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국내증시에서 월 평균 시가총액 2위를 해본 종목은 모두 6개 종목이다. 시총 2위 종목은 자주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시총 3위에 든 기업들은 어디어디일까. 시총 3위라는 자리는 2위를 유지하다 내려온 종목이 머무르는 순위이기도 하고, 밑에서 치고 올라온 종목이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만큼 치열한 자리인 셈이다.

21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20년 5개의 종목이 시총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우), 삼성바이오로직스, NAVER, LG화학, 그리고 하루동안 3위로 내려앉은 SK하이닉스였다. 올 한해 주도주로 활약중인 종목들과 연초 이후 상대적으로 부진한 종목이 섞여 있다.

2007에는 조선·해운·기계·건설업종이 강세를 보인 반면 2016년에는 반도체 업종이 시장 흐름을 주도했다. 2007년 이후 기간별 주도업종과 테마 분석. 자료=유안타증권

◆ 반도체, 연초 강세 보이다 이후 이후 상대적 약세

국내증시 시총 1위는 삼성전자다. 2000년 초 잠시 SK텔레콤에 1위 자리를 내어 준 적이 있지만 이후 20년간 시총 1위 자리는 삼성전자였다. 2001년 이후 2위를 기간별로 보면 △ 2001년1월~2004년7월 SK텔레콤 △ 2004년8월~2004년10월 POSCO △ 2004년12월~2007년1월 한국전력-국민은행 △2007년2월~2011년3월 POSCO △ 2011년4월~2015년12월 현대차 △ 2016년1월~2016년11월 한국전력 △ 2016년12월~현재 SK하이닉스다.

3위 자리를 분석해보면 연초 반도체의 초강세, 그리고 코로나 이후 BBIG의 부각과 반도체의 상대적 약세가 모두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연초만 해도 삼성전자의 시총비중 30% 돌파 여부가 이슈였지만, 3월19일 이후 반도체의 시총 비중은 급격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2020년을 시총 3위로 시작한 삼성전자(우)는 현재 시총 7위 수준으로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2위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올해 삼성전자(우), 삼성바이오로직스, NAVER, LG화학, SK하이닉스 등 5개 기업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료=유안타증권

 

◆ 2위 그룹 순위만큼 흥미로운 6위 그룹의 변화

8월22일 시총 2위자리에 올랐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월31일 5위까지 순위가 하락했다. 그리고 NAVER, LG화학이 50조원 클럽에 합류하며 4개 종목이 2위그룹을 형성했는데, 최근 SK하이닉스의 시총이 60조원대로 상승하며 다시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2위그룹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이 6~9위권 순위다. 시총 3위에서 내려온 삼성전자(우), 시총 4위까지 올랐던 셀트리온이 6위권을 형성한 가운데 현대차의 급부상, 카카오의 초강세가 더해지며 이들의 순위도 크게 변하는 중이다.

50조원을 전후로 4개 종목이 2위 그룹을 형성했고, 최근 SK하이닉스가 차이를 벌리고 있다.
50조원을 전후로 4개 종목이 2위 그룹을 형성했고, 최근 SK하이닉스가 차이를 벌리고 있다.

◆ 시총 순위가 크게 하락한 종목

시총 순위가 크게 하락한 종목도 있다. 연초 3위였던 삼성전자 우선주는 8월 말 7위까지 순위가 하락했고(현재 6위), 10위로 시작한 POSCO는 현재 17위, 12위로 시작한 신한지주는 현재 25위까지 순위가 하락한 상태다.

올초 18위였던 한국전력은 최근 26위에 랭크됐는데, 4년 전 시총 2위였음을 감안하면 가장 드라마틱한 순위 하락이다. 한편 연초 6위였던 현대차는 7월 초 13위까지 순위가 하락했지만 최근 상승을 통해 8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현대모비스(7위 → 15위 → 12위), 기아차(17위 → 24위 → 15위)도 순위가 하락한 이후 최근 회복한 모습이다.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연초 60조원에서 현재 45조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자료=유안타증권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연초 60조원에서 현재 45조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자료=유안타증권

◆ BBIG의 주도력은 이미 약해지고 있다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7종목의 시총은 연초 146조원에서 8월27일 290조원까지 상승했고, 이들이 코스피 200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연초 11.5%에서 8월27일 21.1%로 높아졌다. 다만, 최근 들어 이들의 비중 상승 속도는 느려졌다.

7월10일 최고치를 경신(20.5%)한 이후 다시 한번 고점을 경신(8월26)하기 까지는 6주의 시간이 소요됐고, 8월27일 고점 이후 재차 하락 중이다.

구간별 수익률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BBIG 7종목은 상반기 증시를 주도하며 수익률 상위 종목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지만 7월 이후 수익률 상위 종목에서는 이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다. 

◆ 주도주의 주도력 약화

BBIG 7을 대신할 종목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에서 벗어나 제약-바이오 섹터 내 다른 종목이 관심을 받고 있고, 게임 업종에서도 엔씨소프트를 대신할 종목이 등장했다.

자동차주, 한화솔루션, 두산중공업의 상승도 배터리의 대안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BBIG의 주도력이 둔화되며 장의 흐름은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데, 2009년 하반기, 2015년 하반기 시장의 모습이 지금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주도주(2009년 7공주, 2015년 화장품)의 주도력이 둔화되며 시장이 조정을 받는 과정과 조정 이후의 흐름이었다. 유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개인의 시장 참여가 활발했다는 점, 기간 조정 이후 새로운 주도주가 등장했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발견된다.

새로운 주도주는 2010년 하반기의 차화정, 2016년 하반기의 반도체였다. 증시 전체 이익이 빠른 속도로 회복됐고, 그 과정에서 이익증가를 주도했던 업종이었다.

주도주의 압축, 교체 과정에서 장의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정 후 재상승을 염두에 둔다면 조정기를 잘 버텨야 하고 조정 이후 시장의 컨셉을 고려한 종목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안타증권 김광현 연구원은 "전자와 관련해서는 외국인 수급이 뒷반침 될 수 있는 대형주 중심의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후자와 관련해서는 이익(Fundamental)에 관심을 둬야 한다"며 "둘을 모두 만족하는 업종으로는 증권, 은행, 자동차, IT HW가 꼽히고 순수화학, 음식료 등도 펀터멘털과 관련 향후 눈여겨 봐야하는 종목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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