 가정해서 배상금액을 산정하는 것이 맞다고 판결한 것이다.

기존의 비슷한 판례에서는 가동연한을 60세로 봤었다. 1989년 12월에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올리는 판결이 나온 지 거의 30년 만에 다시 가동연한 상향 판결이 내려진 셈이다.

이번 판결의 취지에 대해 대법원에서는 ‘국민의 평균수명이 남자 79세, 여자 85세 등으로 올랐고, 각종 사회보장법령에서도 국가가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만큼 가동연한 내용의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답하고 있다.

# 자동차 사고 피해 시 보상지급액 늘어날 전망

그렇다면 육체노동 가동연한 상향이 실제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사진=픽사베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자동차 보험의 피해보상액이다. 자동차 사고를 당하게 되면 가해자가 가입한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피해보상을 받게 된다.

보험회사는 약관에 따라서 피해보상액을 산정하는데, 이때 ‘상실수익액’이라는 개념이 사용된다. 상실수익액은 피해자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벌어들일 수 있었을 미래의 수익을 현재 시점의 가치로 계산한 금액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몇 살까지 노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이다. 노동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받게 되는 피해보상액도 늘어난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취업가능연한이 길어지게 되었으므로, 그만큼 피해보상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만 35세인 일용근로자가 운전하다 사망한 경우, 기존에는 보험사가 보험금으로 2억 7000여만 원을 지급했지만, 상향된 가동연한을 적용하면 보상액이 3억 원으로 늘어난다.

현재 금융감독원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약관이 개정되면 그에 따라 보험료가 올라갈 여지도 있다.

# 정년연장이나 국민연금 지급시기 등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어

이번 가동연한 상향이 직장 정년이나 국민연금 지급 시기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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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전부 노동 가능시기와 관련이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직장 정년과의 관계를 살펴보자. 가동연한이라는 것은 사고로 인한 사망‧장애 등에 대한 법원의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이 되는 연령이다.

반면 직장 정년에 대한 것은 별도의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바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과거 가동연한이 55세에서 60세로 바뀐 것이 1989년 12월이었다. 그런데 직장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법률은 2013년 5월에 개정됐다. 무려 20년의 시간차가 있는 것이다. 가동연한 연장이 직장 정년 연장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연금 지급시기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는 어디까지나 국민연금법에 의해서 정해진다. 이번 판결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없다고 봐야 한다. 만약 국민연금 지급시기가 뒤로 늦춰지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국민연금 재정문제 때문이지 가동연한 상향 때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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