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증시의 거친 투매 배경에는 현금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자리한다. 극도로 불안해진 투자심리가 현금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렸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금과 채권 가격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중앙은행(Fed)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에 준하는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7500억 유로에 달하는 추가 양적완화를 선언한 가운데, Fed 역시 일일 매수하는 국채규모를 기존 400억 달러에서 750억달러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하지만 예상보다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시장의 기대보다 후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책 공개 이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보다 더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정책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양시장에서 3거래일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34%(83.69포인트) 급락한 1482.4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도 9시 17분 34초 6.19% 하락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자료=삼성증권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양시장에서 3거래일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34%(83.69포인트) 급락한 1482.4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도 9시 17분 34초 6.19% 하락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자료=삼성증권

◆ 코스피, 5%대 급락…또다시 1500선 붕괴

지난 금요일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로 국내 주식시장이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23일 다시 급락세를 재현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34% 내린 1482.46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20일 반등했던 코스피는 이날 5% 넘게 급락해 1500선 밑으로 또다시 무너져 내렸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13% 하락한 443.7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0원 오른 1266.50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 통화 스왑 체결이 하루만에 약발에 다하고 말았다.

삼성증권 서정훈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달러 공급의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점은 투자심리 개선 외에도 다방면의 긍정적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것 자체가 결정변수로 기능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역외 달러 조달비용은 고수위를 유지 중이고, 미국 내부의 기업 신용 여건도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지만 주요국의 국채 금리는 전례 없는 재정적자로 되레 상승하고 있다.

미국이 시행하게 될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추가적인 달러 강세를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시행하게 될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추가적인 달러 강세를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내일 27조원 안팎 금융시장대책 발표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금융시장에 대한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다.

정부는 비상경제회의 안건에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방안을 신규 편입했다. 콜과 환매조건부채권(RP),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자금시장에서 금리 변동성이 커지자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함께 내겠다는 방침이다.

증권시장안정펀드도 10조원이 넘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 신용보증기금 등과 코로나19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은행권은 10조원 이상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에 기여하고 필요시 증액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이번 협약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초저금리(1.5%) 자금을 공급하고, 이들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안내하기로 했다.

◆ 한은, 24일 증권사 대상 RP 매입

한국은행이 증권사 등 비은행기관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실시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한은은 23일 증권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증권금융과 삼성·미래에셋대우·NH투자·신영증권 등 등 5개 RP 대상 비은행기관을 대상으로 RP 매입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19일 비은행권을 대상으로 RP 거래를 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통상 지급준비금을 예치하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RP를 매각해 시중의 초과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의 공개시장조작을 펼쳐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금시장이 경색됨에 따라 RP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과거 우리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졌던 2008년 10월 말,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계기로 안정을 찾은 경험이 있다. 위기가 발생하면 글로벌 정부는 적극적 정책 공조를 통해 시장을 안정화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같은 조치가 효력을 발휘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코로나19의 진정세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물류 및 인적 교류 단절로 인한 기업이익 악화, 이로인한 금융권 붕괴 등 여러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삼성증권

◆ "정부 금융시장 안정 대책, 효과 크지 않을 것"

이같은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대책에 대해 예상 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은행이 충분한 충당금과 자본을 가져야 하는데 생각보다 체력이 튼튼하지 않다는 것이다. 되레 은행 업종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새로운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 기조의 전환 없이 희생만을 강요하면 은행이 정부의 조력자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위기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국내 3대 금융지주의 보통주 자본 비율은 12.2%로 유럽과 미국 은행보다 낮으며, 대출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 수준은 미국 상업은행의 절반인 0.5%에 불과하다"며 “코로나19 이후 가계·기업·금융회사가 200조원에 육박하는 해외투자 자산에서 적지 않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고정비 투자가 많고 부채비율이 높은 많은 기업은 자금 사정 악화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 은행이 적자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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