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8일 기준금리와 성장률 전망치를 동시에 내렸다. 금리는 0.25%포인트(p), 올해 경제성장률은 0.3%p 하향조정했다. 8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었다.
한국은행이 18일 기준금리와 성장률 전망치를 동시에 내렸다. 금리는 0.25%포인트, 올해 경제성장률은 0.3%p 하향조정했다. 8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었다.

한국은행이 발빠르게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동안 미지근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직도 우리경제가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금리인하 카드를 섣불리 써서는 안된다는 기존 스탠스와도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저런 심사숙고 끝에 '어차피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데, 8월에 하기 보다는 한달 앞당기는 게 더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1.75%에서 0.25%포인트 내렸다.지난해 11월 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올린지 8개월 만에 금리 방향을 바꾼 것이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금리인하 배경은 이렇다. 

무엇보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을 크게 밑돌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 2.5%에서 2.2%로 하향조정했다. 여기에 수출·투자·내수 부진에 고용 회복이 견고하지 못한데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을 막은 것도 금리인하 요인으로 지목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당초 전망(전년 동기 대비 1.1%)보다 낮은 0%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전년 동기 대비 2.0%다. 결국 부진한 경기와 목표 대비 낮은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금리 인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한일간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은으로서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고 선제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말 금리를 내릴 것이 확실시되는 것도 금리인하 결정에 따른 부담을 덜어줬다. 금리역전 차가 더 벌어지는 것도 방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었던 셈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었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이어지는 것은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그러면서 "금리인하 효과를 높이려면 적극적인 재정·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4일 "여러 가지 경제여건이 변화했다"며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이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었다.

이 총재는 "지금의 경기 둔화는 상당 부분 공급 충격에 기인한 것"이라며 "공급충격에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려면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하는데, 과거처럼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적극적인 재정 정책, 나아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과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으로서는 할 만큼 한 것이니, 이제 정부가 금리인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정책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에둘러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시휴전 상태인 미중 무역분쟁에다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 등 여러 불확실성이 중첩돼 있는 상황에서 종전처럼 "별 문제 없다"식의 신중론을 고수했을 경우 불어닥칠 비난을 한 몸에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하튼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상황과 한은의 경제 분석 내용이 일치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런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시장은 이주열 총재보다 더 빨랐다ㆍ한은의 조치를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시기가 언제냐의 문제일 뿐 금리인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크게 환호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준금리 인하가 채권 및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진명 연구원은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었으나 기준금리 인하 자체는 예상된 바였고 이는 이미 금융시장에 선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실제로 지난 17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399%로, 인하 전 기준금리(연 1.75%)보다 35.1bp(1bp=0.01%) 낮았다"며 "한은이 연내 2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0.31% 내린 2066.55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도 0.17% 후퇴한 665.1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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