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조만간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또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미 연준도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은의 금리인하 압박 요인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조만간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또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미 연준도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은의 금리인하 압박 요인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미중 무역분쟁 및 경제성장률 하향 전망 등의 영향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한국은행이 어느 시점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부 내에서도 강하게 형성되고 있고 이같은 기준금리 인하 전망 영향에 시장금리도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반도체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을 우려하며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이 발언은 금리 인하 요구에 명확히 선을 그어왔던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른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다.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고 가계부채 또한 증가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수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돈을 풀어야 하는데 돈을 풀자니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잡아놓은 부동산과 가계부채가 다시 꿈틀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이 고민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 금리인하 기정사실화…"이르면 내달 인하할 수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우리나라 경제 전망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쉽게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마저 악화하면서 성장률이 기대 이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면서 지난 4월에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2.3% 성장)도 더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확장 재정, 확장적 기조의 통화정책이 '폴리시 믹스(정책 수단들의 조합)'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같았다"고 말했다.

결국 기준금리 인하와 확장적 경제정책이 있어야 만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한은도 금리인하 압박을 더 많이 받게 된다.

금리인하론이 확산하면서 지금은 그 시기와 횟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3분기 중 금리를 한 차례 내리고 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꼭 연내는 아닐지라도 한번 더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르면 7월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금통위가 2분기 속보치를 미리 보고받고 의결할 것이므로 7월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추이=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한국은행

 

◇ 인하 전망에 채권 강세…시중은행 정기예금 0.01∼0.20%p↓

이같은 분석 등의 영향으로 채권 강세가 최근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최근 1.4%대까지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치(1.246%) 경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힌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채권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경기가 나빠지면 채권금리는 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인 금시세도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1g당 금 가격은 14일 5만1370원(1돈당 19만2637원)을 기록, 2014년 3월 시장이 개설된 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기도 전에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최근 일부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적게는 0.01%포인트, 많게는 0.20%포인트 낮췄다.

신한은행은 지난 11일 '달.콤커피 정기예금'과 'X GOLF 정기예금'의 금리를 연 1.73%에서 1.72%로 낮췄다. 13일에는 '쏠편한정기예금' 금리를 연 1.83%에서 연 1.81%로 0.02%포인트 인하했다.

하나은행은 3일 '369정기예금'의 1년제 최고금리를 2.1%에서 1.9%로 0.20%포인트 낮췄고, 우리은행은 10일부터 '위비SUPER주거래예금2'의 금리를 연 2.0%에서 연 1.90%로 내렸다.

◇ 부동산 시장 먼저 움직여…서울 아파트값 7개월 만에 상승

우려스러운 점은 기준금리를 내리면 자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면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올해 들어 대출 증가량이 12조8000억원(1∼5월)으로 전년 동기(25조4000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1500조원이 넘는 절대 규모는 여전히 불안 요인이다.

내수 및 투자 진작 등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이 경우 부동산 시장이 다시 되살아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움직일 경우 진정세를 보이던 가계부채도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114는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이 0.01%를 기록해 지난해 11월2일 조사 이후 30주 만에 처음 상승 전환했다고 14일 밝혔다. 서울 아파트값은 9·13대책의 효과가 본격화한 11월초부터 줄곧 내림세였다.

한국감정원 통계에서도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01% 내리며 31주 연속 하락했으나 강남구 아파트값이 8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대치 은마,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 재건축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0.19%)도 9주 연속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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