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큰 별' '1등 정신' '삼성그룹을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시킨 거목' '한국 기업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자본시장 발전의 선구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평가다. 유족이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외부 조문·조화를 사양한다고 밝혔으나 정·재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질타가 이어진다.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 '노조 불인정' '불투명한 지배구조' '정경 유착' '모든 것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고 공과 과가 존재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 이순간 선친 이건희 회장에 대한 칭송과 함께 부정적인 평가를 같이 접하고 있다. 조문객들을 맞이하는 이 부회장의 뇌리에는 이건희 회장이 아버지로서 가족들과 같이 한 추억과 함께 그동안 지켜봤던 회사 경영상 중요 결정 순간 등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장례를 치른 후에도 당장 그의 앞에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국정농단 관련 재판, 지배구조 개편, 상속세 처리 등 여러 큰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업체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고, 반도체 지형도도 급변하고 있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선언한 뉴 삼성을 통해 위기 극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힘들 때 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베트남 출장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떠한 큰 변화가 닥치더라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키워드인 인재경영도 지속할 전망이다. 위기 극복의 최우선 과제가 핵심 인재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그가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되면 혁신안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유망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통큰 베팅도 할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공식적으로 자신의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4세 경영 종식'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훌륭한 인재가 나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하는 게 내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1980년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집무실에서 당시 이건희 부회장과 함께 서예 연습을 하며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5월6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KBS뉴스 화면 캡처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1980년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집무실에서 당시 이건희 부회장과 함께 서예 연습을 하며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5월6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KBS뉴스 화면 캡처

그는 누구보다도 삼성에 대해 잘안다. 아버지 형제간 싸움도 지켜봤다. 정치권과의 연결이 일을 수월하게 하면서도 나중에는 '독'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체험했다.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는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쓴 서예작품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뜻)'가 걸려 있다. 이병철 회장은 이 글귀를 무척 좋아해, 이 글귀를 쓴 170점 이상의 작품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자신의 집무실로 사용한 승지원에 부친이 쓴 이 작품을 걸어 놓고 늘 가까이했다. 

이 부회장은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그룹의 5대 후계자인 발렌베리 회장과 15년 이상 알고 지내면서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가문이 중심이 된 발렌베리 재단이 전문경영인을 선정하는데 관여하고 경영권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기업들은 전문 경영인들을 두고 운영하고 세세한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삼성이 스웨덴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발렌베리그룹의 기업 운영 방식 등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연봉은'0'이다. 그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무보수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공수래공수거가 무슨 뜻인지, 어떻게 해야 그늘을 걷어낼 수 있는지, 왜 사람이 중요한지, 소유와 경영분리가 왜 필요한지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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