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 미니
내돈내산 : ‘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 이라는 뜻의 신조어
'오케이 구글', '하이 빅스비', '시리야' 등으로 호출하는 인공지능 비서에 대해 다들 알고계신가요?
새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처음 설정을 할 때 “하이 빅스비” “갤러리에서 제일 최근 사진 보여줘” 와 같은 문장을 읽어가며 자신의 목소리를 등록시켜 인공지능 비서를 활성화 시키고는 합니다. 처음 설정을 해준 다음에는 신기하니까 몇 번 써보고는 하지만 명령어를 말 할 시간에 직접 스마트폰을 조작하는게 빠르다거나, 바깥에서 스마트폰을 상대로 말을 거는게 부끄럽다는 이유로 사용빈도가 줄어드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저는 아이폰 사용자인데 아이폰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맥까지 사용하는 10년차 애플 팬입니다. 매 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 바로 사용해보고 편리한 기능은 빠르게 흡수한다고 자부하지만 유독 애플의 인공지능 비서 ‘시리’만큼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시리야.” 라고 불러도 대답조차 하지 않고 겨우 제 목소리를 인식하고 대답을 하더라도 터무니없이 낮은 이해도 때문에 제 명령을 제대로 수행조차 하지 못합니다. 언제나 “잘 모르겠어요.” 라는 대답만 되돌아올 뿐입니다.
그러던 올해 봄, 구글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를 대상으로 구글의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 미니’를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월 1만 원을 내면 유튜브에서 영상을 볼 때 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해주는 요금제입니다. 저는 평소 유튜브를 음악 플레이어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음악 도중에 광고가 나오지 않도록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구글 홈 미니 스피커를 무료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은 아니지만 여태껏 매월 1만 원을 내온 것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에 넓은 범위의 ‘내돈내산’ 이라고 하겠습니다. 구글 홈 미니의 정가는 6만원이지만 2020년 8월 네이버 최저가 기준으로 약 3만 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구글 홈 미니는 구글의 인공지능 비서 ‘Google 어시스턴트’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구글 홈 미니라는 스피커 자체에 대한 설명 보다 내장된 인공지능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고자 합니다. 스피커는 단지 구글 어시스턴트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수단일 뿐이고 이 제품의 본질은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인공지능 비서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작년 말에 구글 홈 미니의 후속인 ‘네스트 미니’가 출시되었습니다. 전작 대비 음질, 출력이 향상되고 벽걸이 거치를 위한 구멍이 추가되는 등의 업그레이드가 있었습니다. 정가는 6만 5000원으로 전작보다 5000원 인상됐습니다. 그 외에 ‘구글 홈’과 ‘네스트 허브’가 있지만 미니 라인업과 겹치는 제품은 아니므로 이번 글에서는 생략합니다.
구글 홈 미니의 외관은 마치 커다란 조약돌의 느낌을 줍니다. 아래는 플라스틱 재질이고 스피커가 있는 위쪽은 촘촘한 패브릭 매쉬가 감싸고 있습니다. 색이 세련되고 모난 것 없이 심플한 디자인 덕분에 집안 어디에 두어도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습니다. 다만 스피커를 감싸고 있는 패브릭 매쉬는 약한 재질이기 때문에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외부에서 힘이 가해질 경우 쉽게 찢어질 수 있습니다.
전원은 마이크로 5핀 단자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기본 구성으로 마이크로 5핀 충전기를 넣어주지만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흔한 규격이기 때문에 충전기를 잃어버려도 큰 걱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220v 콘센트와 연결되는 어댑터 부분이 케이블과 분리되지 않는 일체형이라서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구글 홈 미니는 안드로이드 뿐만 아니라 iOS 사용자도 어플을 통해 연결할 수 있습니다. Google Home 어플을 다운받고 안내하는대로 초기 설정을 진행하면 어렵지 않게 구글 홈 미니를 사용하기 위한 준비를 마칠 수 있습니다. 구글 홈 미니는 스마트폰 조작보다 음성인식을 통해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어플은 사용을 편리하게 해주는 설정을 제공하고 있을 뿐 기기 자체를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지는 않습니다.
구글 홈 미니를 설치하고 몇 달간 가장 많이 사용한 명령어는 “아침 8시에 깨워줘.” 혹은 “1시간 후에 깨워줘.” 등의 알람 설정 명령어였습니다. 주로 침대 머리맡에 두고 사용했기 때문에 알람 시계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었습니다. “소리 한 단계 키워줘.” 혹은 “소리를 50%로 키워줘.” 등의 명령어로 알람 소리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알람 꺼줘.”, “5분 있다가 다시 깨워줘.” 등의 명령어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렸을 적 “엄마 나 30분만 더 잘래.” 라며 부리던 투정을 이제는 인공지능 비서에게 부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알람 설정 다음으로 많이 사용한 기능은 음악 재생이었습니다. Google Home 어플에서 설정 > 음악 탭으로 들어가 본인이 사용중인 음악 서비스 ( YouTube Music, Bugs, 지니 뮤직, FLO ) 중 하나에 로그인을 하면 해당 음악 서비스와 연결되어 음악 재생 명령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튜브 뮤직으로 연결했습니다.
음악 서비스 연결을 끝내면 “코요태의 비몽 틀어줘.” 와 같은 식으로 음악 재생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더 나아가 “아이유 노래 틀어줘.”, “지브리 스튜디오 노래 틀어줘.” 와 같이 특정 카테고리의 음악을 재생시켜 달라는 명령도 내릴 수 있습니다. 명령한 곡의 재생이 끝나면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비슷한 카테고리에 속하면서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다른 음악으로 자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원하는 음악을 손수 한 곡씩 플레이리스트에 넣지 않아도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평소 취향을 반영한 곡을 이어서 들려주기 때문에 처음 명령만 내려두면 이후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하는 스마트 스피커의 큰 무기는 외부 기기와의 연동까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알람 설정, 뉴스 브리핑, 음악 재생과 같은 기능도 충분히 3만 원이라는 값어치를 하지만 이를 넘어 집안의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역할까지 수행해줍니다. 물론 IoT 서비스를 지원하는 최신 냉장고, TV, 에어컨에만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는 가전제품만 있다면 두 말 할 것 없이 훌륭한 기능입니다.
이전 글에서 구형 에어컨을 스마트 에어컨으로 바꿔주는 에어컨 제어기를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이 기기 역시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할 수 있어 구글 홈 미니에게 “에어컨 꺼줘.”, ‘에어컨을 제습으로 바꿔줘.”, “에어컨 온도를 25도로 높여줘.” 와 같은 명령어를 통해 에어컨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이 되는 전구를 사용중이라면 “불 꺼줘.” 와 같은 명령어로 전구를 끄고 켤 수 있습니다. 자기 전에 불을 끄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이 귀찮은 사람들에게 큰 매리트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스마트 전구는 필립스, 샤오미 등 다양한 업체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인터넷이나 오프라인 가전제품 매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IoT와 인공지능 비서는 우리 삶 가까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모든 가정 집에서 찾아볼 수 있을만큼 대중화가 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10년 후에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같은 인공지능 비서가 대부분의 가정에 보급될 것이고 그때는 더 이상 에어컨을 리모컨으로 켜거나 자기 전에 전등을 끄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구글이라는 브랜드도, 구글 어시스턴트나 구글 홈 미니와 같은 제품이 아니라 이러한 서비스가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입니다. 인공지능 비서가 발전하고 우리 삶에 IoT가 성큼 다가왔을 때 일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 본질을 이해한다면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한 소비가 가능할 것이고 앞으로 바뀔 세상이 어떠한 모습일지 조금은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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