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에서 온 남자, 이승형 지음, 376쪽, 1만4800원

행복했던 과거의 어느 날로 돌아가 인생을 재설계할 수 있다면 그 기회를 받아들일 것인지 독자에게 묻는 공상과학 기반의 로맨스 소설이 출간됐다.

북랩은 약혼녀를 사고로 잃었으나 과거의 우주로 편입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과거로 떠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SF 소설 ‘사이프러스에서 온 남자’를 펴냈다.

이 소설은 우주를 구성하는 시공간이 마치 종이로 된 탑처럼 한 장 한 장 쌓여 있으며, 현재는 그중에서 가장 위에 놓인 페이지라는 SF적 발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결과 인류는 밑에 깔려 있는 과거의 시공간을 복제할 수 있으며, 누구든지 대가를 지불한다면 일생에 단 한 번 환형열차라는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시공간의 ‘복제된 우주’로 편입할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류재근 역시 이 환형열차를 이용해 복제된 과거 우주로 편입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스토커로 인해 약혼녀를 잃어버린 그는 그녀와의 행복한 삶을 목표로 환형열차에 탑승하고자 하나, 약혼녀를 앗아간 스토커를 살해한 죄로 환형열차가 있는 사이프러스의 교도소에서 10년간 복역하게 된다. 복역을 마치고 교도소를 나온 그는 환형열차에 탑승할 권리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지만,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10년 동안 자신처럼 환형열차에 타려고 사이프러스에 왔던 사람들이 각각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며 망설인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환형열차에 오른 사람, 과거로 돌아가도 행복해질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환형열차 탑승을 포기한 사람, 환형열차를 통해 과거로 돌아가면서도 사이프러스에서의 추억은 잊지 않겠다는 사람 등 다양한 선택을 본 그는 ‘과거로 돌아간다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자신이 겪은 불행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 불행이 반복되지 않는다 해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의심 등이 발목을 잡지만 결국 환형열차에 오른 재근은 약혼녀와 처음 만난 날의 우주로 편입하고, 그곳에서 자신의 행동양식부터 바꾸기 시작한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던 태도를 버리고 주변 사람들을 이끄는 능동적인 사람이 되어 이곳에서도 이어지는 스토커의 집요한 추적과 협박을 이겨내 결국 행복을 쟁취하기에 이른다.

저자인 이승형은 이러한 류재근의 행보를 통해 ‘아무리 좋은 기회가 있더라도 스스로 행동하지 않으면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컴퓨터 공학도가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구성하고 인문학적 가치를 담아 쓴 이 소설은 읽는 이로 하여금 SF적 재미와 더불어 소중한 것을 지키고 행복해지기 위해선 지금 무엇을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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