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거시경제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거시경제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고 말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7월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금리 인하 명분을 쌓은뒤 오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총재는 25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오찬간담회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저인플레이션 현상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대응과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각각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 총재의 발언으로 볼 때 금리인하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창립 기념사를 통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선회할 뜻을 처음 내비쳤고 20일에는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며 “대외여건이 급작스럽게 많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우려스러운 대목은 실물경제다. 불확실한 대외여건 영향에 따라 실물경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추이=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한국은행

 

특히 성장률 전망치(현재 2.5%)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이달 말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와 산업활동동향을 비롯해 새로 입수되는 실물경제 지표를 좀 더 지켜보고 보다 정확한 성장흐름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수요 부진에 따른 저물가도 만만치 않은 변수다. 지나치게 물가가 낮아질 경우 투자·소비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올해 1∼5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안정 목표인 2.0%를 밑도는 0.6%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최근 낮은 물가는 글로벌 저인플레이션 영향, 공급측 요인 그리고 정부의 복지정책이라고 하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요인이 상당 부분 영향을 주고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 있다고 본다”며 “주요국도 제로금리, 여러 가지 양적 완화 등 유례없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폈으나 저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어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이 미약한 가운데 공급 측면과 정부 정책 측면에서 모두 당분간 하방압력이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4월 전망치(1.1%)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연간 전망도 0%대로 둔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총재는 “올해 중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 전망(1.1%)을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1%를 밑도는 낮은 흐름 지속할 것”이라며 “(0%대 가능성에 대해) 4월 전망치보다 낮을 것이라고 했으니 어느 정도 감을 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를 밑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물가상승률이 0%대를 기록했던 것은 외환위기로 국가 경제가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던 1999년(0.8%)와 유가 폭락 여파로 물가상승률이 0.7%를 기록했던 2015년 두 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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