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는 일정한 용도로 쓰고 남은 나머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런 자투리는 때로는 우리의 삶에서 여백, 여유로 나타나기도 한다.

여백은 버려진 공간이 아니다. 쓸모없는 공간이 아니다. 비어 있음으로 해서 사유와 명상이 가능한 공간이다. 자투리가 없으면 너무 야박하고 인정머리 없고 조금 답답하다. 자투리 혹은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을 생각해보는 시, 문학, 그림, 사진을 소개해 본다. <편집자 주>

 

  • 김정희의 세한도
(출처 : 문화재정보)
(출처 : 문화재정보)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실학자로 청나라 고증학의 영향을 받아 금석학을 연구했으며 추사체를 만들었고 문인화의 대가였다. 이 작품은 김정희의 대표작으로 가로 69.2, 세로 23의 크기이다.

이 그림은 그가 1844년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을 때 그린 것으로 그림의 왼쪽 부분에는 자신이 직접 쓴 글이 있다. 이 글에서는 사제 간의 의리를 잊지 않고 북경으로부터 귀한 책들을 구해다 준 제자 이상적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며 답례로 그려 준 것임을 밝히고 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출처 : 위키피디아)

한 채의 집을 중심으로 좌우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주위를 텅 빈 여백으로 처리하여 극도의 절제와 간략함을 보여주고 있다. 여백이 주는 시원시원함과 편안함이 있다. 오른쪽 위에는 세한도라는 제목과 함께 ‘'우선시상’, ‘'완당'이라 적고 도장을 찍어 놓았다. 거칠고 메마른 붓질을 통하여 한 채의 집과 고목이 풍기는 스산한 분위기가 추운 겨울의 분위기를 맑고 깨끗하게 표현하고 있다. 마른 붓질과 묵의 농담, 간결한 구성 등은 지조 높은 작가의 내면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인위적인 기술과 허식적인 기교주의에 반발해 극도의 절제와 생략을 통해 문인화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조선 후기 대표적인 문인화로 평가되고 있다.

세한도는 국보 제 180호로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번 주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세한도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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