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과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는 갑자기 터진 사건인가, 아니면 예고된 대형 금융사고인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사태를 촉발시킨 여러 원인중 성급한 규제완화 조치와 감독 소홀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모펀드 사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동안 은행들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DLS)의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해 금융소비자 피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임 자산운용 사모펀드 부실로 인한 피해 규모는 최대 1조원, 피해 본 개인 계좌는 4035개에 이른다. 옵티머스 환매 중단은 2017~2020년 6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1조 2000억원을 모은 후 부실회사 인수·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해 투자자 2900여명에게 피해를 준 사건이다.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부실 운용 사태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지면서 정치권의 새로운 뇌관이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부실 운용 사태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지면서 정치권의 새로운 뇌관이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라임자산운용

◆ 사태 발생과 파장…피해 여전히 진행중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3년 2월 사모펀드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다. 사모펀드 유형을 단순화하고 개인 및 비상장법인 투자요건을 완화했다. 사모펀드 운용업자 진입규제도 크게 완화했다. 아울러 헤지펀드 자산운용규제도 완화시켰다. 채무보증 담보 제공 규모를 재산총액의 50%에서 순자산의 400%까지 늘려줬다.

이후 사모펀드들은 국내 모험자본 공급보다는 고위험 대체자산 투자에 집중했다. 사실상 공모펀드를 사모펀드로 판매한 셈이다.

사건은 2019년 4월에 터진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중단을 시작으로 DLF, 라임, 알펜루트, 옵티머스, 젠투 등의 대규모 사모펀드가 연이어 환매중단됐다.

2020년 7월말 기준으로 JB자산운용, DB자산운용, 헤이스팅스자산운용, 자비스자산운용, 코리아에셋투자증권, 교보로얄클래스, KTB, 글로벌원자산운용, 포트코리아자산운용, 플랫폼파트너스 등의 사모펀드가 환매중단됐다. 2020년 6월말 현재 환매중단 사모펀드는 총 26개, 총 판매규모는 5조 6000억원에 달한다.

마침내 정부는 사후약방문 격으로 2019년 11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한다. 기초자산과 손익구조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모펀드를 6개월 이내 50인 이상에게 판매하면 공모로 간주하고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일반투자자 요건도 강화했다. 일반 헤지펀드의 최소투자금액이 1억원 이상 에서 3억원 이상으로 상향됐고, 레버리지 200% 이상 헤지펀드의 최소투자금액도 3억원 이상에서 5억원 이상으로 올렸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사모펀드 부실과 투자자 피해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19년 4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중단을 시작으로 DLF, 라임, 알펜루트, 옵티머스, 젠투 등의 대규모 사모펀드가 연이어 환매중단됐다. 자료=금융감독원

◆ 2011년 저축은행 사태 '판박이'

이번 사태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금융위원회는 2005~2006년에 걸쳐 저축은행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한다.
2005년 12월 저축은행간 인수·합병(M&A) 한도를 폐지했고, 유사증권 종류별 투자 한도 완화했다.

이듬해인 2006년 4월 '88클럽' 저축은행 제도를 실시한다. 88클럽 요건은 BIS비율 8% 이상과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인 우량저축은행으로 법인에 대한 여신한도(80억원)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또 여신전문출장소 설치 허용 및 요건도 완화해줬다. 

2008년 8월에는 '저축은행 발전방안'이 발표된다. 지점설치 요건 충족시 자동승인이 되는 등 88클럽의 혜택이 추가된다. 저축은행간 M&A에 인센티브도  부여됐다. 영업지역 외 지점설치를 최대 5개까지 허용했다. 또 상호저축은행 대신에 '저축은행'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88클럽 저축은행 중심으로 고위험 부동산 PF대출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88클럽 저축은행 중심으로 고위험 부동산 PF대출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2020년 사모펀드 사태 때 국내 모험자본 공급보다는 고위험 대체자산 투자에 집중하게 된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2020년 사모펀드 사태 때 국내 모험자본 공급보다는 고위험 대체자산 투자에 집중하게 된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이후 88클럽 저축은행 중심으로 고위험 부동산 PF대출이 확대된다. 저축은행들은 88클럽 가입을 통해 금융규제 완화 혜택을 누린다. 여기에 2005년 규제완화 이후 저축은행 현장 검사인력이 오히려 감소한다.  

마침내 2011년 1월부터 9월까지 16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다. 2011년 3~11월 조사에서 부산저축은행 계열 5개가 6조원대 불법대출과 3조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적발된다. 2012년 10월 기준 10만명 이상의 금융소비자가 1.3조원을 피해를 봤다. 2011년 이후 총 27조2000억원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31개 저축은행이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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