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되면 채집하는 제주도 고사리

화려한 관광지로서의 제주가 아닌, 제주섬에서 잘 자라는 꽃과 식물이야기 그리고 풀 한포기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제주도의 자생식물과 제주만의 풍경인 곶자왈 숲, 어머니의 품과 같은 오름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제주를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직접 찍은 사진, 동영상, 지도상의 위치, 손 그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주의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 소개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오름 위에서 바라본, 제주의 풍경
오름 위에서 바라본, 제주의 풍경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인 제주

이러한 제주도의 지형에 잘 맞아서인지 어느 장소에서든 발견할 수 있는 제주 고사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시장에 가서 장을 볼 때 사먹어 보신적은 있겠지만, 고사리를 직접 따는 경험을 하신분들은 많이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혹시 고사리 장마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인 4월에 찾아와 고사리를 따는 시기에 내리는 비를 '고사리 장마' 라고 부릅니다.

비가 오고난 뒤, 고사리를 따러 나가면 어제 땄던 그 자리에 다른 고사리들의 새순이 쑥쑥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막 올라오는 고사리
막 올라오는 고사리

그 만큼 제주도는 봄이 시작 된 이후인 3월 말부터 5월까지 고사리가 쭉 피어납니다.

이 시기에는 길가를 지나가면 많은 차량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 제주도민들의 축제, 고사리 철인 것이지요.

누가 지금부터 고사리축제 기간이라고 외치지도 않았는데, 마치 고사리 따기 대회라도 열린 듯 도민들 대부분이 고사리를 따는 기간입니다.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고사리 가방이나 혹은 봉지를 하나 들쳐메고, 편한 장화 하나를 신고 들가로 가서 고사리를 따기 시작합니다.

 

고사리는 어디에서 딸 수 있나요?

고사리는 보통 고지가 높은 중산간 지역에서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비가 온 다음날 특히 많은 고사리를 볼 수 있습니다. 또 평평한 평지보다는 약간의 가시덤불이 있고, 거친 식물이 주변에 많이 자라는 곳에는 굵고 좋은 고사리를 더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채집시에 손이나 발을 다치시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면 자세를 살짝 낮추고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고사리를 열심히 찾으시면 됩니다. 고사리를 따러 들어가서 부터는 나의 현재 위치를 잘 인지해야 하며, 고사리만 보고 들어가다가 길을 잃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조심하셔야 합니다.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길 잃음 사고의 절반 이상이 다 고사리 채집이라는 사실이 참 재미있습니다.

고사리는 한 철에 아홉번을 채쥐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날 찾아가면 같은 자리에서 또 꺾을 수 있을만큼 잘 자라며 비가 온 뒤에는 더욱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고사리는 아무것이나 모두 먹을 수 있나요? 

고사리를 잘 캐시는 베테랑 아주머니를 보면 뒷짐을 지고 서서, 굵고 키가 작은 상품만 똑 따가시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마구 따는 고사리를 보면 웃으시면 지나가십니다. 육안으로 잘 보이는 키가 커버린 고사리는 질겨 잘 먹지 않습니다.

마치 금방 돋아난 어린아이의 움켜진 손과 비슷하게 생긴 모양이라면 여리여리한 새순입니다. 이런 고사리가 맛있답니다.
 

고사리가 올라오는 모습
고사리가 올라오는 모습

 

이제, 고사리에 대한 식물을 조금 소개하려고 합니다.

고사리(Bracken)는 하나의 종(species)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약 10여 가지의 종이 속하는 속(genus)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양치류(fern)로써 남극이나 사막과 같이 너무 춥거나 더운 지방을 제외한 대륙에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의 기후에 잘 맞아 제주의 현무암 돌 틈 사이, 곶자왈 숲에서 많이 만나실 수 있습니다.

고사리도 생김새와 모양이 매우 다양합니다. 그 중 제가 살고 있는 삼다수 숲길에서 찍은 고사리들과 제주 여미지 식물원에서 찍어두었던 몇 가지 고사리 이미지들을 소개합니다.

 

1) 잎이 마르면 표면이 안쪽으로 굽으면서 나사처럼 말리는 '나사미역 고사리'

나사미역 고사리
나사미역 고사리

 

2) 바위 겉이나 수간에 붙어 자라는 '넉줄 고사리'

 

넉줄 고사리
넉줄 고사리

3) 저지대의 숲속에서 잘 자라고, 장타원형의 모양으로 끝이 뾰족한 '홍지네 고사리'

홍지네 고사리
홍지네 고사리

4) 제주 여미지 식물원 잎구에 크게 장식되어 있는 멋진 '대왕 고사리' 

 
제주도 여미지식물원 입구의 대왕고사리와 고사리과 식물들
제주도 여미지식물원 입구의 대왕고사리와 고사리과 식물들

 

5) 삼다수 숲길에서 만난 고사리들

제가 살고 있는 중산간 지역의 삼다수 마을(조천읍 교래리)에는 삼다수 숲이 있습니다.

아침일찍 엄마와 함께 숲속의 초입에 분포되어 있는 고사리를 찍으러 갔던 영상입니다.

 

 

보태니컬아트로 만나보는 양치식물_고사리와 석위

4월 플레르 잡지에 수록하였던 보태니컬아트 작품으로 고사리와 고사리과에 속하는 바위에서 자라는 <석위>, 뒷면의 포자를 수채화로 세밀하게 표현해 보았습니다.

양치식물이 한곳에 모여있으니 그 또한 참 멋스럽습니다.

수채화로 그린 보태니컬아트(Botanical Art) 작품/ Elly Kim
수채화로 그린 보태니컬아트(Botanical Art) 작품/ Elly Kim

 

다음 시간에도 제주도의 소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제주를 담다] 시리즈, 하영봅서!

[하영봅서 : '많이보세요'의 제주도 방언입니다]

 

보태니컬아트 작가_엘리(Elly)
홍대 디지털미디어디자인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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