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키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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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적용지역 지정요건 완화 △도시정비 사업의 지정효력 적용시점도 ‘최초 입주자모집 승인 신청 단지’부터로 일원화 △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 전매제한기간 확대 △ 거주의무기간 도입 및 후분양 기준 강화 등이다. 

그런데 정책의 핵심인 적용 지역과 적용 시점 등이 빠져 있다. 구체적인 지역 및 시기에 대한 결정은 10월 초 ‘주택법 시행령’ 개정 이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별도로 이뤄질 계획이다.

◇ 도시정비 사업, 사업성 악화로 일정 지연될 듯

키움증권 라진성 연구원은 "10월에 분양가상한제가 본격화되면 일반도급과 자체사업은 물론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전에 있는 도시정비 사업들은 사업성 악화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관리처분인가를 획득하고 이주 및 철거가 시작된 도시정비 사업은 금융비용 증가 등 매몰비용의 이유로 사업 연기가 쉽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적용 기준일이 ‘최초 입주자모집 승인 신청 단지’로 일원화되면서 밀어내기가 가능한 물량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건설사의 올해 분양계획 달성률은 큰 폭의 미달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내년부터는 주택공급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내년 3월 서울 정비구역 일몰제 대상이 되는 사업지가 38곳에 이른다. 착공지연에 따른 매출 및 이익 실현의 지연은 불가피하지만 수익성은 도시재생의 계약 형태가 대부분 ‘도급제’로 분양가 하락에 따른 이익률 감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증가하고 원가를 낮추기 위해 공사 품질이 하향평준화 되고, 일반분양의 주요 마감을 플러스 옵션으로 전환하면서 실제 분양가격이 상승할 여지도 있다. 

자료=국토교통부

 

◇ 부처간 미묘한 입장차…적용 축소· 지연 가능성

기재부는 경기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을 때 이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집값이 상승할 조짐이 보이면 개정안이 시행·공포되는 오는 10월에라도 당장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오는 10월 공포·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국토부가 기재부 등과 협의해야 한다.

기재부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 직전 국토부에 “10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도 곧바로 이를 민간택지에 적용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국민에게 분명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분양가 상한제가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언급하며 “오늘 발표(시행령 개정)는 1단계 조치이고 실제로 적용하는 2단계 조치는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속도 조절’을 강조하는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의 상황에서 경기침체를 더 부추길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한편 국토부는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이번 조치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모든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는 게 아니다”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지역에 한해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구체적인 지정 지역 및 시기는 제도 개선 이후 주거정책심의위에서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별도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부처간 미묘한 입장차이가 드러나면서 분양가상한제는 시행령이 발효되는 10월 이후에도 실제 적용을 위한 협의 과정에 시간이 소요되거나 적용 지역이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중 어느 지역에, 언제 제도를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에는 기재부 차관 등 타 부처 차관 다수와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만큼 국토부 만의 의지로 강행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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