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끝내 한국을 우방국(백색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한일 양국의 교역과 산업 생태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사진=pixabay]일본이 끝내 한국을 우방국(백색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한일 양국의 교역과 산업 생태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긴급뉴스로 전했다. 개정안은 7일 공포돼 오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가 일본 제품의 한국 수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본격화하면서 양국 관계가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백색국가는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나라다. 지금까지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 외에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등 총 27개국이 지정돼 있었다. 아시아에선 한국이 유일했다. 하지만 2004년 지정된 한국은 이 리스트에서 빠지는 첫 국가로 기록됐다.

◆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 IT 업계의 수출 차질 우려

백색국가 제외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 IT 업계의 수출 차질이 우려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반도체에 회로를 그릴 때 필요한 마스크 등이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개 반도체 핵심 소재 규제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의 4~5%가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 이 비중이 두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으로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IT업계도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D램은 70%,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50%를 전담하고 있다. 미국 애플, 중국 화웨이, 일본 소니 등 내노라하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제품에 모두 국산 반도체가 들어간다.

◆ 전기차 배터리, 정밀기계 분야 타격 예상

일본 수입 비중이 높은 전기차 배터리, 정밀기계 분야의 타격이 예상된다.

국내 대표 전기차 배터리사인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은 배터리 핵심 부품인 파우치 필름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해왔다.
국내는 파우치필름에 대한 생산 기술은 확보했지만 아직까지 양산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도 일본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등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분리막은 배터리에서 전기를 만드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해 이온만 통과시키는 소재로, 분리막이 찢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진다.

정밀기계 분야도 일본 의존도가 높은데다 전략물자로 지정된 제품들이 많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편 조선과 철강 분야 등은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되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과 철강업계는 국산화율이 높고 대체재가 충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석유·화학분야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특정 제품에 일본 의존도가 높긴 하지만 국내 생산만으로도 수급에 차질이 없기 때문이다. 

◆ 여행사와 항공사 등 국내 여행업계 피해 가중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될 경우 여행사와 항공사 등 국내 여행업계의 피해가 가중될 전망이다. 

2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이 거세지면서 여행사와 항공사 등의 타격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휴가 성수기인데도 일본 여행 예약은 80%나 감소했다. 

국내 해외여행객 유치 1·2위 업체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일본 여행 신규 예약자 수는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이 본격화된 지난달에만 전년 대비 70~80% 급감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을 줄이는 대신 여유가 생긴 항공기를 중국 등 다른 노선에 투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9월 3일부터 부산∼삿포로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다른 일본 노선에도 투입 항공기를 소형기로 전환해 좌석 공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신 인천~난징, 장가계, 항저우 등 3개 노선 취항을 준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9월 중순부터 인천발 후쿠오카·오사카·오키나와 노선 투입 항공기를 기존 A330에서 B767·A321 등으로 변경해 좌석 공급을 축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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