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들어간 재취업 일자리, 적응실패로 퇴사하는 사례 잦아
-조직 부조화, 실무감각 부족, 채용직무에 대한 이해 부족이 원인
-텃세’극복하고,‘현장-실무형’인재로 진화해야

요즘 취업시장은 청년 못지않게 중장년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어지간한 경력직 모집에는 채용인원의 수십 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린다. 그러다 보니 필요이상 스펙이 높아지거나, 임금이 낮아지는 현상도 발생한다.
 
재취업에 성공해도 직장에서 근속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재취업 후 적응실패로 퇴사하는 사례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명예퇴직 등 조기퇴직과 재취업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전경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중장년이 재취업에 성공했으나 조기퇴직한 사례를 분석하고, 재취업 후 안착을 위한 유형별 전략을 제시했다.
 
◆ 기존 조직의 텃세 - 처음에는 새 조직 문화에 맞추는 것이 중요
 
“요즘 같은 취업불황기에 불과 1년 만에 다시 구직자 신세가 되니 암담합니다” 작년 8월 전경련 일자리센터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했던 박성주씨(가명, 48세)를 다시 구직자로 만났다.
 
40대의 박씨는 구직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바로 재취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여러 차례 낙방 끝에 전경련 일자리센터의 알선을 통해 한 전자회사에 취업했다. 비록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탄탄한 대기업 협력사에 입사한 그는 정년까지 근무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처음 각오와는 달리 불과 1년 만에 어렵게 얻은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직장 내 따돌림 때문이었다. 업무정보를 전달해 주지 않거나, 회식에 부르지 않는 등 고의적인 차별은 직장 19년차의 박씨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평소 직장 커뮤니케이션에 자신이 있었던 박씨에게 새 직장에서의 마찰은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이었다.
 
지난해 28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9 중장년 희망잡페어'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올해는 25개사의 우량 중소기업이 총 347명의 중장년을 채용하기 위해 참가했다. 사진=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지난해 10월 28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9 중장년 희망잡페어'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올해는 25개사의 우량 중소기업이 총 347명의 중장년을 채용하기 위해 참가했다. 사진=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그럼 이런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014년 7월 중소전자회사 해외영업직으로 입사한 장인석씨(가명, 57세). 장씨도 처음에는 20~30년 젊은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직장 생활이 30여년인 그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몇 번씩 있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직장에 무사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인내심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새 직장에 적응해야 한다”며 “어느 회사건 스타일이 다르고 조직의 벽이 있다. 고유한 사풍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직원들에게는 신입의 반발로 여겨질 수 있다. 입사 6개월까지는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새로운 조직의 스타일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관리형 업무방식 고집… 현장·실무형 인재로 변신 필요
 
2014년 12월 K사는 한 달 동안 서류·면접전형을 거쳐 어렵게 채용한 재무임원을 6개월 만에 교체했다. 현장감각이 부족한 '책상물림' 업무스타일이 빌미가 됐다. 최근 중소기업은 대기업 출신을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기업의 관리형업무에 익숙해져 현장감각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저희 회사는 임원이라고 뒷짐지고 있는 분보다는 실무형 인재를 원합니다” 최근 전경련 일자리센터에 구인의뢰를 해온 한 건축회사의 요구사항이었다. 전경련 일자리센터의 추천으로 이 회사에 합격한 김명종씨(가명, 57세)는 고졸출신이지만, 대형건축사에서 35년간 근무하며 총무, 회계, 현장관리까지 안 해 본 업무가 없었다. 김씨는 재취업 후에도 ‘모르는 게 있으면 김부장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장 곳곳을 누비고 있다. 그는 “요즘은 무인도에 가서도 살아올 수 있는 ‘현장?실무형’ 인재라야 재취업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묻지마’지원은‘묻지마’퇴사로 연결 - 채용직무에 대한 이해가 중요
 
“제가 그 업무를 직접 해본 건 아니지만, 유사한 업무를 많이 해봐서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은 중장년 채용면접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다. 이렇게 의욕만 가지고 도전하는 경우, 채용이 되기도 어렵고 설사 채용이 되었다고 해도 입사 후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4월 화장품용기 제조회사인 L사는 자재담당 직원을 채용했다. 면접시 채용 담당 팀장은 “자재 운반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면접 때 체력에 자신감을 보인 유현상씨(가명, 42세)가 채용됐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는 고용노동부, 영등포구청과 공동으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2019 중장년 희망잡페어'를 개최했다. 올해는 25개사의 우량 중소기업이 총 347명의 중장년을 채용하기 위해 참가했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는 고용노동부, 영등포구청과 공동으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2019 중장년 희망잡페어'를 개최했다. 올해는 25개사의 우량 중소기업이 총 347명의 중장년을 채용하기 위해 참가했다.

 

하지만 그는 입사 첫날 반나절 만에 모습을 감췄고, 다음날 전화로 더 일을 못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런 일방적인 퇴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L사 인사담당자는 다시는 중장년을 채용하지 않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와 달리 김미진(52세, 가명)씨는 재취업 전부터 직무지식을 쌓아 새 직장 안착에 성공한 사례다. 결혼으로 경력이 단절됐던 그녀는 친구를 통해 텔레마케팅 업무에 대해 듣게 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얻은 결과, 말주변은 별로 없지만 차분한 성격의 그녀는 텔레마케팅 업무 중 고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는 인바운드 업무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발음연습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올해 4월 한 통신업체 고객상담사로 취업에 성공했다. 입사 후 6개월만에 모범사원으로 뽑힌 김씨는 “비록 일은 쉽지 않지만 미리 준비한 덕분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젊은 시절 느꼈던 일하는 즐거움을 다시 찾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배명한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재취업 못지않게 채용기업에 안착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며 “전경련 산하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통해 중장년 취업매칭 서비스 외에도 사후관리에 더욱 힘써 중장년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재취업을 희망하는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가 전경련 일자리센터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나 다양한 무료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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