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송정역 앞, 열차 기다리며 즐길 수 있는 작은 뉴트로 시장 여행
● 버려진 것이 되지 않기 위한, 지키기 위한 변화

1913송정역시장

서울로 돌아가는 열차를 알아보니 1시간 30분여나 남았다. 낭패다 싶을 때 차라리 잠시 역을 벗어나 보기로 했다. 그것이 뜻밖의 여행이 되었다. 바로 광주 1913송정역시장이다.

버려지는 지방의 전통시장이 되지 않기 위해, 시장의 삶과 역사를 지키기 위해 변한 송정역시장은 자투리의 고민과 해결에 맞닿아 있는 곳이기도 했다. 열차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레트로 감성에 푹 빠질 수 있는 알짜 여행지, 송정역시장을 찾았다.

 

1913송정역시장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는 전통시장

친숙한 듯 새로운 느낌이 드는 곳. 많은 사람이 이곳을 힙하다 말한다. 여러 인기 방송 채널에서는 떠오르는 장소로 소개하기도 했다. 외관은 어린 시절 외할머니를 따라 들른 오일장 같은 거린데 말이다. , 아닌가.

1913송정역시장
1913송정역시장

 

1913송정역시장 내 만화 홍보 게시판

어둠이 내린 송정역시장에 네온이 반짝 켜진다. 근사한 마중을 해주는 1913송정역시장이라는 거리 이름부터 반듯반듯한 가게 간판까지 묘한 분위기가 더해진다. 센과 치히로의 애니메이션 세계에라도 빠진 것 같다.

단층으로 된 건물들이 불을 밝히고 길을 따라 쭉 늘어서 있다. 사람과의 거리가 지켜지는 시기였던 지라 거리는 평소보다 많이 한산했다. 문을 안 연 가게도 평소보다 많은 것이라고 한다. 미안하지만 거리를 한가로이 차지하는 호사를 누렸다.

1913송정역시장 홍보 차량

1913송정역시장은 광주시와 현대카드가 함께 진행한 창조적 전통시장 육성지원 사업의 지원으로 20151월부터 1년간 지키기 위한 변화프로젝트를 통해 송정역전 매일시장이 모습을 바꿔 재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1913년부터 무려 100년이 넘게 광주송정역과 명맥을 같이한 역사가 있는 것이다. 한 때 손님으로 북적거렸던 이곳도 1990년대 이후 대형마트에 밀려 여느 전통시장처럼 쇠퇴의 길을 걸었다. 변화가 절실했다.

이때 송정역시장이 선택한 것이 바로 시간이다. 지붕을 만들고, 최신식 건물을 증축하는 대신, 시장이 가진 옛 모습을 보존하고 복원했다. 시장의 탄생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이름도 ‘1913송정역시장으로 바꿨다.

1913송정역시장 쉼터
1913송정역시장 황금호두과자

결과는 적중했다. 오래된 점포의 외형은 개성이 되었고, 상인 저마다의 이야기와 점포의 역사는 볼거리가 되었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인 뉴트로(New-tro) 열풍이 분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빈티지한 컨셉의 예쁜 간판들이 인싸들의 촬영 성지순례 코스가 되었다.

 

상인들의 노력과 시장 내 자투리 공간의 변화가 가져온 성과

1913송정역시장 갱소년
1913송정역시장 갱소년

여기에는 개성 넘치는 다양한 먹거리를 선보인 상점들의 힘도 컸다.

송정역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갱소년을 방문했다. ‘갱소년양갱을 파는 곳이다. 동그란 과일 양갱이 대표상품이다. 100% 국내산 팥에 벌꿀과 프락토 올리고당으로 맛을 낸 전통 건강식품을 파는데, 이게 또 맛도 맛이지만 정말 예쁘다. 이것이 1913송정역시장의 경쟁력이다. 전통적이고 고유한 매력을 담되 신메뉴를 포함하고 있고, 상품 포장이나 진열을 한층 개선한 것이다.

다음으로 또아식빵’s 초코파이에도 갔다. 늦은 시간이라 남아 있는 제품이 조금밖에 없었지만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개성 넘치는 비주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상점들이다. ‘느린먹거리는 김부각, 고구마말랭이, 사과칩 등을 파는 곳이다. 역 앞 시장이라는 특색을 살려 소포장 제품을 새로 개발하고, 택배 서비스까지 하는 점이 이색적이다.

든든한 양을 자랑하는 계란밥5천 원이면 흑백사진 한 장을 남길 수 있는 서봄사진관은 늦은 시간 탓인지 문을 닫아 방문하지 못해 아쉽다. 1913송정역시장에는 이런 맛 좋고 멋있고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60여 곳이나 있으니 취향에 맞게 방문해 볼 수 있겠다.

1913송정역시장 또아식빵
1913송정역시장 느린먹거리
1913송정역시장 느린먹거리

시장과 붙어 있는 공영주차장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무조건 1시간 무료다. 시장 입구 양쪽으로 쾌적한 공용화장실이 있고, 다채로운 문화 이벤트가 열리는 야외쉼터도 있다. 철도 이용 고객을 위한 열차 안내 전광판과 무료 물품 보관함도 감동이다. 이 모든 것이 시장 곳곳 버려졌던 공간들을 이용한 것이라고 하니 더욱 반갑다.

공영주차장 1시간 무료
1913송정역시장 쉼터

열차를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 동안 알찬 여행이 되었다. “시식만 하시다 가셔도 좋으니, 다음 방문 때도 시장에 꼭 와 주세요.”라는 갱소년상점 주인의 진심 어린 인사가 돌아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 그나저나 어느새 한 가득이 되어버린 쇼핑꾸러미는 기분 좋은 낭패다.

1913송정역시장에서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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