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 친환경 연중기획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
-글로벌 기업 新 생존 키워드 'ESG'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이고 자신을 스스로 조절하는 존재다' 

영국의 대기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E. Lovelock)이 지난 1969년 발표한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이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 45억년 동안 생물과 무생물이 복잡하고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일정한 환경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인간이 야기한 환경문제 등으로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숨통을 막게 되고 결국 지구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성장이라는 명목 아래 이뤄지는 무분별한 개발과 끝없이 화석연료를 사용한 결과 지구는 뜨거운 탄소 쓰레기장이 돼가고 있다. 

자투리경제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공존경영] 시리즈를 통해 자연과의 공존 방안과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경영의 현주소 및 전망, 보완할 점 등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환경을 생각하며 사업을 하는 것. 이 둘은 공존이 가능할까?'

예전 같으면 말이 되지 않던 얘기가 지금은 사업과 투자의 기준이 되고 있다. 

돈 보다는 환경을 최우선시 하는 기업들에 대해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기업들을 적극 후원하는 것이 결국 본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종국에는 지구와 자연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의 상징'으로 통한다. 파타고니아는 회사의 모든 결정을 환경 위기를 염두에 두고 내린다. 파타고니아의 사명은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이다.

파타고니아가 말하는 최고의 제품은 기능이 뛰어나야 하고, 수선이 용이해야 하며, 무엇보다 내구성이 월등해야 한다.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몇 세대에 걸쳐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 또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염색할 때 독성 물질을 쓰는 등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원단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차원에서 볼 때 비싼 옷이지만 파타고니아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비싼 돈을 주고 상품을 구입한다.  파타고니아는 등반장비를 만들던 작은 회사에서 출발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클라이밍, 서핑, 트레일러닝, 산악자전거, 스키-스노보드, 플라이낚시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스포츠의 공통점은 장비에 엔진이 장착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파타고니아 '이 자켓을 사지 말라'고 광고한다. 이유는 자켓 한 벌에 들어가는 목화를 만드는데 135L의 물이 소비되고 9kg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옷을 오래 입다가 버려도 2/3는 쓰레기가 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지 않다면 소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는 '이 자켓을 사지 말라'고 광고한다. 이유는 자켓 한 벌에 들어가는 목화를 만드는데 135L의 물이 소비되고 9kg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옷을 오래 입다가 버려도 2/3는 쓰레기가 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지 않다면 소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파타고니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주목받는 이유는 강도높은 ‘ESG 경영’이다. 모든 협력사에 탄소 배출 저감 실적을 요구할 정도로 지속 가능한 생산을 중요시한다.

자사 탄소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팔아 수익도 낸다. 올해 2분기 테슬라가 탄소 배출권을 다른 자동차 기업에 팔아 벌어들인 돈만 4억 2000만 달러(약 4900억원)에 이른다.

환경 정책 영향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테슬라는 올해 3분기에 87억7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이다. 테슬라의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24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순이익은 3억3100만달러, 주당 순이익은 76센트로 집계됐다. 테슬라는 올해 전체적으로 5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기존 목표도 재확인했다. 

테슬라가 내세우는 가치는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가 아니다. 바로 '지구의 에너지 문제 해결'이다. 테슬라는 2015년 테슬라 에너지를 출범시켰고 이듬해엔 태양광 발전 업체 솔라시티를 인수했다. 태양광 지붕(솔라루프)을 통해 만든 전기를 에너지 저장장치 (ESS)에 저장했다가 전기차를 충전하는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ESG펀드에 돈이 몰리면서 테슬라가 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세계 ESG펀드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올해 1분기에도 456억달러의 자금이 들어왔다. 코로나19로 전체 펀드 시장에서 3487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됐지만 ESG펀드는 예외였다. 친환경 기업의 주가가 오르자 ESG ETF에 돈이 몰리고, 이들이 투자하는 기업의 주가가 다시 높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거래되는 ETF 중 테슬라 주식을 편입하고 있는 상품은 128개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 주식 수는 약 660만 주로, 전체 상장 주식의 3.6% 수준이다. ESG 투자 자산이 늘어날수록 테슬라 주식 수요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사진=테슬라
사진=테슬라 코리아

스웨덴 제조·직 매형 의류(SPA) 브랜드 H&M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 산업 폐기물로 만든 나일론 등 재활용 소재만 쓰겠다고 발표했다. H&M은 2013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의류 수거 프로그램인 가먼트 콜렉팅을 진행해왔다. H&M 매장에서 모든 브랜드의 옷이나 섬유를 리사이클링할 수 있다. 

H&M은 오래된 그물, 카펫, 생산 후 남은 폐기물로 만들어진 재활용 나일론,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등 재활용 소재의 세계 최대 사용자 중 하나다. 지난해 H&M은 거의 5억 3700만 개의 페트병에 달하는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했다. 

H&M의 친환경 움직임에 자극을 받은 자라, 유니클로 등도 친환경 소재 제품 개발에 나섰다. 독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도 올해 생산하는 제품 절반을 재활용 소재, 혹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재를 쓰기로 했다. 미국 패션 브랜드 에버레인 역시 내년까지 100% 재활용 섬유만 쓰겠다고 공언했다.

사진=H&M

삼성전자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서 선두 다툼을 하고 있는 대만의 간판기업 TSMC는 지난 7월 ‘ RE100(Renewable Energy100)’ 캠페인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2050년 이전까지 해상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 쓰는 전력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RE100은 2050년 이전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약속이다. 애플, 구글, 월마트 등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RE100 참여 기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현재 RE100에 가입한 곳은 263개사에 달한다.

GM은 2030년까지 미국 내 제조 시설의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BMW도 연내 필요 전력의 3분의 2 이상을 재생에너지에서 공급받기로 약속했다.

화학 대기업인 아사히 카세이는 2030년까지 석탄 화력 발전 의존도를 ‘제로(0)’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애플 등 글로벌 대기업 사이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해 생산한 제품은 구매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확산하자 자체 발전소 가운데 석탄 화력발전소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ESG 투자는 주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8년 기준 전체 ESG 투자자산 중 주식 비중은 51%, 채권 36%, 부동산 3% 등 ESG 투자는 다양한 자산군에서 나타나고 있다.MSCI ESG 지수 추종 자금 추이를 통해서도 최근 채권 부문의 ESG 투자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신한금융투자
ESG 투자는 주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8년 기준 전체 ESG 투자자산 중 주식 비중은 51%, 채권 36%, 부동산 3% 등 ESG 투자는 다양한 자산군에서 나타나고 있다.MSCI ESG 지수 추종 자금 추이를 통해서도 최근 채권 부문의 ESG 투자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신한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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