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경제 친환경 연중기획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이고 자신을 스스로 조절하는 존재다' 

영국의 대기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E. Lovelock)이 지난 1969년 발표한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이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 45억년 동안 생물과 무생물이 복잡하고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일정한 환경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인간이 야기한 환경문제 등으로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숨통을 막게 되고 결국 지구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성장이라는 명목 아래 이뤄지는 무분별한 개발과 끝없이 화석연료를 사용한 결과 지구는 뜨거운 탄소 쓰레기장이 돼가고 있다. 자투리경제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공존경영] 시리즈를 통해 자연과의 공존 방안과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경영의 현주소 및 전망, 보완할 점 등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똑같이 100억원을 벌었다고 해도 석탄회사와 재생에너지 기업의 이익 간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ESG 항목을 영업권처럼 무형자산으로 인정하고 재무제표에 반영한다면 ESG 활동을 잘한 기업은 자산가치가 확 뛸 것입니다"

이형희 SK 수펙스협의회 SV(social value) 위원장은 "과거에는 번 돈의 일부를  착한 일에 썼지만 지금은 다르다"라며 "돈 버는 과정부터 착하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SK는 작년부터 각 계열사 경영 핵심평가지표(KPI)에 ESG를 50% 가량 반영하면서 기업이 추구하는 바를 ESG 중심으로 뜯어 고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SK가 좋은 이미지나 만들려고 ESG를 강화하는 게 아니다"라며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낮은 북미는 ‘RE100’(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쓴다는 기업들의 약속)과 같은 재생에너지 캠페인을,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이 잘 갖춰진 유럽은 플라스틱 재활용 규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준공한 VRDS를 설치하는 데 SK에너지가 쓴 돈은 1조원이 넘는다.  친환경 기술이 집약된 설비여서 설치하는 데 만 25개월이나 걸렸다. VRDS는 선박유에 함유된 황산화물을 걸러내 저 유황 중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고유황중유를 저 유황 중유로 대체하면 황산화물 배출량이 리터당 86% 감소한다.

기계적준공 및 시운전을 마친 SK에너지의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전경.
기계적준공 및 시운전을 마친 SK에너지의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 신기술과 매출, 수익성 보다 중요한 것이 ESG

"개별사업장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환경, 인권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으면 총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삼성전자 지속 가능경영 사무국 관계자는 "사업부 평가때 ‘ESG 성적’부터 따진다"라며 ES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지속 가능경영 사무국이 평가하는 항목은 환경과 노동·인권, 사회 공헌, 공급망, 이해관계자 등 5개 분야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은 지난 7월 각 사업장의 ESG 실태를 들여다보기 위해 그동안 운영해 온 환경안전센터와 별개로 지속 가능경영 사무국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매년 7월 지속 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다. 2008년 73쪽이던 분량이 올해 136 쪽으로 배 가까이로 늘었다. 감사보고서(144쪽)와 맞먹는 분량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ESG 경영에 나서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경제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해 지속 가능경영보고서를 낸 기업은 136곳으로 3년 전보다 6곳 늘었다. 올해는 이미 110곳이 보고서를 냈다. 

세계 최대 규모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의 자산운용기구 NBIM(Norges Bank InvestmentManagement)은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NBIM은 노르웨이 재무부의 지침에 따라 도덕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나 사회에 심각한 비용을 초래하는 기업에는 투자를 배제한다. 실제로 NBIM은 특정 유형의 무기 생산 및 판매 기업과 담배 생산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의 자산운용기구 NBIM(Norges Bank InvestmentManagement)은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NBIM은 노르웨이 재무부의 지침에 따라 도덕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나 사회에 심각한 비용을 초래하는 기업에는 투자를 배제한다. 실제로 NBIM은 특정 유형의 무기 생산 및 판매 기업과 담배 생산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 자료=NBIM, 신한금융투자

 

◆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소비'·'녹색 소비'

로하스족과 에코 맘들은 물건 하나를 고를 때도 반드시 지구의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구매한다. 또 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친환경 제품이나 재생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선택하고 돈이 더 들더라도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만든 제품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제품으로 표시된 것을 확인하고 구입하는 등 지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소비하는 의식있는 소비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새로운 소비문화가 생겨나고 새롭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단순한 자원 재활용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지난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테라사이클(Terracycle)은 주스 팩을 이어 붙여서 책가방을 만들고, 오레오 쿠키 포장지를 엮어 장난감 연을 만드는 등 버려진 과자 비닐 봉지를 모아 가방이나 소품으로 재탄생시시키고 있다.  스위스 프라이탁(Freitag)은 트럭 폐 방수포를 모아 가방을 만들어 팔았고 현재 전세계에 35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 비싸더라도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옷을 산다

효성티앤씨는 비싼 돈을 주고 버려진 페트병을 구해 폴리에스테르 원사인 리젠을 제조한다. 석유에서 뽑아낸 원재료를 쓸 때보다 비용이 두 배 더 든다. 리젠 원사를 기존 폴리에스테르 원사 대비 약 1.5배 높은 가격에 판다. 친환경을 모토로 내건 패션· 의류업체들은 재활용 원료로 생산한 리젠을 50% 이상 비싸게 사들인다. 소비자들이 친 환경 소재로 만든 옷, 가방, 액세서리에 선뜻 지갑을 열면서 글로벌 패션업체들의 주문이 급격히 늘었다.

효성티앤씨가 플리츠마마와 협업해 삼다수병 16개로 만든 친환경 가방 제품. 사진=효성
효성티앤씨가 플리츠마마와 협업해 삼다수병 16개로 만든 친환경 가방 제품. 사진=효성

원료와 포장에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제조 과정에서도 동물성 실험을 배제한 것이 비건 화장품이다.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에 전시된 제품 중 비건 화장품 비중은 5% 안팎이다. 시코르는 올해 1~3분기 비건 제품 매출이 목표보다 20% 이상 더 나왔다고 설명했다.  기존 화장품 업체들도 비건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6월 비건 화장품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건 화장품 규모는 2017년 기준 129억 달러(약 14조 8500억원)다.  2025년엔 208억 달러(약 23조 9500억원)까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월드스타 김연경 선수가 소속된 흥국생명 여자배구단이 올 시즌부터 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 섬유 브랜드 유니폼을 입는다.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여자배구단이 2020~2021시즌부터 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 섬유 브랜드 에이스포라-에코로 제작한 유니폼을 입는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보인 친환경 유니폼 소재는 경기 중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건조시켜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게 해줘 스포츠 아웃도어 의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육성한 사회적 기업 모어댄은 환경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15년 창업한 이 회사는 버려진 자동차를 재활용한 뒤 컨티뉴란 브랜드를 붙여 지갑과 가방 등을 제작한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버려지는 천연가죽, 에어백, 안전벨트 등이 연간 400만 t에 달한다는 점에 착안한 사업 모델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사진=SK이노베이션

한편 지난해 말부터 주요 기업에 ESG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잇따라 신설되고 있다. 포스코는 작년 말 조직 개편을 통해 기업시민실 산하에 ESG 그룹을 신설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사 경영 전반에서 세계 ESG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 지침과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개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이런 의미에서 ESG그룹을 ‘ 돋보기 렌즈’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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