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만에 열린 국회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법안심사에 들어감에 따라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법제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석 달 만에 열린 국회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법안심사에 들어감에 따라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법제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픽사베이

 

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보험금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병원이 환자의 진료내역 등을 전산으로 직접 보험사에 보내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는 환자가 진료명세서 등 종이 서류를 병원에서 받아 이를 보험사에 제출하고 있다. 따라서 번거롭고 이것을 귀찮게 생각하는 보험 가입자들은 소액 보험금은 아예 청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법제화될 경우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적지않은 혜택을 받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없던 것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보험계약 내용에 따라 받게될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게 되는 셈이다.

시민단체들도 청구 간소화에 호응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등 7개 시민단체는 지난 4월 기자회견을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 편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보험업계도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얼핏보면 실손보험 청구가 많아지면서 보험사 입장에서 볼 때 손해가 늘어날 것 같지만 업무 효율화에 따른 장점이 크다. 또 진료기록 전산화로 병원의 과잉진료나 보험사기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손실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청구 간소화가 개인의 의료선택권·재산권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보험사 이권사업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실손보험 도입 이후 현재까지 실손보험에 적합한 진료비 지급 절차가 미비해 국민의 진료비 청구권이 제한되었다면, 진료비 지급 절차를 개선하고 국민의 당한 피해에 대한 구제를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손보험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개인의 필요도와 경제 능력 등에 따라 가입 여부를 선택하는 민간보험이고, 의료기관은 실손보험사나 실손보험 가입자와 어떠한 법적·계약적 의무나 제한을 받지 않는 독립적 지위를 가진 경제주체"라며 "이러한 의료기관에 건강보험과 같은 굴레를 씌워 실손보험 진료비 대행 청구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의료기관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입법이자, 실손보험 가입자의 진료비 내역과 민감한 질병 정보에 대한 보험회사의 진료 정보 축적의 수단으로 악용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료업계가 이같이 반발하는 데에는 보험금 청구가 전산화되면 값비싼 비급여 진료 현황이 노출되고, 정부나 보험사가 진료수가를 통제하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종이로 청구서류를 제출하면 개인정보가 보호되고, 전산으로 제출하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의료계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6∼1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현재 계류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다룰 예정이다. 

이번 논란이 국민들의 건강과 편의를 도외시한채 밥그릇만 지키기 위한 꼼수로 비쳐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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