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의 소개와 옴니아2로 보는 실패 사례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사용자가 서비스(혹은 제품)를 이용하며 느끼는 감정, 행동과 같은 경험을 아울러 설계하는 일을 뜻한다. 즉 보기에만 좋은 디자인을 넘어 사용자가 편안함, 편리함, 익숙함과 같은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는 디자인의 영역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며 UX 디자인이 중요성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잘 설계한 UX는 큰 규모의 서비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잘 굴러갈 것만 같던 서비스를 폭삭 망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2000년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근무하셨던 한 교수님은 강의 도중 삼성에서 일하던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그 중에서 특히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 삼성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사소한 부분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맥락은 대략 이러했다.
당시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특히 그 중에 초창기의 시행착오 결과물이라 일컬어지는 ‘옴니아2’는 아직까지도 그 시절 삼성의 대표적 실수로 회자되곤 한다. 교수님은 옴니아2를 두고 UX 디자인에 실패한 결과물이라고 평했다.
잘 만든 기기라면 사용자가 설명서 없이 직관적으로 “이렇게 하면 되겠지?” 라는 감에 의존해 조작이 가능해야 한다. 우리가 처음 보는 기계를 보더라도 톱니바퀴 아이콘이 있다면 해당 기능은 ‘설정’임을 추론할 수 있듯 말이다. 또한 일관된 조작 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뒤로 가기 버튼이 어떤 경우에는 왼쪽에, 또 다른 경우에는 오른쪽에 표시된다고 생각해보자. 매번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를 때마다 이번엔 왼쪽에 있는지, 오른쪽에 있는지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할 것이다. 잘 만든 기기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머리를 거치지 않고 습관적으로 조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화장실 수도꼭지를 돌릴 때 왼쪽이 뜨거운 물, 오른쪽이 찬 물이란 것을 굳이 인지하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옴니아2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메뉴 화면이라는 기능을 놓고도 어떤 상황에서는 세로로 스크롤을 해야 했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가로로 스크롤을 해야 했다. 각각이 보여주는 화면 구성도 조금씩 달랐다. 또한 화면 구성 요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터치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모바일 환경에서 ‘클릭’에 기반한 조작은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마우스를 이용해 작은 버튼도 비교적 쉽게 누를 수 있는 PC와 달리 대부분의 조작을 손가락으로 하는 모바일 환경에서는 요소들이 큼직해야하고 클릭 수를 줄이고 ‘대충 스와이핑’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디테일이 모여 사용자 경험을 만들지만 옴니아2는 사용자 경험에서 철저히 실패했다.
이 외에도 감압식 터치, 짧은 배터리 수명 등 사용자 경험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가득했던 옴니아2는 결국 발매 이듬해 ‘사용자 경험 조사’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어쩌면 그때의 실수가 있었기에 지금의 삼성이 사용자 경험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