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4일 오후 브리핑을 갖고 이날 오전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핵심 내용인 공공재건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청와대의 지시에 짓눌려 성급하게 일을 추진한 결과일까.

부랴부랴 급조된 8·4 부동산 공급대책이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가 긴급히 마련한 부동산 대책을 서울시가 문전박대하듯 보기좋게 걷어차 버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8·4 부동산 공급대책의 핵심은 공공재건축에 대해 용적률을 준주거지역 최고 수준인 500%까지 보장하고 층수도 50층까지 올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 대책 발표 서너시간뒤 서울시는 별도 브리핑을 열고 "공공재건축 방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정부가 강행했다"며 "공공재건축에 민간이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층고를 35층으로 제한한 룰에 대해 “시의 기본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며 “순수 주거용 아파트만 지을 경우 35층 제한은 유지된다”고 말했다.

50층 아파트를 짓기 위한 종상향이나 상가비율 축소 등은 서울시의 결정권한인데, 서울시가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 사업 추진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가 35층 층고제한 입장을 고수하고 종상향, 상가비율 축소 등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결국 13만 주택 공급 가운데 5만 가구 공급은 물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이에 따라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 봉합되더라도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큰 흠집을 내게 됐다. 특히 제대로 합의가 되지 않은 정책이 발표되면서 향후에도 제대로 사업이 추진될 지 의문점만 남기게 됐다.

공공재건축 최대 50층 허용과 관련해 정부와 서울시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황급히 별도 자료를 내고 "정부와 서울시 간 이견은 없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과연 누가 말이 맞고 누구 말이 틀리는 지 의구심만 증폭되는 상황이다.

두 부처는 서울시와 함께 '주택공급 확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태가 빚어진 근본 원인을 되짚어 볼 때 서로간 이견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과천시도 정부 발표에 대해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정부가 13만호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과천청사 부지 일부와 유휴지를 포함하자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한 것”이라며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집값 폭등 문제를 결코 과천 시민의 희생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던 작던 어떤 일을 추진할 때 서로간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의 문제점과 실상, 제도의 미비점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토의를 거쳐 최적은 아니더라도 가장 효율적인 차선책을 마련하는 게 정책입안의 정도(正度)다. 위 아래 서열을 논하기 앞서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는 소통과 협업 정신은 기본이다.

보여주기식 땜질 처방이 얼마나 큰 부작용을 가져오는지, 정부의 깊은 반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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