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북스를 방문한 지인에게 핀란드 브랜드인 '아라비아'의 컵을 선물 받았다.

핀란드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은 이 컵을 헬싱키 중고샵에서 샀다고 했다.

꽤 오래된 것이지만 멋스러워서, 커피를 좋아하는 내게 선물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중고품이 주는 매력, 중고품을 선물받는 느낌이 참 특별했다.

핀란드에는 ‘Jokamiehen oikeudet’(Everyman’s right), 즉 '모든 이의 권리'라는 법이 존재한다는 얘기를 해 줬다.

핀란드에 사는 사람이나 핀란드를 방문한 사람, 그 누구나 이 땅의 자연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말이란다.

호수, 바다, 숲 등 대자연을 누릴 자유를 보장한다는 법이라는 얘기다. 우리들보다 자연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헤이북스 사무실에는 작은 운동기구가 하나 있는데, 계속 앉아만 있어 몸이 찌뿌둥할 때 가벼운 운동을 하려고 기구를 검색해 보다가 중고를 구매했다.

이전 사용자가 깨끗하게 관리를 해서 중고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오히려 내가 오래도록 운동을 해 왔던 것 같은 착각까지 들게 하니 일석이조^^

동네에 예쁜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개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 다음주에 문을 닫는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폐업물건을 처리하는 업체에서 가져가지 않아 폐기물로 처분하게 됐다는 의자가 꽤 감각적이길래 커피 몇 잔 값을 치르고 가져왔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탁 한 번 하고 베란다에 둔 지 7년이 넘었다. 새벽에 혹은 한 밤중에 이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기분은 해 본 사람만 안다.

 

갑자기 든 생각.

서점에서 반품되어 돌아와 독자들에게 새 책으로 팔기는 어렵게 된 책, 이 중고책(사실 아무도 읽지 않았으니 중고책은 아니지만)들을 잘 선별해서 꼭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무리 생각해도 반품된 도서들이 새 책으로 팔릴 수 없다고 종이 파쇄기로 들어가는 것은 안될 일이다.

뭐, 내가 환경을 생각하는 특별한 활동을 하진않지만, 쓸데없는 물건 사서 쓰지도 않고 버리고, 쓸만한 데도 유행지났다고 버리고, 반품하기가 귀찮다고 처박아 뒀다가 버리고....이런 과소비만이라도 하지 않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몇개씩 갖고 있는 에코백보다 쓰던 물건을 오래쓰는 것이 진짜 에코라는 누구의 말처럼. 좀 착한 생각을 해 보는 아침.

<윤미경 헤이북스 대표>

저작권자 © 자투리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