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마법

필름 시뮬레이션 차트
출처 = 후지필름

 후지필름은 오랜 시간 필름 시장을 선도해온 필름 업계의 1인자다. 오죽 필름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으면 회사 이름을 아직까지도 '후지'로 줄이지 않고 '후지필름' 풀 네임으로 유지하고 있을까.

그렇지만 이번 글에서는 편의를 위해 '후지'라고 줄여서 부르도록 하겠다. 아무튼 후지는 필름 카메라 시장이 저물어 가던 2000년대에 앞으로 기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한 끝에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필름을 만들어왔다는, 즉 화학 약품을 만들어왔다는 강점을 살려 생화학 분야에 진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반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경쟁사 코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덕에 후지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이전보다는 축소된 규모지만 카메라 시장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후지가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색한 비장의 무기가 있었는데 바로 '필름 시뮬레이션'이다.

디지털 사진 시대에 접어들어 누구나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이 오자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필름 감성'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이 필름 감성이라는 것은 일일이 필름을 넣어가며 사진을 찍고, 인화할 때까지 사진의 결과물을 알 수 없다는 두근거림 같은 것도 있지만 그 이전에 사진에서 오는 느낌이 필름의 향기를 풍기기를 바라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앱스토어 인기 어플리케이션 순위에 필름 느낌을 재현해주는 사진 필터 어플이 항상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을까. 이제는 앱스토어 자체적으로 그러한 어플들의 추천 목록까지 제공할만큼 수요가 높다.

 

앱스토어에서 공식적으로 추천하고 있는 빈티지 감성 카메라 어플들

 이에 후지가 빠질소냐, 필름과 색감만을 70~80년간 연구해온 후지는 자신들에게 어마무시한 무기가 있음을 직감했을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쌓아온 본인들만의 데이터와 노하우, 필름 제조사이기에 가지고 있는 본인들만의 기술으로 디지털 사진에 필름 느낌이 감돌도록 해주는 필터를 만들게 된 것이다.

자신들이 만든 필름들의 색감이 디지털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도록 필터를 만들었고, 이를 후지의 미러리스 카메라에 내장시켰다. 그리고 그 기능을 '필름 시뮬레이션'이라고 명명했다.

 

 이러한 후지의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니콘, 캐논, 소니 어느 회사에도 있는 필터 기능이지만 자신들이 직접 만든 필름을 그대로 재현해낸다는 기막힌 아이디어와 필름 시뮬레이션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이 만나 이는 후지 미러리스 카메라를 대표하는 기능이 되었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 후지 이외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많은 유저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사진에 후지의 필름 시뮬레이션을 비슷하게나마 재현할 수 있는지 보정 레시피를 공유하고 있을 정도다.

사진을 전공한 친한 지인도 이 기능에 혹해 후지 카메라를 구입했다. 아래에 게시된 사진을 찍던 날에 학교에서 만난 어느 선배도 필름 시뮬레이션이 가능한지 여부를 나에게 물어보았다.

구시대의 강점을 현시대의 요구에 고스란히 투영한 덕에 후지는 지금까지도 카메라 시장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사수하고 있다.

 아래는 필름 시뮬레이션 기능으로 찍은 몇 가지 샘플 사진이다. 비교를 위해 2~3장의 사진을 한 장의 사진에 합쳐보았다.

 

 사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을 읽다 보면 간혹 혹자는 카메라 제조사 고유의 색감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결국 RAW(원본파일)를 보정하는 것이 사진의 완성인데 제조사에서 임의로 설정한 JPG 프리셋이 무엇이 중요하냐는 것이다. 상업용 사진과 같은 프로 수준에서는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 수준에서라면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일상 속에서 간단히 사진을 찍었을 뿐인데 포토샵과 라이트룸을 통해 후보정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색감을 제공한다면 사진 촬영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허들은 낮아져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후지의 필름 시뮬레이션은 사진이 더욱 내 일상에 가까이 다가올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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