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와 카카오뱅크로 보는 UX 디자인 성공 사례

 지난 글에서는 UX 디자인의 실패 사례를 살펴보았다. 반면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여 큰 성공을 거둔 서비스도 있다. 토스와 카카오뱅크가 그러하다. 토스는 간편 송금 서비스의 선두주자다. 많은 은행 앱이 모바일 뱅킹을 위해 공인인증서를 비롯한 복잡한 인증 방법을 요구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은행 앱들은 송금 한 번을 위해 비밀번호만 3번을 입력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잦은 개편으로 자주 사용하는 기능조차 조작법이 익숙해지기 어려웠다. 게다가 앱이 무겁기까지 하여 최신 기기에서도 앱의 반응속도가 매우 느렸다.

 

토스 앱 화면 캡쳐
토스 앱 화면 캡쳐

 그랬던 시절 토스의 등장은 한 줄기 빛과 같았다. 토스는 조회, 송금에 중점을 두고 어플을 설계했다. 모든 요소들은 모바일 환경에 맞춰 큼지막하게 짜여있고 최소한의 조작으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게다가 여러 은행 계좌를 앱 하나에서 관리할 수 있기까지 하다. 당시 수 많은 은행 앱의 약점이었던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토스는 완전히 앞서갈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수 많은 이용자를 모을 수 있었다.

 토스가 타 은행의 계좌를 모아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카카오뱅크는 아예 은행 그 자체를 새로이 시작했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은행이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고 모든 서비스가 모바일 상으로 제공된다. 흔히들 온라인 뱅킹이라 부르는 PC 기반의 뱅킹 서비스도 없다. 카카오뱅크는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PC기반의 뱅킹을 포기하고 모바일 뱅킹에 집중했다.

 

 

출처 =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앱 화면. 구성 요소들이 정돈되고 절제된 인상을 준다.
출처 =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앱의 첫 화면은 ‘단순 그 자체’다. 카카오뱅크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여 화면을 구성했다고 한다. 여타 은행 앱은 시작 화면부터 정신이 없다. 요소들이 오밀조밀하고 화면 곳곳에서 자사의 프로모션을 홍보하느라 바쁘다. 카카오뱅크와 토스 앱은 요소들이 정돈되고 절제된 인상을 줬다면 여타 은행 앱은 화면을 화려하게 구성할 줄만 알지 사용자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카카오뱅크 앱의 UX 디자인은 화면 구성에서 끝나지 않는다. 카카오뱅크는 은행 앱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공인인증서를 퇴출하여 사용자 편의성에서 한 걸음 더 앞서나갔다. 카카오뱅크는 은행 서비스를 만들며 사용자들에게 “제일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물었다. 그랬더니 과정이 쉽고 간편했으면 좋겠고, 그러면서도 안전했으면 좋겠다는 대답을 얻었다.

 

카카오뱅크는 쉽고 간편하면서 안전한 뱅킹을 추구한다
출처 = 카카오뱅크

 그래서 카카오 뱅크는 ‘기기인증’과 ‘카카오뱅크 자체 인증서’를 도입했다. 우선 ‘기기인증’ 단계에서 사용자의 모바일 기기를 믿을 수 있는지 직접 검증한다. 1인당 1개 기기만 등록 가능하고 보안에 결함이 있는지 체크하는 과정이다. 그 다음 단계로 기기 인증을 통해 보안이 검증된 모바일 기기에 인증서를 저장한다. 이때 인증서는 기기 내 안전한 저장공간이라 불리는 SE(Secure Element)에 저장된다. 이를 통해 해킹, 복제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카카오뱅크는 공인인증서 없이도 안전한 뱅킹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기존 은행들은 공인인증서를 없애기 위해서 이미 짜여진 복잡한 시스템을 바닥부터 뜯어 고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새로이 시작하는 카카오뱅크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마찬가지로 카카오뱅크는 자신들이기에 가능한 ‘익숙함’을 제일 큰 무기로 삼았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과 큰 줄기가 통하는 UI 디자인을 카카오뱅크에 적용했다. 새로운 은행, 새로운 서비스이지만 카카오톡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면 늘 보던 노란 색과 익숙한 요소 배치 방식 덕분에 거부감 없이 적응할 수 있다. 마치 카카오톡의 확장 버전인 것 처럼 말이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그려진 카카오뱅크 카드

 마찬가지로 카드 디자인에 자사의 캐릭터인 ‘카카오 프렌즈’를 앞세웠다. 누구에게나 익숙할 캐릭터를 앞세운 카드 디자인은 사용자로 하여금 친숙한 이미지를 줄 뿐만 아니라 소유욕을 자극하기까지 했다. 캐릭터를 앞세운 카카오뱅크 카드는 불과 열흘 만에 10만 장을 발급하기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열풍’을 일으킨 셈이다.

 이렇듯 카카오뱅크의 성공에는 치밀하게 계산하고 설계된 UX 디자인이 있었다. 어플 외관 하나하나도 사용자가 편안함과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그 뒤에 가려진 절차도 간소화시켰다. 마지막으로 카카오프렌즈라는 자사만의 무기로 사용자 경험에서 기존 은행을 확실하게 따돌릴 수 있었다. 잘 짜여진 UX 디자인이 얼마나 큰 파급 효과를 불러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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