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경제학]맛있고 싸지만 사람들이 안 오는 이유가 뭘까?
 [자투리 경제학]맛있고 싸지만 사람들이 안 오는 이유가 뭘까?
  • [자투리경제=박영석 SNS에디터]
  • 승인 2019.03.13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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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황학동에는 내가 좋아하는 국수가게가 하나 있다.

내가 먹어본 국수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맛있는 가락국수를 하는 곳이라고 여기는 곳이고 주변에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나 정작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지인들은 본 적이 없다. 물론 내가 ‘인생 맛집’과 같은 호들갑을 떨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된 이유는 가격에 있다.

해당 가게는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가게고 동네가 동네인 만큼 저렴하다. 만약 가게가 사람들이 잘 찾는 곳에 있다면 이 가격은 분명 매우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황학동이라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애매한 위치에 주변에 방문할 곳이 애매하기에 오히려 이 가격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된다. 바로 왕복 교통비의 금액이 국수 가격의 2/3에 달하기에 상대적으로 교통비가 매우 비싸지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당 3만원의 음식을 먹으로 가기 위해 교통비를 들이는 것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3500원의 음식을 먹기 위해 교통비를 들이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교통비가 절대 금액으로는 동일할지 몰라도 상대적으로는 후자의 비용이 매우 높게 느껴진다.

이해가 어렵다면 교통비를 포함한 총 금액의 개념에서 생각해보면 된다. 3만원의 음식에 교통비를 포함해봤자 총비용은 10%도 늘지 않는다. 그러나 3500원의 국수는 교통비를 포함할 경우 총 비용은 60%가 넘게 상승한다.

따라서 같은 교통비를 들이더라도 체감적으로는 후자를 훨씬 비싸게 받아들이므로 교통비를 지불하는 데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국수집이 위치한 곳 주변에는 다른 방문할 만한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상대적으로 교통비의 부담은 더더욱 커진다.

이를 경제학의 기회비용(여러가지 선택 중에서 어떤 한가지 선택을 할 때 다른 것을 포기하는 비용)의 개념으로 보더라도 마찬가지의 결론이 나온다.

특정지역을 굳이 방문하여 일으키는 소비는 즐거움과 경험을 얻기 위한 목적 또한 존재한다. 3500원 가격의 국수가 아무리 훌륭하더라 하더라도 그것이 몇만원에 달하는 요리 이상의 경험과 즐거움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

더군다나 몇만원짜리 식사를 지불하는 지역은 그와 연계된 다른 소비를 할 곳들도 많다. 이 경우 그만큼 돈은 더 들어갈지 모르나 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가치는 후자가 압도적으로 높다. 즉, 후자의 기회비용이 더 높기에 3500원의 국수집은 아무리 훌륭하더라 하더라도 교통비와 시간을 들여 굳이 방문할만한 곳은 되지 못한다.

백종원씨가 진행하는 ‘골목 식당’도 이러한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골목식당 속에 등장하는 상권과 그 등장 가게들도 굳이 먼 길을 방문할 만한 기회비용을 가지진 못한 곳들이다. 그러나 이를 백종원씨가 ‘인정한’, ‘컨설팅한’이라는 스토리가 붙음으로 인해 기회비용을 부양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그러나 모든 가게들이, 모든 상권들이 이러한 행운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기회비용은 상권의 선택과 아이템의 선택, 그리고 가격 결정에 있어서 고려가 매우 면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절대적인 명목 가격상의 저렴함이 무조건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 위치나 장소에 따라 저렴함이 가장 큰 무기가 되는 곳이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 또한 존재한다. 이런 기회비용의 개념을 이해한다면 그만큼 상권과 입지에 따라 적합한 아이템과 가격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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