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마음①] 식물이 주는 마음의 '쉼'
[식물과 마음①] 식물이 주는 마음의 '쉼'
  • [자투리경제=김수경 SNS에디터]
  • 승인 2020.10.07 09: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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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로 마음의 쉼을 전하는 plant restism 김수경 대표

사는 게 뭔지 이러다 죽겠구나. 죽는 게 나을까? 생각 할 때 식물과 자연을 만났습니다.

벼랑 끝에서 만난 연약하고도 강인한 생명들이 제게 건넸던 메시지를 전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자고 힘내보라고 말하던 순간들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왜 이렇게 세상은 나에게만 팍팍한지, 힘에 부치기만 한 일상 속에서 나만을 위한 온전한 마음의 쉼을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가볍고 즐겁게 찾아오겠습니다. 이 짧은 글이 여러분의 일상에 다채로운 색으로 조금이나마 물들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식물을 마음에 품은 것은 대단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늘은 그 대단하지 않았던 계기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대학원을 졸업하던 해 청년들의 취업난 문제가 사회적 큰 이슈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었던 청년 실업자 통계 그래프는 높아졌다. 그 수치를 높이는데 나도 한몫했다. 졸업을 하고 취업준비를 하던 4개월 내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미대를 졸업하고 건축을 해보겠다고 떠들어 대던 의기양양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네가 그걸 이제 와서 어떻게 해?” 의심어린 눈초리에 보란 듯이 해내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사진출처 unsplash

 

지원한 곳은 모조리 떨어지고 있던 차에, 급히 손이 필요하다며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소개받은 작은 건축사무소에서 감지덕지한 마음으로 나의 꿈과 미래를 바치겠노라 다짐하며 나의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업무 강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디자인 계열이 다 그렇듯 끝이라고 정한 때가 바로 일의 끝이다. 그 말인 즉,  끝이 없는 일이 바로 디자인이다. 만족할 때까지 했고 어떨 때는 그만 끝내자 타협하기도 했다.

막차를 타고 가는 것은 일상이었다.  늦은 새벽에 퇴근하는 딸이 걱정 돼 슬리퍼 차림으로 집 앞에서 서성이던 어머니에게 괜히 짜증도 많이 냈다. 회사에선 웃고 가족한텐 이유없이 얼굴을 붉혔다.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지도 몰랐다. 해가 뜨는지 지는지 모르고 일했고 22인치 모니터는 내 세상에 전부였다.

 

사진출처 unsplash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바싹 말라갔다. 봄이라고 하는데 내 몸은 한겨울 죽은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것 같았다. 끝이 안 보이는 업무가 버거웠다. 극심한 무기력증과 우울감이 찾아왔다. 병원에 갈 생각도 못할 만큼 바쁜 나날들 이었다. 그만큼 나를 챙길 시간은 없었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을 하니 그래도 어찌됐던 버텼다. 이 정돈 버텨야지, 버티자. 그날은 여느 날과 같이 새벽이슬을 맞으며 퇴근해 잠깐 눈은 붙이고 출근을 했다.

오전 회의 전 미리 시안을 뽑아두려고 30분 일찍 출근한 적막한 사무실.  블라인드 뒤로 흐드러지게 핀 목련나무 그림자가 일렁였다. 반년이 다 되도록 이렇게 큰 나무가 사무실 창문에서 보이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찬란한 순간들을 놓치고 살았던 것일까.  후회가 됐다. 그리고 팍팍하게 보낸 시간들이 쌓여 번아웃을 겪게 되었다.

 

사진출처 unsplash
사진출처 unsplash

 

번아웃(Burnout syndrome)이라는건 무서운 증상이다. 무기력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심해지면 몸까지 아파온다. 실제로 극심한 복통과 두통에 시달렸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번아웃에서 빠져나오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결국 신체적 통증과 우울감 때문에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인생의 목표를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포기해 버렸다는 사실이 한심해서 스스로를 더 질책했다. 나락으로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다시 일어나려고 했을 때 발을 딛을 수 있도록 그 시간들을 조용히 채워준 것이 바로 '식물'이었다. 인상 쓰며 땅만 보고 걷는 대신에 보도블럭 사이에 낀 이끼와 민들레를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짜증나, 짜증나"를 입에 달고 살던 내가 "예쁘다, 예쁘다"를 입에 붙도록 말했다. 실제로 식물들을 보면 예쁘다.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기분도 덩달아 가벼워진다. 여리지만 강인한 생명들을 가까이 하며 푸석하게 말라있던 마음이 조금씩 맑은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photo by plant restism
photo by plant restism

 

그동안 겪은 경험들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번아웃을 겪고 있는 직장인들을 만나 식물과 쉼에 대해 강연를 시작했고, 가장 열심히 살고 있지만 스스로를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강연에 함께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진정한 마음의 쉼에 대한 주제를 이야기 할 것이다.

 

plant restism 식물과 쉼 강의 중 모습

 

 너무 힘들었던 순간들 누구에게 말 할 수도 없고 스스로 무엇 때문에 마음이 버거운지 모르겠다면 그 감정들이 바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거창한 휴가가 아닌 매일 나를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게 중요하다. 

나에겐 그러한 잠깐의 순간들이 식물과 함께하는 순간들이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해 경주마처럼 달려가는 것도 좋지만 목표를 위해 잠깐 멈춰서도 좋다.

그 잠깐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 plant restism 대표

- 원예 치료사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건축설계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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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미 2020-10-09 22:01:11
글이 담백하니 좋아요~ 앞으로 글이 더 기대 됩니다.

안선영 2020-10-07 14:13:38
잘읽었어요. 저도 식물이 주는 기쁨때문에 힘들어도 식물을 포기할수가 없더라구요 ㅎㅎ대표님 다음글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