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가볍게 꺼내들 수 있는 매력적인 카메라

 올해 초, 다가올 봄을 맞이하여 바깥 나들이에도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카메라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니콘의 D4는 출시 8년이나 되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진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오히려 카메라의 모든 성능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카메라였다.

그러나 카메라 바디만 1.5kg에 렌즈까지 합치면 2kg를 훌쩍 넘는 무게에 일상 카메라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애초에 D4 같은 플래그쉽 카메라는 일상 스냅 사진을 목적으로 나온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목적에 맞는 카메라를 들일 필요가 있었다.

 

 우선 예산을 확인하고 몇 가지 기준을 정했다. 가벼워서 일상 생활 속에서 부담없이 쓸 수 있어야 하고 별도의 케이블이나 장비 없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진 퀄리티에서 부족한 점이 없어야 하고 결정적으로 디자인이 예뻐야 한다.

 

 이런 기준을 가지고 먼저 니콘을 위주로 찾아보았다. 니콘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되던 렌즈가 그대로 호환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주력으로 쓰던 24-70mm / F2.8 렌즈(‘구계륵’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비싼 가격만큼 훌륭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이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니콘의 바디 중에서는 ‘예쁘다’라는 기준을 충족시키는 제품이 없었다. 또한 24-70mm / F2.8 렌즈는 1kg가 넘는 무게 때문에 아무리 가벼운 바디를 산다 한들 렌즈 때문에 전혀 의미가 없어진다.

 

 눈을 돌려 캐논과 소니에서도 찾아보았지만 마땅히 끌리는 모델이 없었다. 자고로 전자기기를 살 때는 제품을 정한 그날 밤, 잠에 들기 전이 설레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경박단소’로 유명한 올림푸스의 모델 중에서 몇 가지를 찾아보았지만 풀프레임과 크롭보다 작은 마이크로포서드 규격의 센서가 크게 거슬렸기 때문에 후보에 올리지 않았다. 나에게는 다행인 것인지 몇 달 후 올림푸스가 카메라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때 만약 올림푸스를 골랐다면 큰 일이 날 뻔 했다.

 

 마음에 드는 모델이 전혀 없어 며칠을 고민하던 와중에 후지필름의 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필름 카메라 시절의 외관을 닮아 감성 있는 디자인의 바디,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작고 가벼운 무게, 만족스러운 수준의 사진을 뽑아주는 크롭 규격의 센서, 마지막으로 ‘후지 감성’ 이라고 불리는 후지 특유의 색감까지. 내가 애타게 찾던 카메라가 후지에 있었다. 그렇게 후지의 모델 중 몇 가지를 살펴본 결과 가벼우면서 40만원 선에서 중고가가 형성되어 가성비가 훌륭한 X-E3을 구매하게 되었다.

 

 5달 여를 사용해보니 X-E3은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해주었다. 배터리와 SD카드를 포함하고도 337g에 불과한 무게 덕분에 렌즈를 장착하고도 일상 생활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지난 주말 친구들을 만나러 부산에 다녀오면서도 X-E3을 챙겼다. 가벼운 무게 덕분에 가방에 넣어도 큰 차이가 없었고 목에 걸고도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집에서 간단한 사진을 찍을 때도 굳이 무거운 풀프레임 카메라를 꺼내지 않고도 X-E3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올 봄은 코로나 때문에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었는데 그동안의 무료함을 X-E3으로 달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보기만 해도 예쁜 디자인은 사진을 찍지 않는 순간에도 만족감을 선사해주었다. 카메라를 책상 위에 올려두기만 해도 인테리어 소품과도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일상 속에서도 가볍게 목에 걸고 다녀도 무거운 소품이기 보다는 오늘의 장난감 같은 느낌을 주어 위화감이 크지 않았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후지필름 미러리스 카메라의 가장 큰 무기인 ‘필름 시뮬레이션’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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