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선부지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 휴식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 협궤열차, 트램, 증기기관차, 노면전차가 여전히 추억을 실어 나르는 간이역

지도에서 화랑대역을 치면 6호선 화랑대역을 제외하고 화랑대역 폐역이 등장한다.

폐역? 왠지 음습한 느낌이 드는 이 지명이 도대체 왜 남아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 그는 지금 서울의 힙한 명소 한 곳을 놓치고 있던 셈이다.

대성리 대학 MT 세대에게는 추억이, 연인과 가족에게는 멋들어진 공원이, 젊은 세대에게는 볼거리 넘치는 문화공간이 되고 있는 화랑대역 폐선 부지 경춘선 숲길에 가보자.

 

“5.8km 철로를 따라 이어지는 경춘선 숲길

 

서울여대 앞 한적한 공간에 떡 하니 경춘선 숲길이 등장한다. 정확히는 화랑대역 앞이라고 해야겠다.

깨끗한 하늘 아래 오가는 사람도 없이 뻥 뚫린 철길이 있고, 그 위에 미카 증기기관차, 황실 노면전차, 일본 히로시마 트램, 체코 트램, 수인선과 수려선 구간에서 운행했다는 협궤열차 등 보기 드문 다양한 기차가 한자리에 늘어져 있으니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잘 가꿔진 화단과 멋들어진 원색의 조각물까지 더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기도 하다.

경춘선은 서울과 춘천을 연결하는 철길로 서울 경()에 춘천의 춘()을 더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다. 많은 철도가 침탈용으로 부설되던 일제강점기, 경춘선은 유일하게 민족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선인에 의해 만들어진 사설 철도다.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청량리-상봉-춘천으로 이어지는 경춘선이 생겨나면서 간이역이었던 화랑대역은 폐역이 되었다.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던 구 화랑대역은 경춘선 당시 태릉역이었다. 1958년 육군사관학교가 이전하면서 화랑대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화랑대역은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보존 가치가 높아 200612월 문화재청이 지정한 등록문화재 제300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차가 더는 다니지 않는 철길은 골칫덩어리일 뿐이다. 쓰레기가 쌓이고 불법 주차장이 됐다.

그러나 2013년 이 구간을 경춘선 숲길로 공원화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서울에서 철길 원형이 가장 길게 남아 있는 공간인 덕에, 폐역되었지만 철길 원형을 보존하고 지역주민의 정원과 산책로로 삼자는 것이 이 공간의 시작이었다.

 

 

열차 카페, 근대문화유산박물관, 미디어 파사드가 한 곳에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그림이나 시 등이 걸리는 전시장이 되기도 하고, 철도가 다니던 시절의 문화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기다란 열차 안에는 노원구가 운영하는 반디상회카페가 있다.

카페는 사회적 거리두기 탓인지 너무 일찍 간 탓인지 준비 중이라는 표시가 걸려있어 아쉬웠다. , 이곳의 명물 메뉴인 삶은 달걀과 군고구마를 사 먹었어야 하는 건데...

그리고 곳곳의 조각물과 표시등이 행복한 느낌을 들게 한다. 이것이 밤에는 예쁜 LED 조명으로 꾸며져 더욱더 화려한 멋을 자랑한다. 저녁 6시부터 이 일대가 비밀의 화원, 은하수정원 등 총 10가지 테마로 꾸며진 노원불빛정원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노원불빛축제 운영시간 18:00~22:00)

무엇보다 멋진 곳은 바로 화랑대역인데 아담한 그 규모가 낮에도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고, 밤에는 벽에 조명을 쏘는 아름다운 미디어 파사드의 배경이 된다. 핫한 인증러들은 꼭 다녀가야 할 장소이다. 또한, 화랑대역 안에는 화랑대 역사관이 있고 70~80년대 스타일의 옷이나 모자 등을 무료로 빌릴 수 있는 곳도 있어 더욱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철길을 따라 걷다 보니 목공 체험이 가능한 공방이 나오고 이름 모를 새소리도 들려온다. 마스크에 운동복을 갖춰 입고 빠른 도보로 운동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쏟아지는 햇살도 무척 만족스러운데, 비 오는 날의 정취도 꽤 멋지겠다는 생각이 드는 공간이다.

이렇게 무작정 치워질 뻔한 공간이 멋지게 살아나 감사하다. 쓰레기가 쌓인 공간이 됐거나 너무나 쉽게 건물로 채워졌다면 얼마나 아쉬운 공간이었을까. 버려진 철길에 감사함과 추억이 속도를 높여 달려가는 화랑대역 경춘선 숲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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