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서쪽 끝에 위치하여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접경지대에 있는, 도시 자체는 작지만 아름답고 유서 깊은 도시, 아헨.  

오늘날 대성당을 비롯하여 구 시가지의 관광, 그리고 카롤루스 온천에서의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이곳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공과대학인 아헨 공대가 있는 대학도시로서 항상 활기가 넘친다. 

또한 아헨은 프랑크 왕국의 전성기를 누린 샤를마뉴 대제(Charlemagne)의 수도이기도 했다. 오랜 전통과 역사적 중요성 덕분에 아헨 대성당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선출되면 그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대관식이 열린 장소로 사용되었다. 중세 시대에 걸쳐 1531년까지 독일 황제의 대관식은 아헨 대성당에서 거행되었다. 프랑크푸르트의 카이저돔(Kaiserdom)에서 선출된 황제는 곧바로 아헨까지 행차하여 아헨 대성당에서 왕관을 받았다. 

신성로마제국의 오랜 역사 동안 권력의 심장과도 마찬가지였던 곳이다. 이런 연유로 아헨 대성당은 1978년 독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되었다. 

프랑크 왕국(Francia)은 5세기 말 게르만족의 한 부족인 프랑크족이 현재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아우르는 지역에 세운 왕국이다. 이 왕국은 현재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형성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로마 제국 멸망 이후 로마의 이름을 자처하여 신성 로마 제국의 기원이 되었다. 신성로마제국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연방국을 말하며 여러 제후들이 선거를 통해서 황제겸 독일 왕을 뽑았다고 한다. 후대 여러 유럽 왕위에 영향을 끼친 살리카법이라는 법전을 편찬하기도 했다.

아헨 지도. 출처: Google map
아헨 지도. 출처: Google map
아헨 대성당 전경.  카롤링거 왕조풍의 성당으로 샤를마뉴 대제의 아름다운 8각형 예배당과 금빛으로 빛나는 성골함이 있는 명소이다. 768년에 즉위한 프랑크 왕 카롤루스 1세가 아헨은 제2의 로마이며 유럽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건축하였다고 한다.  사진 출처: Google photo
아헨 대성당 전경.  카롤링거 왕조풍의 성당으로 샤를마뉴 대제의 아름다운 8각형 예배당과 금빛으로 빛나는 성골함이 있는 명소이다. 768년에 즉위한 프랑크 왕 카롤루스 1세가 아헨은 제2의 로마이며 유럽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건축하였다고 한다.                                             사진 출처: Google photo
아헨 대성당 축소 조각품. Photo by 최영규
아헨 대성당 축소 조각품. Photo by 최영규

아헨(Aachen) 대성당의 출입문 양쪽에는 청동으로 주조된 늑대와 솔방울 조각이 있다. 늑대상은 의심할 여지없이 로마의 건국을 상징하고, 영적인 힘을 의미하는 솔방울은 샤를마뉴 대제가 신성 로마 제국의 수도로 삼고자 했던 ‘두 번째 로마’ 즉 아헨을 상징한다. 

대성당 전체가 그러한 의도 하에 건축되었으므로, 성당에 놓인 돌 하나, 장식 하나에도 특별한 의미가 숨어 있다. 로마를 ‘상속’한다는 의미에서, 성당의 부지를 고를 때부터 켈트족 신화에서 건강을 담당하는 신이었던 그라누스(Grannus, 아헨의 라틴어 이름인 ‘Acquae Granni’는 그에게서 유래하였다)를 경배하기 위해 지어진 이교도 사원이 있던 자리를 선택하였다. 

이곳에 초기 기독교 교회가 건립되었고, 훗날 샤를마뉴 대제의 아버지로 카롤링거 왕조를 세운 피핀이 궁전 예배당을 건설하여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하였다. 아헨 성당의 원래 구조는 이탈리아 라벤나의 성 비탈레 성당(Basilica di San Vitale)과 비잔틴의 아야 소피아 또는 하기아 소피아( Ayasofya 아야소피아, ‘성스러운 지혜’라는 뜻)를 참고하여 지어졌다. 

8각의 기부위에 2층으로 된 주랑을 세우고 지붕에는 돔을 얹었다. 8각형은 신성한 도형으로서 시작도 끝도 없는 원과 세계를 상징하는 4각형이 만나는 접점으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대성당 자체가 비록 땅 위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천국을 지향하는 신성 로마 제국의 이념을 구현한 건물인 것이다. 성당을 설계하는데 쓰였던 여러 가지 치수와 비율에서는 12라는 숫자가 반복적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는데, 12는 예수가 이끌었던 제자의 숫자일 뿐 아니라 이스라엘 부족의 숫자이기도 하다. 

또한 숫자의 상징체계에서는 12에 12를 곱한 144가 완전한 숫자로 여겨지는데 첫 번째 예배당의 원주가 약 44미터에 해당하는 144피트이다(카롤링거 시대에는 13인치가 1피트였다).

그 후 수세기에 걸쳐 여러 차례 보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성당은 아직도 카롤링거 예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성당에 보관된 수많은 보물 중에 주목할 것은 932년부터 1531년까지 32명의 독일 국왕이 대관식을 치르면서 사용했던 흰색의 대리석 옥좌이다. 

흰색의 대리석 옥좌. 사진 출처: 아헨 대성당 홈페이지
흰색의 대리석 옥좌. 사진 출처=아헨 대성당 홈페이지

샤를마뉴 대제는 814년 72세를 일기로 아헨에서 세상을 떠났고, 그의 시신은 대성당 안에 묻혔다고 하는데 정확한 위치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799년 샤를마뉴 대제는 자신이 세운 성당에 특별한 의미를 더하고자 예수의 시신을 쌌던 끈을 비롯하여 예수가 탄생한 날 성모아리아가 입었던 옷, 예수가 처형되던 날 세례 요한이 입었던 옷 등이 담긴 성물 함을 예루살렘에서 가져와 성당에 바쳤다. 이 성물함 덕분에 아헨 대성당은 오랜 기간 동안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성지 순례지가 되었고 1355년 대성당을 증축하기에 이르렀다. 

아헨 대성당의 부속 보물실은 북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교회 보물실로 손꼽힌다. 성당 지하실에는 보석을 아로새긴 금제 로타의 십자가, 진주를 수놓은 짙은 청색의 벨벳 제의, 은과 금으로 만든 샤를마뉴 대제의 성골함 흉상, 샤를마뉴 대제의 유해가 있다. 그리스 신화 중 페르세포네 납치 내용을 양각한 대리석 관도 있다.

샤를마뉴 대제의 성유물 상자(황금 팔라도로: Pala d’Oro)  
샤를마뉴 대제의 성유물 상자(황금 팔라도로: Pala d’Oro)  
아헨 대성당의 8각형 천장(Oktogon kuppel)에는 동로마양식의 8각구조 모자이크가 유명한데 이는 이탈리아 라벤나(Ravenna)의 성 비탈레성당(Basilica di San Vitale)을 방문한 샤를마뉴 대제가 비탈레 성당의 모자이크 장식을 보고 감명을 받은 후 만들었다고 한다. 라벤나는 과거 서로마제국과 비잔틴 제국의 수도로서 유서 깊은 도시이며 동서 교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던 이곳은 수많은 역사적, 예술적 유물들이 남아있다.  Photo by 최영규 
아헨 대성당의 8각형 천장(Oktogon kuppel)에는 동로마양식의 8각구조 모자이크가 유명한데 이는 이탈리아 라벤나(Ravenna)의 성 비탈레성당(Basilica di San Vitale)을 방문한 샤를마뉴 대제가 비탈레 성당의 모자이크 장식을 보고 감명을 받은 후 만들었다고 한다. 라벤나는 과거 서로마제국과 비잔틴 제국의 수도로서 유서 깊은 도시이며 동서 교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던 이곳은 수많은 역사적, 예술적 유물들이 남아있다.  Photo by 최영규 

아헨의 구도시를 다니다 보면 동상이나 분수 그리고 재미있는 조각물들을 볼 수 있어 몇 개 소개한다. 

시청 광장 중앙에 1620년에 만들어진 아헨에서 가장 오래 된 카를 분수(Karlsbrunnen). 분수 위에는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 대제(Karl der Groß)의 동상이 있다.  Photo by 최영규
시청 광장 중앙에 1620년에 만들어진 아헨에서 가장 오래 된 카를 분수(Karlsbrunnen). 분수 위에는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 대제(Karl der Groß)의 동상이 있다. Photo by 최영규
포겔 분수(Vogelbrunnen, Puppet Fountain). 포겔(Vogel)은 독일어로 새를 뜻하며 이 분수에는 아헨의 역사 속에 나오는 교수, 감독, 할리퀸, 인형, 말을탄 기사, 수탉이 조각되어 있다. Photo by 최영규
포겔 분수(Vogelbrunnen, Puppet Fountain). 포겔(Vogel)은 독일어로 새를 뜻하며 이 분수에는 아헨의 역사 속에 나오는 교수, 감독, 할리퀸, 인형, 말을탄 기사, 수탉이 조각되어 있다. Photo by 최영규
돈의 흐름(Kreislauf des Geldes)이라는 이름의 조각물. 아헨 저축은행의 후원으로 1976년에 세워짐.  Photo by 최영규
돈의 흐름(Kreislauf des Geldes)이라는 이름의 조각물. 아헨 저축은행의 후원으로 1976년에 세워짐. Photo by 최영규
Signboard Restaurant Postwagen Aachen. Aachen 시청사 좌측 모퉁이에 위치한 식당의 간판. 이 restaurant는 1657 년에 건축 된 풍성하고 조각난 반 구조의 목조 건축물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손상된 후 원래의 바로크 양식으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아헨의 거리를 따라 관광하다가 꽤 재미있는 볼거리들 중 하나이다.Photo by 최영규
Signboard Restaurant Postwagen Aachen. Aachen 시청사 좌측 모퉁이에 위치한 식당의 간판. 이 restaurant는 1657 년에 건축 된 풍성하고 조각난 반 구조의 목조 건축물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손상된 후 원래의 바로크 양식으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아헨의 거리를 따라 관광하다가 꽤 재미있는 볼거리들 중 하나이다.Photo by 최영규

TIP: 아헨 여행 시 유익한 여행자 정보를 소개한다.

아헨으로 가는 방법은 local train 으로 쾰른(Köln)에서 1시간,   뒤셀도르프(Düsseldorf)에서 1시간 20분 정도 소요. 이때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티켓(Nordrhein-Westfalen Ticket)을 사용하면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 ICE로는 쾰른에서 30여분 소요된다. 또한 벨기에 브뤼셀(Brüssel)에서 쾰른으로 가는 ICE(InterCity Express) 기차도  아헨을 거친다. 

<자료출처>

1. Marco Cattaneo, Jasmina Trifoni 지음 The Worls Heritage Sites of Unesco, 생각과 나무

2. 아헨대성당,  https://www.aachenerdom.de/

3. 네이버 지식백과, 아헨대성당(Aachen Cathedral)

4. 독일 관광 티스토리, http://reisende.tistory.com/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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