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여사 입니다.
조직생활 20년 넘게 한 이제 갓 50대에 진입한 대한민국 주부입니다.

남편 생존. 20살 넘긴 자녀 둘.
이 코너를 통해 이런 저런 세상살이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원래 호시탐탐(虎視眈眈)이란 ‘호랑이가 눈을 부릅뜨고 먹이를 노려본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이 코너에서 말하는 호시탐탐(好時探探)이란 한번 사는 인생 죽는 날까지 즐겁게 배우고 탐구하며 도전정신으로 살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편집자주>
 

[자투리경제=송지수 일러스트레이터]

386세대, 88 꿈나무…이렇게 불리던 세대가 어느덧 50대 중·장년층이 되었다.

부모님 세대를 이어 우리나라의 경제부흥기를 이끌며 본격적으로 풍요와 기회를 경험한 세대다.

반면 뭘 해도 끼인 세대, 과도기 세대, 부모님 봉양이라는 책임감을 느끼는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다(내 스스로의 자칭이 아니라 대학졸업 후 계속 사회에서 그렇게 구분하고 부르더라).

2019년 386세대의 현실은 이렇다. 친구들의 (시)부모님들이 치매 초기로 진입하셨다.

증상의 양상은 다양했다. 어떤 시어머니는 며느리한테 `너 내 통장에서 돈 빼갔지?` 어떤 부모님은 자꾸 김치와 시계가 없어졌다고 한다.

이렇듯 무너져 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요양원으로 모시기 전까지 갖은 마음 고생으로 자식들이 우울증 오기 일보직전이라고 한다.

여기에 취업난으로 사회에서 자리잡기 힘들어지면서 자녀들이 지금 부모세대에 비해 안정적인 경제축척기간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상대적으로 짧아지면서 우리 세대처럼 자녀가 부모를 보살피는 효 또는 봉양 이라는 단어는 사전에나 있을 뿐 이를 감히 꿈 꿔 볼 수 없게 됐다.

어느 날 자녀가 그랬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왜 맨날 아픈 얘기, 불행한 얘기만 하셔? 그리고 왜 맨날 걱정만하고 부정적이야? 부담스러워.” 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조부모의 습관적인 불평· 불만을 어두운 얼굴로 앉아 그저 묵묵히 듣고 있는 부모를 보며, 나이 든 사람에 대한 그리고 자식의 도리라는 무게에 대해 자녀들은 부모에 대한 부담과 효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나와 내 자녀의 즐거운 삶을 위해 부모로서의 도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 부모님이 마지막까지도 사람답게 생을 맞을 준비를 하고 계신지 살펴 보았다.

부모 자식간 대화주제로 삼기에 결코 편하지 않을 수 있으나 감사하게도 내 부모님은 거부감 없이 얘기를 들어주시고 수목장, 납골당, 천주교묘지 등 본인이 들어갈 자리형태의에 대한 매입계획 등을 들려 주셨다. 필요한 보험가입과 장례비용 천만원도 준비하셨단다.

무엇보다 신선한 건 부모님 중 어머니가 한 보 앞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명치료거부)를 거주 지역 가까운 국민건겅보험공단에 등록하고 오셨단다.

그리고 아버지에게도 어서 등록하라 권유하셔서 아버지도 곧 하시겠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의 원동력은 첫째는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과정을 본인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의지이고 둘째는 자식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자연스럽게 부모님께 오늘도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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