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편      예술의 섬으로 재탄생한 나오시마

일본 가가와현에 위치한 나오시마 섬은 1917년 미쓰비시가 중공업단지를 건설한 후 70여 년간 구리제련소를 운영해 온 섬이다. 하지만 1980년대가 되면서 제련시설 경기가 하락하고, 산업폐기물 및 공해로 섬은 흉물스러워졌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섬을 떠났고, 노인들만 섬에 남았다. 그러던 중 베네세 홀딩스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을 만나면서 섬은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베네세그룹은 과거 후쿠다케 출판사로 후쿠다케 데쓰히코 대표가 1985년 어린이를 위한 캠프장 건설계획을 세운 것이 계기가 되었고 이후 갑작스런 사망으로 그의 아들인 후쿠다케 소이치로가 아버지의 꿈을 이어받아 1989년 캠프장을 건설하면서 일본의 건축가와 교류하기 시작했는데 그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이다.

다카마쯔에서 나오시마 미야노우라 항 까지는 일반 여객선으로 약 50분 소요된다. 미야노우라 항구에 도착하는 순간 우리는 우측에 커다란 빨간색의 호박조각품을 발견한다.

 

Photo by 최영규
Photo by 최영규

 

쿠사마 야요이 작 ‘빨간 호박’. 2006.   나오시마의 관문인 미야노우라 항에 있는 새빨간 호박으로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어 안에서 밖을 볼 수 있다.     Photo by 최영규
쿠사마 야요이 作 ‘빨간 호박’. 2006. 나오시마의 관문인 미야노우라 항에 있는 새빨간 호박으로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어 안에서 밖을 볼 수 있다. Photo by 최영규

 

나오시마 섬의 이곳저곳에는 흥미로운 미술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작품의 전시공간을 미술관의 건물 내부로만 제한하지 않고 섬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곳에는 작품이 있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은 매우 인기가 있다. 나오시마에는 커다란 호박 작품이 두 개가 있는데 먼저 제작된 것이 부두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빨간 호박과 파아란 부두의 바닷풍경이 어색하지 않게 꽤나 잘 어울린다.

또 다른 노란색의 호박도 있다.

쿠사마 야오이 작. “호박‘ 1994. 이 호박 주위에는 빨간 호박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많은 관광객이 모인다. Photo by 최영규
쿠사마 야오이 作 '호박‘ 1994. 이 호박 주위에는 빨간 호박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많은 관광객이 모인다. Photo by 최영규

 

나오시마에 가는 경우 우리는 새로 변모된 섬 속에서 미술관들과 작품세계에 빠지게 된다. 몇곳의 추천 장소를 소개한다.

추천 장소로는 지중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베네세하우스 그리고 이에 프로젝트 이다.

 

지중미술관(지추미술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지중미술관은 원래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의 정신에서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못의 의미를 확장하겠다는 착상에서 시작되었다. 섬의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 대부분을 지하로 매설한 독특한 구조로 만들었다. 하루에도 시간의 변화에 따라, 그리고 일년 4계절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각각 다른 계절 느낌에 따라 작품과 공간의 변화하는 형태를 감상할 수 있다. 즉 자연의 변화와 인간을 생각하는 작품의 느낌을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지중 미술관 내부의 작품들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다.

 

Photo by 최영규
Photo by 최영규

 

지중 미술관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축에, 클로드 모네,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영구 전시하고 있다. 세토우치의 자연과 땅속에 만들어진 공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안도 타다오는 꽉 막힌 구조가 아닌 열린 형태를 통해, 하늘의 정기를 미술관 내에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감상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드는 기획력은 그의 천재성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만들어졌다.

 

 

이우환미술관

 

나오시마에는 이우환의 이름으로 2011년 미술관을 개관했다. 이우환미술관은 나오시마 재생프로젝트를 수행해온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또 다른 작품이자 화가 이우환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두 거장들의 만남이 동시에 한 공간에서 긴장과 화해를 이루면서 완벽한 호흡과 일치를 통해 진정한 만남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우환미술관은 베네세하우스에서 지중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해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이우환미술관은 땅속에 위치해서 가라앉힌 때문이다.

Photo by 최영규
Photo by 최영규

 

‘기둥의 광장’에 설치된 폴(pole). 이우환 작. Photo by 최영규
‘기둥의 광장’에 설치된 폴(pole). 이우환 작. Photo by 최영규

 

바다와 완만한 골짜기를 보면서 계단을 내려오면 정면으로 골짜기를 가로지르는 약 50m의 벽이 있다. 그 벽앞에 네모난 광장이 있어 거기에 무엇인가를 설치하기로 결정하고는 50m의 벽이라는 수평축에 대응하는수직축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18.5m의 높이에 육각 콘크리트 기둥과 자연석과 철판을 설치하였다.

 

 

 

 

베넷세 하우스와 베넷세 미술관

Photo by 최영규
Photo by 최영규

 

안도 타다오의 설계로 1992년에 개관한 베네세하우스는 미술관과 호텔을 일체화한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을 개관한다. 종합공간이다. 1992년에는 호텔뮤지엄과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을 개관하고는 1995년 호텔 오벌, 파크를, 2006년에는 비치라는 이름의 숙박전용 동까지 건설하였는데 모두 안도 타다오가 설계를 맡았다.

한 기업의 꾸준한 관심과 투자, 그리고 건축가의 끊임없는 노력은 베네세하우스라는 단순한 미술관이면서 호텔의 기능도 갖고 있어 실내 및 실외에 많은 작품을 보일수 있는 기능이 있다.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은 지중미술관처럼 외관상으로 보이는 것이 많지 않은 건축물이다. 갤러리 공간은 거의 땅속으로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베네세하우스 정원에 설치되어 있는 조각작품들을 볼 수 있다.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속에 건물이나 예술 조각품들이 녹아드는 듯 옥외에 설치된 작품들은 이곳 베네세하우스를 산책할 때 심심치 않게 해 준다.

 

Niki de Saint Phalle 작. 고시가케(의자). 1989. 베네세하우스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건물옆 호텔동 Park 출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 Photo by 최영규
Niki de Saint Phalle 作. 고시가케(의자). 1989. 베네세하우스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건물옆 호텔동 Park 출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 Photo by 최영규

 

Karel Appel 작. 카에루토 네꼬(개구리와 고양이) 1990. Photo by 최영규
Karel Appel 作. 카에루토 네꼬(개구리와 고양이) 1990. Photo by 최영규

 

갤러리 바깥 바다 쪽에 면한 콘크리트 벽에 스기모토 히로시 의작품 ‘노출된 시간’이 걸려있다.
갤러리 바깥 바다 쪽에 면한 콘크리트 벽에 스기모토 히로시의 작품 ‘노출된 시간’이 걸려있다.

 

갤러리 바깥 바다 쪽에 면한 콘크리트 벽에 스기모토 히로시 의작품 ‘노출된 시간’이 걸려있다.
갤러리 바깥 바다 쪽에 면한 콘크리트 벽에 스기모토 히로시의 작품 ‘노출된 시간’이 걸려있다.

 

Waren George 작. ‘Rickey의 3개의 정방형’. 1972-1982. 해변을 향해 설치된 작품으로 바람이 부는 경우 작품이 움직인다. Photo by 최영규
Waren George 作. ‘Rickey의 3개의 정방형’. 1972-1982. 해변을 향해 설치된 작품으로 바람이 부는 경우 작품이 움직인다. Photo by 최영규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의 커피샵에서 바라본 야외 작품.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의 커피샵에서 바라본 야외 작품.

 

 

 

베네세 홀딩스와 후쿠타케 재단이 함께 한 '베네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는 기업의 문화예술 활동지원, 자연환경과 예술작품의 조화, 지역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끈 대표적인 사례이다. 후쿠다케 소이치로 이사장은 선대 회장의 뜻을 받아 나오시마 섬에 어린이들을 위한 국제캠프장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베네세하우스와 지중미술관, 이우환미술관,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 등 현대미술을 바탕으로 한 '베네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특히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는 나오시마의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 대표적인 사업이다.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Art house project), [이에 프로젝트]

치과 병원이었던 집을 Shinro Ohtake가 전체를 조각과 그래픽 예술작품으로 변환시켰다. 겉의 집은 사진이 허용되나 내부의 모든 작품들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Photo by 최영규
치과 병원이었던 집을 Shinro Ohtake가 전체를 조각과 그래픽 예술작품으로 변환시켰다. 겉의 집은 사진이 허용되나 내부의 모든 작품들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Photo by 최영규

 

 

 

고오진자

스기모토 히로시 작. 적절한 비율(Approriate Proportion). 2002. 배례를 위해세운 건물인 배전, 그리고 그 너머에 본전이 있다. Photo by 최영규
스기모토 히로시 作. 적절한 비율(Approriate Proportion). 2002. 배례를 위해세운 건물인 배전, 그리고 그 너머에 본전이 있다. Photo by 최영규

 

고오진자는 섬에서 씨족신으로 소중히 모셔온 신사이다. 다 쓰러져가던 이곳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재건하기로 하고 스기모토 히로시에게 부탁하여 진행하였다.

지하에 있는 석실과 지상의 본전을 있는 광학유리 계단.  Photo by 최영규
지하에 있는 석실과 지상의 본전을 있는 광학유리 계단. Photo by 최영규

 

나오시마에서 추구한 또 하나의 시도는 소이치로 회장이 시도한 버려진 집이나 사용 안하는 집에 예술적 영감을 승화 시켜 작품화 시킨 것이다. 이와같은 시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섬에 사는 주민들과의 협업이였다. 소이치로 회장은 우선적으로 섬사람들에게 마음과 신뢰를 얻기 위해 섬에 학교를 세우고 여객 터미널을 새로이 단장했으며,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을회관 등을 건립하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섬사람들 사이에서 서서히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고 협력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일부 섬주민들이 떠난 후 폐허가 된 빈집이나 낡은 염전 창고 등은 안도 타다오와 같은 일본 최고의 예술가들 손에 갤러리가 되고, 작품세계로 변신하게 되었다.

1997년에 시작한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폐가가 늘어나면서 나오시마 동사무소가 베네세 홀딩스에 도움을 요청하며 시작되었다. 베네세 홀딩스는 혼무라 지구를 시작으로 낡은 일본식 집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1998년 카도야를 시작으로 미나미데라, 긴자, 고오진자, 하이샤, 고카이쇼, 이시바시까지 7개의 집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점점 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여행객이 드물었던 섬에서 연간 50만 명의 관광객이라는 성과를 냈다. 또한 미술관이 된 빈집을 주민들이 관리하고, 작품의 위치를 안내하는 등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냈으며, 대부분 노인인 주민들이 '자신의 지역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어느 가정집 담장에 올려있는 호박 모양 조각들. 나오시마에 사는 주민들은 저절로 예술가적인 자질을 발산하는 것 같다. Photo by 최영규
어느 가정집 담장에 올려있는 호박 모양 조각들. 나오시마에 사는 주민들은 저절로 예술가적인 자질을 발산하는 것 같다. Photo by 최영규

예술은 섬의 특색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섬과 사람, 섬사람과 섬을 찾아오는 손님을 잇는 역할을 한다. 폐허로 갈 뻔한 작은 섬을 건축가와 여러 작가들에 의해 새로이 변신한 모습에 예술을 통해 누릴수 있는 즐거움에 가슴이 뛴다.

 

 

참고소개

후쿠다케 소이치로

주식회사 베네세 홀딩스 이사장. 공익재단법인 후쿠다케재단 이사장.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종합 프로듀서. 1945년 오카야마현 출생. 와세다대학 이공학부 졸업. 1988년 나오시마 문화촌 구상을 발표. 1995잘 살다라는 의미의 베네세 코포레이션으로 회사명을 개명. ‘경제는 문화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문화사업에 임하고 있다.

 

인도 타다오

건축가. 1941년 오사카 출생. 세계 각국을 여행한 후 독학으로 건축을 배워 1969년 안도 타다오 건축연구소를 설립. 예일대, 콜럼비아대, 하버드대 객원교수 였으며, 1997년 부터는 도쿄대 교수로, 2003년부터는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건축을 말한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 등이 있다.

 

 

자료출처

 

1. 예술의 섬 나오시마. 마로니에북스

2. 프럼에이. https://froma.co.kr/84

3. 네이버 블로그. m.blog.naver.com>nanoki71

4. 위키피디아

5.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https://www.kr.emb-japan.go.jp/cult/cul_guide_info.html

6. 오카야마현 공식 관광가이드

https://www.okayama-japan.jp/ko/spot/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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