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사상 첫 연 0%대로 떨어지면서 한국은행의 이번 조치가 내수 진작 및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임시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0.5%p 인하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약 12년 만에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한국은행은 또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연 0.50~0.75%에서 연 0.25%로 인하해 2020년 3월 17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유동성을 충분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에 은행채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한은은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대응을 금리인하 배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경기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만으로 당장 큰 효과를 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항공 및 여행업계가 극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데다 전자·석유·자동차·철강·조선 등 대부분의 산업들이 부품조달 차질 등으로 생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 실적 악화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작년 말 예상했던 수치에 비해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번 조치가 위기 극복을 위해 선제적으로 내린 조치가 아니라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결정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대응책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은 금통위가 지난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실기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 인하 효과의 경우 뒤따라가기 보다는 선제적인 조치가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기대만큼의 파급력을 갖지 못한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편 이번 금리인하로 가계부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증가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대출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물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자가 싸진다고 해서 곧바로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규제가 강한데다 자금출처 조사도 강화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뒤 인터넷을 통한 생중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가계 차입 비용을 낮추면서 원론적인 의미에서 주택수요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며 "하지만 주택 가격은 금리 요인 외에도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진데다 국내 실물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증시의 호재로 인식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하고 있고 글로벌 공급체인망이 훼손된 상황에서 증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 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당장 V자 급반등세를 보이기 보다는 당분간 바닥을 다지는 과정을거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