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공존경영⑧] ESG 평가, 통일된 기준이 없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공존경영⑧] ESG 평가, 통일된 기준이 없다
  • [자투리경제=박영석 SNS에디터]
  • 승인 2020.11.0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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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명체이고 자신을 스스로 조절하는 존재다' 

영국의 대기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E. Lovelock)이 지난 1969년 발표한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이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 45억년 동안 생물과 무생물이 복잡하고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일정한 환경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인간이 야기한 환경문제 등으로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숨통을 막게 되고 결국 지구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성장이라는 명목 아래 이뤄지는 무분별한 개발과 끝없이 화석연료를 사용한 결과 지구는 뜨거운 탄소 쓰레기장이 돼가고 있다. 자투리경제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공존경영] 시리즈를 통해 자연과의 공존 방안과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경영의 현주소 및 전망, 보완할 점 등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ESG 투자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세계적으로 125개 이상(2016년 기준)의 ESG 평가기관이 생겨났다. 대표적 글로벌 ESG 평가기관에는 ▲MSCI ▲서스테널리스틱스(Sustainalytics) ▲ 레피니티브(Refinitiv) ▲로베코샘(RobecoSAM) ▲블룸버그(Bloomberg) 등이 있고, 국내에는 ▲서스틴베스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경제연구소 등이 있다. 이밖에 신용평가사들, 온라인 전문 ESG 평가기관들이 생겼고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같은 기업에 대해서도 평가기관별로 점수 달라

ESG 평가기관이 늘어나고 있지만 ESG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 지속가능투자 연합(GSIA)에서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ESG평가기관들은 정보수집, 분석, 평가 단계에서 다양한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기업에 대해 상반되는 ESG 점수가 나오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는 FTSE 러셀의 ESG 평가에서 가스차 제조회사 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FTSE 러셀은 회사 생산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MSCI는 테슬라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탄소량 배출과 환경혁신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환경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MSCI와 서스테널리스틱스(Sustainalytics)의 ESG 평가방법론을 비교해 보면 참고자료, 구성항목, 가중방식, 정규화 방법 등에서 차이를 보였다. State Street Global Advisors의 분석에 따르면 2017년 6월 말 기준 MSCI World Index 구성종목에 대한 MSCI와 서스테널리스틱스(Sustainalystics)의 ESG 점수간 상관관계는 0.53으로 낮았고 다른 평가기관도 유사한 결과를 기록했다. 결국 ESG 투자자 입장에서는 특정 평가기관만의 점수를 이용하기에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따라서 보다 많은 비재무적 정보를 수집하고 다양한 평가기관들의 의견을 종합해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ESG 데이터에 불리한 요인 누락 가능성

ESG 평가의 근본적 문제는 정보의 한계에 있다. 기업들의 비재무적 정보는 크게 ▲법제화 부족 ▲공통된 기준 부재 ▲편향된 보고 ▲시계열 부재 등 네 가지 문제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법제화 부족과 관련, ESG 공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규제 대상이 아니다. ESG 투자가 활성화된 유럽 국가에서도 ESG 정보 공시에 대해 전통적 재무정보 공시 수준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기업이 공시하지 않은 중요한 비재무적 정보가 있는 경우 평가기관들의 정성적 평가에 기댈 수밖에 없다.

공통된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ESG 공시는 정해진 공통 기준이 없어 공시 항목이 기업별로 상이하다. 국내의 경우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해 의무공시가 적용되고 있지만, 보고 자료에 대한 가이드라인 부재로 보고서 양식과 자료 공개범위가 기업마다 다르다. 상장기업들이 공시하는 재무적 정보에 비해 비재무적 정보는 일관성이 낮은 문제점이 있다.

ESG 평가시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ESG 공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규제 대상이 아니다. 또 ESG 공시는 정해진 공통 기준이 없어 공시 항목이 기업별로 서로 다르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자료=신한금융투자
ESG 평가시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ESG 공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규제 대상이 아니다. 또 ESG 공시는 정해진 공통 기준이 없어 공시 항목이 기업별로 서로 다르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자료=신한금융투자

ESG 데이터는 기업의 이해 관계에 따라 자체적으로 작성해 공표되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향될 수 있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가이드라인 및 ISO 26000 등의 검증 기준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들은 일반적인 이슈에 대해서만 기재하도록 돼 있어 정보가 구체적이지 못하고 기업 간 비교에 활용하기가 어렵다. 또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생략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독일의 폭스바겐 사례가 있다. 폭스바겐은 자동차 업계에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으나 배출가스 기계 조작 파문으로 지속가능보고서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줬다.

ESG 공시는 재무정보 공시에 비해 역사가 짧아 축적된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적다. 기업의 재무정보는 기업 역사와 함께 각 국가별 회계기준에 맞춰 축적됐지만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정보는 기업들 대부분 5년 이상 공개하지 않고 있다. 평가기관들의 평가방법론도 비재무적 정보의 확장, 발전된 평가체계, 평가기관 M&A 등의 이유로 자주 바뀌어왔다. 비재무적 정보의 시계열 데이터 부재로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비재무적 요인을 개선해왔는지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다. 시계열이란 어떤 관측치나 통계량의 변화를 시간의 움직임에 따라 포착하고 계열화한 것을 말한다.

자료=신한금융투자

◆ 평가기관별로 ESG 점수가 다른 이유

ESG 평가기관들의 평가방법론 차이도 문제다. 평가기관별 ESG 점수차를 발생시키는 원인은 ▲범위의 괴리 ▲가중치의 괴리 ▲측정의 괴리다.

우선 범위의 괴리는 정보 수집능력과 기업마다 제공하는 정보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기업들의 재무정보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누구나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비재무적 정보는 조사기관의 능력에 따라 수집된 정보의 양이 달라질 수 있다.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얻는 정보, 비정형 데이터, 사회적 논쟁에 대한 뉴스 기사 등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얻어야 하기 때문에 같은 기업에 대해서도 평가기관 마다 비재무적 정보 축적량이 달라지게 된다. 즉, 다른 두 평가기관이 동일한 기업을 평가할 때 서로 다른 비재무적 정보를 보고 평가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또 같은 업종 내 기업 비교도 한계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ESG 점수는 업종 내 상대적 비교를 통해 산출하게 된다. 두 기업의 데이터 공개범위가 비슷한 재무정보의 경우 상대적 비교가 쉽다. 하지만 비재무적 정보는 기업마다 공개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업종 내 기업들도 동일한 기준의 비교가 어렵다.

다음은 가중치의 괴리로 ESG 항목에 대해 부과하는 가중치가 평가기관마다 다르다. 평가기관들은 평가지표 간 상대적 중요성을 근거로 가중치를 결정 하는데, 상대적 중요성 판단은 업종별 특성과 각 지표와의 재무적 성과 간의 관계를 고려한다. 문제는 상대적 중요성 판단이 평가기관마다 다른 결과로 도출돼 같은 기업도 부여되는 ESG 영역별 가중치가 다르게 된다.

◆ 국내 ESG투자 시작단계…기준점 되는 ESG 컨센서스 필요

비재무적 정보의 한계와 평가기관들의 평가방법론 차이로 인해 ESG 컨센서스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수의 평가기관 의견으로 비재무적 정보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는 위험이 뒤따른다. 보다 많은 비재무적 정보를 수집하고 다양한 평가기관들의 의견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 현재 ESG 평가에 있어 가장 적합한 투자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준점이 되는 ESG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ESG 컨센서스는 국내 ESG 평가기관뿐만 아니라 글로벌 ESG 평가기관의 평가도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ESG 평가체계는 주로 기업지배구조 평가에 집중돼 왔다. 환경과 사회측면에 대한 평가는 선진국에 비해 제도적으로나 정보수집 능력 등에서 뒤쳐져 있다고 볼수 있다. ESG 투자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ESG 정보를 엄밀하게 수치화·계량화할 만큼 개별 기업의 다양한 사례와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김상호 수석연구원은 "ESG 컨센서스는 일반적인 경제성장률, 목표주가, 기업이익 컨센서스와는 다르게 표준화 처리가 필요하다"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공통된 값을 추정하기 때문에 각 평가기관의 값을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ESG 점수와 등급은 평가기관마다 평가 등급과 점수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컨센서스 산출을 위해서는 점수와 등급의 표준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국내외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공시정보를 바탕으로 환경(E)부문 공시점수, 사회(S)부문 공시점수, 지배구조(G)부문 공시점수, ESG 공시점수를 각각 산출하고 있으며, 공시점수는 최소 0.1점에서 최대 100점까지 부여된다. 반면 모닝스타 산하에 있는 서스테널리스틱스(Sustainalytics)는 ESG 항목들을 리스크 요인으로 평가해 환경, 사회,지배구조 부문을 0~20점, ESG 공시점수는 이 요인들의 합으로 계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ESG 투자에 대한 성과를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단정짓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세계적으로 비재무적 요인을 측정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국가들이 대다수이고 평가기관들의 평가방법론도 정착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국내에선 ESG투자가 시작단계에 있어 효과를 언급하기에는 이르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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