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구나 한다는 코딩 공부... 나도 해야할까?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었을 무렵부터였을까 컴퓨터 전공의 인기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기 시작했다. 이제는 ‘전화기’ 라고 불리는 공대 인기학과 ‘’자, ‘’학, ‘’계공학과보다 컴퓨터공학과가 입결에서 상위권에 있을 정도다. 이를 넘어 누구나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을 상대로도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며 코딩 학원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네이버에 '초등학생 코딩학원'으로 검색하면 수 많은 게시글이 노출된다
검색엔진에 '초등학생 코딩학원'으로 검색하면 수 많은 게시글이 노출된다

 

 컴퓨터 전공의 전망이 좋다는 점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입결이 높아지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전혀 관련 없는 삶을 살아갈 사람들까지도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에는 조금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필자 역시 그랬다. 그런 고민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몇 가지 사례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친구네 학교는 필수 교양 과목으로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python)의 기초와 활용 방법을 배운다고 한다. 파이썬은 비교적 최신 프로그래밍 언어로 쉬운 문법 덕분에 비전공자가 배우기 수월하다. 요즘은 컴퓨터 전공조차도 우선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붙이는게 중요하다며 C보다 파이썬을 먼저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해당 과목에서는 우선 파이썬의 기초적인 문법을 가르친 후 검색엔진에서 키워드, 기간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기사를 추출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프로그래밍 언어 인기 순위, 출처 = TIOBE
Python은 문법이 쉬워 입문자가 선호하며 한편으로는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관련 라이브러리가 풍부하여 인기가 많다

 

 한편 필자가 속해 있는 동아리의 선배는 비슷한 방법으로 교내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동아리에 대한 게시글을 모니터링 하면서 자동으로 댓글을 작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선배는 비전공자임에도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았고 본인의 전공 영역에서도 이를 응용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 수도 있었고 이를 강점으로 살려 취직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코딩을 배우는 것이 만능은 아니었다. 필자의 학교에도 필수 교양 과목으로 코딩을 가르쳤는데 요즘 대세를 따라간다고 ‘AI와 빅데이터’를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대세도 맞고 전망이 좋은 것도 맞지만 이는 한 학기동안 교양 과목에서 쉽사리 가르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새내기가 한 학기만에 이해하기엔 너무나 가혹했다
새내기가 한 학기만에 이해하기엔 너무나 가혹했다

 

  교양과목이기 때문에 코딩을 할 줄 모른다는 전제 하에 우선 코딩의 기본부터 가르쳤고 후반부에는 AI 분야와 빅데이터 분야에서 쓰이는 도구(라이브러리)들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쳤는데 그 방법이 ‘수박 겉핥기 식’의 예시로 꼽기에 손색없었다. 예제를 따라하면서 데이터를 가공해야 했는데 교수님이 보여주는 시범을 잘 따라하고 명령어를 하나하나 외워서 시험을 치면 A+를 받는 그런 과목이었다. 교양으로 배우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가르치는 과목이었지만 졸업을 하기 위해 반드시 들어야 하는 과목이라 밤을 지새워가며 암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무엇을 배웠는지조차 희미해졌다.

 이처럼 기초적인 코딩을 할 줄 알면 분명 삶의 어느 영역에서는 도움 받을 일이 생긴다. 100줄이 채 안되는 간단한 코드 덕분에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을 1시간이면 끝낸다거나 본인의 전공 분야와 결합하여 스스로의 경쟁력을 기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조심해야 할 점은 본인의 필요에 따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남들이 시켜서, 남들이 다 한대서, 요즘 이게 잘나간대서 무턱대고 배웠다간 이도저도 안되기 쉽상이다. 부디 현명하게 본인에게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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