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스마트폰의 보급이 불러올 태블릿 PC 시장의 변동
이전 체험기를 통해 갤럭시 Z 폴드2의 디스플레이는 미디어 감상과 멀티테스킹에 최적화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7인치 수준 크기의 태블릿은 이전에도 미디어 감상에 최적화 되어 있다는 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갤럭시 Z 폴드2는 펼쳤을 때 사실상 7인치 태블릿과 동일한 화면을 가지므로 특성 역시 마찬가지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한편 태블릿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애플은 자사의 아이패드 라인업 4종 미니(7인치 대) 기본(10인치 대), 에어(10인치 대), 프로(11-12인치 대) 중 교육용 시장을 타겟으로 기본 라인업을 판촉하고 있습니다. 교육용 시장은 목적의 특성상 그다지 높은 사양을 요구하지 않는 작업을 몇 년 간 지장없이 싼 값에 구동할 수 있는 기기를 필요로 합니다. 이때 ‘싼 값’이라는 측면을 생각하면 중급/고급기 라인업에 해당하는 에어/프로 라인업 대신 기본 라인업이 교육용으로 판촉되고 있음은 납득 가능합니다.
한편 미니 라인업은 왜 제외되었을까요. 분명 기본 모델의 10인치보다 더 작은 화면 크기로 아이패드를 생산하면 보다 단가를 낮출 수 있어 싼 값에 교육용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미니 라인업이 교육용에서 제외된 이유는 문서 작업 및 노트 필기 등 생산적인 작업에서 작은 스크린이 부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생산적인 작업을 위해서는 적어도 10인치는 되어야 한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반면 7인치 대 태블릿은 한 손으로 잡았을 때 무게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기기 크기 역시 태블릿 중에서는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휴대성이 용이해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컨텐츠 소비용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특히 침대나 소파에서 사용하기에 너무나 매력적인 크기입니다.
한편 갤럭시 Z 폴드2를 비롯한 폴더블 스마트폰은 태블릿 PC와 동일한 화면 크기와 비율을 가졌을 때 휴대성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휴대가 태블릿보다 매우 간편합니다. 7인치 대 태블릿은 손에 들고 다니기에는 큰 사이즈 때문에 자칫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떨어뜨리기 쉽고 따라서 고장의 위험이 따릅니다. 반면 폴더블 스마트폰은 접은 상태로 들고다닐 수 있어 야외에서 부주의로 인한 고장 위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이로 인해 7인치 대 태블릿보다 7인치 대 폴더블 스마트폰이 사용성이 용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40만원에 육박하는 폴더블 스마트폰과 불과 20~30%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7인치 대 태블릿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더러 아직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라는 별개의 카테고리에 속해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이러한 비교는 타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향후 10여년을 바라본다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스마트폰 크기는 지난 10년간 평상시에 부담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크기의 한계까지 커진 결과입니다. 이보다 크면 더 이상 조작이나 휴대가 불편해지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은 스마트폰 크기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적화된 스마트폰 크기에 맞춰 폴더블 스마트폰을 제조했을 때의 화면 크기는 지금의 갤럭시 Z 폴드2의 7인치 대 태블릿 수준 사이즈가 됩니다. 만약 지금보다 더 큰 10~13인치 대 태블릿 수준 화면 크기를 가진 폴더블 기기는 휴대하기에 불편해 폴더블 기능을 통해 얻는 휴대 편의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12인치 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기기는 폴더블 기능 덕분에 절반으로 접을 수 있게 되어도 가방이 없으면 평상시에 휴대하기 부담스러운 크기가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더라도 휴대를 위해 가방이 필요하므로 굳이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제조하기 위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생산 단가를 낮추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로 휴대성에 이득을 볼 수 있는 크기는 7~8인치 수준이 되는 셈인데 향후 기술이 발전하여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더욱 안정적으로 양산되기 시작한다면 갤럭시 뿐만 아니라 타 제조사의 많은 플래그십 스마트폰도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채 출시될 것입니다.
그 시기가 된다면 모두가 7인치 대 디스플레이를 가진 폴더블 스마트폰을 소유하게 될텐데 과연 아이패드 미니를 비롯한 7인치 대 태블릿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물론 7인치 대 태블릿이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지 않음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동일한 역할을 하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한들 7인치 대 태블릿을 구매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애플의 아이팟에서 그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팟은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양을 판매한 MP3 입니다. 아이팟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2001년을 기준으로 5GB나 되는 용량은 음악을 무한으로 흡수하는 블랙홀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아이팟은 아이러니하게도 MP3 역할까지도 포함한 아이폰이 보급됨에 따라 단종 절차를 밟으며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아이팟 모델인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에서 전화 기능이 빠진 모델이라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기능이 제거돼 생산 단가를 극도로 낮춰 20만원 대에 신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아이폰이 100만 원 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엄청난 우위에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 소비자만을 제외하면 아이팟 터치를 찾지 않습니다. 이미 스마트폰이 있는데 역할이 중복되는 기기가 아무리 싸다고 하더라도 사용할 이유가 없으니 마찬가지로 구매 할 이유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7인치 대 태블릿 역시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 한들 폴더블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다면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 수준이 될 것이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반면 10인치 이상의 태블릿은 폴더블로 얻는 이점인 휴대성 측면에서 큰 이득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폴더블을 탑재하지 않음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측의 기저에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향후 10년 내에는 보급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두 말 할 나위 없이 당연한 것이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가져다 주는 이점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더 큰 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더 쉽게 휴대할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게다가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이 갤럭시 폴드 시리즈를 통해 보급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보급되는 일은 그야말로 시간 문제에 불과함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제는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폴더블 스마트폰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넘어 폴더블 스마트폰이 가져올 미래 시장 변화를 고민하고 이에 먼저 대응하는 것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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