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현장+] 사상 첫 대학교 비대면 학기 후기
[자투리 현장+] 사상 첫 대학교 비대면 학기 후기
  • [자투리경제=김봉균 SNS에디터]
  • 승인 2020.06.2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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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사상 초유의 비대면 학기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태가 금방 진정될 것이라 예상하고 모든 대학교들이 개강을 2주 미룬 탓에 종강마저 2주 늦춰진 학교도 있다. 보충 수업을 진행하여 종강 일정은 유지한 학교들은 이제 대부분 여름방학(혹은 학기)에 접어들었지만 종강도 함께 늦춰진 학교는 기말고사와 과제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필자의 학교는 종강이 미뤄지는 대신 보충수업을 진행한 덕분에 이번 주로 종강을 맞이했다. 종강을 자축하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 한 학기를 되돌아보려고 한다.

 

하나.

 강의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퀄리티에 대한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교수와 학생이 얼굴을 마주보고 진행하는 대면 강의에 비해 실시간 회의 서비스와 녹화된 영상 파일 등으로 강의가 진행될 경우 양쪽 모두 집중력이 떨어지기 쉽고 서로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강의가 매끄럽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실시간 회의 서비스를 통해 진행되는 강의에서 교수님이 “화면을 보며 수업을 진행하니 벽에 대고 이야기 하는 기분이다.” 라며 캠코더를 켜실 수 있는 분은 제발 캠코더를 켜 달라.” 고 매 강의마다 학생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다. 녹화된 영상을 각자 정해진 기간 내에 시청해야 하는 강의 역시 “학생들의 반응을 볼 수 없으니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라는 이야기를 많은 교수님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둘.

 그럼에도 비대면 강의에도 나름의 장점은 있었다. 강의를 듣는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은 부분을 뒤로 돌려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이해가 쉽게 되는 부분이나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은 빠르게 넘겨 시간을 아낄 수도 있었다. 필기를 위해 영상을 잠깐 멈추거나 화면을 캡쳐하는 방식으로 놓치는 내용 없이 꼼꼼하게 강의를 소화할 수 있었다. 특히 열정이 넘치는 교수는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수업을 할 때는 잠깐이라도 집중을 놓쳤다가는 흐름이 끊겨 이어지는 부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녹화된 영상으로 강의를 듣게 되면 모든 내용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었다. 교수 입장에서도 강의 영상을 녹화하는 도중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다시 녹화할 수 있고 정해진 수업 시간을 넘기더라도 대면 수업과 달리 학생들의 개인 일정이나 강의실 사용 시간과 같은 제약이 없기 때문에 보다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어 알찬 강의를 만들 수 있었다.

 

셋.

 그러나 그만큼 알찬 강의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학기가 끝나고 만나 뵌 교수님은 “이번 학기는 처음으로 비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적응하느라 처음에 힘들었다.” 라며 고충을 털어놓으셨다. 컴퓨터 화면 상에 필기를 하기 위해 태블릿이나 아이패드 등을 추가로 구입해야 했고 영상을 녹화하는 방법도 익히느라 준비 과정이 무척 험난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75분짜리 강의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서 대본을 준비하고, 한 번 녹화를 끝마치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 재녹화를 하는 등 정성을 들이다 보면 평균적으로 6시간씩 걸렸다고 한다. 수학 강의를 담당했던 교수님은 “평소에는 계산 과정을 판서로 보여줄 수 있는데 이번에는 과정 하나하나를 ppt로 제작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라며 힘들었던 점을 말씀하셨다. 학생들을 직접 가까이서 지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평상시였다면 조금 더 잘 가르칠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 담긴 자책도 들을 수 있었다.

 

넷.

 열정 넘치는 좋은 교수님이 있었다면, 그 반대의 경우 역시 있을 수 밖에 없다. 기말고사 기간을 앞두고 교내 커뮤니티가 크게 시끄러웠다. 일부 교수들이 학기 동안 강의를 제때 업로드 하지 않다가 시험기간이 닥쳐서 밀린 강의들을 몰아서 올렸다는 것이다. 학기 내내 특별한 공지 없이 정해진 분량의 절반만을 업로드 하다가 마지막 주가 되어서 나머지 절반을 몰아서 올리는 교수도 있었다. 학생 입장에서는 시험 기간을 맞아 학기 동안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며 기말고사를 준비하기도 버거운데 예상치 못한 새로운 강의를 소화하느라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졌다. 필자도 며칠 연속으로 새벽 3시에 밀린 강의들이 업로드되는 알림을 받고 어찌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절반만 밀린 강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보다 더한 교수도 있었으니, 학기 내내 아무런 강의조차 올리지 않다가 마지막 주가 되어서야 시험을 1주일 미루고 한 학기 분량 강의를 몰아서 올리는 강의가 있었다. 특히나 해당 강의가 전공 중에서도 중요한 강의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었다. 해당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분명 봄 학기를 신청했는데 마치 (여름)계절 학기를 수강하는 기분이다.” 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술 더 떠서 진도를 다 나가지 않은 채 기말고사를 치르고 종강한 이후에 강의 영상을 올리는 교수도 있었다고 한다.
한술 더 떠서 진도를 다 나가지 않은 채 기말고사를 치르고 종강한 이후에 강의 영상을 올리는 교수도 있었다고 한다.

 

다섯.

 한 학기가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학교 측에서는 “평가 기준을 완화시켜주겠다.” 라며 회유책을 들고 나왔다. 일부 학교는 본인이 해당 강의를 학생 재량에 따라 P/F ( Pass or Fail, 평점이 부여되지 않고 이수 여부만 가려지는 강의)로 기록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 A~C 평점이면 해당 평점이 기록되는 대신 Pass(이수)로만 기록이 되도록 할 수 있고, D~F이면 Fail(미이수)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다. 평점 관리에 민감하고 평균 평점이 높은 학생은 한 과목이라도 C를 받으면 평점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 해당 과목을 Pass로 변경하면 평점에 타격을 입지 않아 평점 관리에 도움이 된다.

 한편으로는 각 평점 별 정해져있는 인원 비율을 교수 재량에 맞춰 바꿀 수 있도록 조치한 학교도 있다. 평상시엔 전체 수강생 중 A 평점을 최대 30%까지만 받을 수 있었다면 이번 학기에 한해서 교수 재량으로 해당 제한을 없애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전체 수강생의 40%~50%에 A를 부여하여 한 학기동안 비대면으로 강의를 들었을 학생들을 위로하는 교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재량’이기 때문에 평상시와 동일한 비율을 유지하거나 단 2~3% 정도의 ‘자비’를 배푸는 강의도 있었다.

기준이 후해져도 F를 받는 사람은 있기 마련

 우여곡절 끝에 사상 초유의 비대면 학기가 끝이 났다. 처음에는 집에서 공부를 하느라 집중도 되지 않고 침대와 게임의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학기 말이 되어갈수록 현실을 깨닫고 대면 강의 이상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교수님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도구를 다루는 솜씨가 능숙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한다. 비록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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