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현재의 연 0.75%로 동결했다.  코로나19 사태 충격이 점차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지만 앞선 지난달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대책의 정책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75%로 동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뒤 진행한 인터넷 생중계 기자간담회 내용을 요약하면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0.75%임에도 필요 시 인하할 여력이 있다는 것과 국채 및 특수은행채+MBS를 단순 매입대상에 편입하겠다는 것, 그리고 올해 성장률 전망은 큰 폭 낮아지겠으나 하반기 플러스 성장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올해 한국 경제가 0%대 성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필요하면 추가 유동성 공급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번 비교적 큰 폭으로 금리를 내려 정책 여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실효 하한이 가변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금리 여력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현 0.75%에서 더 내릴 여력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 셈이다.

◇ 기준금리, 종전 수준인 0.75%에서 동결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앞서 임시 금통위에서 소위 ‘빅 컷’으로 불리는 50bp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당분간 그 효과를 점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금통위는 코로나19 이후 경색된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인 대응들을 내놨다. 동시에 실효 하한을 언급하며 금리 정책이 여력이 남아있다고 밝힘으로써 통화당국 차원의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행보가 지속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시장안정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국채 매입을 적극 실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라며 "3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국채시장에서는 추경에 따른 물량 부담 등으로 금리가 본격적인 안정을 찾지 못했는데 통화당국이 직접 수급 개선을 뒷받침하겠다고 나섰다"고 말했다.

자료=메리츠증권

◇ 기준금리 0.75%로 동결됐지만 금융안정 의지 확인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는 조치들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P 금리가 최근 안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과 미국의 하이일드 채권 가격 회복에서 알 수 있듯 해외에서의 신용 리스크 완화 움직임은 3월 부각된 다양한 우려들이 완화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 국내 금리레벨은 이러한 신용리스크 완화를 확인하면서 점차 낮은 수준으로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증권 김지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다는 총재의 경기판단과 함께 굳건한 대응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총재가 국고채 적극 매입을 언급하고 ‘수익률 곡선 관리’(Yield Curve Control)의 가능성을 얘기한 부분은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 통화정책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고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5 월 금통위에서 25bp 추가 기준금리 인하(0.50%)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 “추가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

이 총재는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특별대출은 현재 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회사채 시장의 주요 참가자인 증권사에 대해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하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채 매입과 관련, 수급 및 시장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매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채 직접 매입의 경우 법적 제약이 있다고 전제한뒤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회사채, 기업어음(CP)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국채, 특수은행채, MBS를 합친 시장규모가 전체 채권잔존액의 5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은의 금리안정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국채 뿐만 아니라 특수은행채+MBS를 단순매입 대상에 포함시켜 RP로 간접지원하는 것이 아닌 한은 자산으로 편입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금융 안정을 위한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금융 안정을 위한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
자료=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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