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서버' 설치비용 부담, 넷플릭스와 통신사 사이 중재안이 될 수 있을까

 지난 글에서 인터넷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를 간략하게 설명하며 Tier-2 ISP는 Tier-1 ISP에게 사용 요금을 지불하고 Tier-1 ISP 들의 인터넷 망에 접속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ISP 외부로 나가는 트래픽의 경우 필연적으로 이동 경로가 길어지며 응답 시간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통신이 빛의 속도로 이루어진다는 뜻은 1초에 지구를 7바퀴 돌 수 있다는 뜻이면서도, 1/7초 내에 지구 1바퀴를 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빛의 속도로 통신이 이루어지더라도 물리적 한계는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이동 경로를 줄일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 자체 제작 드라마 킹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좀비물이라는 신선한 주제를 채택하여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 자체 제작 드라마 킹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좀비물이라는 신선한 주제를 채택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서 ISP는 ‘캐시 서버’라는 해결책을 도입했다. 다시 넷플릭스의 예를 들어보자. 국내에서 100명의 사용자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시청하기 위해 접속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킹덤 영상을 가져오기 위해 사용자의 트래픽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도달하여 넷플릭스 서버에 킹덤 영상을 요청하고, 넷플릭스 서버는 킹덤 영상을 태평양 반대편에 있는 사용자에게 전송한다. 100명이 킹덤을 시청하기 때문에 이 과정은 100번 발생한다.

 얼핏 보기엔 정상적인 과정이지만 100번의 통신 모두 동일한 킹덤 영상을 가져올 것이다. 여기서 “동일한 영상이면 100번 가져오지 말고 한 번만 가져와서 국내에서 재분배 하면 되지 않나요?”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복제하지 못하는 유형의 물건이 아니라 복제가 가능한 무형의 데이터인데 비효율적으로 태평양을 100번 건너는 대신 대표로 한 번만 건너오고, 그 내용물을 복제하여 99명에게 재분배 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캐시 서버 설치 전/후 트래픽 이동 비교
캐시 서버 설치 전(왼쪽),  캐시 서버 설치 후(오른쪽)

 캐시 서버는 ‘재분배’의 역할을 담당한다. 사용자가 넷플릭스에서 킹덤 영상을 재생할 때 실제로는 넷플릭스 서버에 직접 킹덤 영상을 요청하지 않고 국내 ISP가 설치한 캐시 서버에 킹덤 영상을 요청한다. 캐시 서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확인한 후 킹덤 영상이 이미 있으면 사용자에게 영상을 전송하고, 아직 없으면 미국에 있는 넷플릭스 서버에서 킹덤 영상을 가져온 후 이를 사용자에게 전송한다. 한 번 킹덤 영상을 가져왔기 때문에 다음 사용자가 킹덤 영상을 요청할 때에는 다시 태평양을 건널 필요가 없어진다. 이것이 캐시 서버의 핵심이다.

 캐시 서버를 설명하기 위해 넷플릭스를 예시로 들었지만 이는 모든 해외 CP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이와 같이 캐시 서버를 이용하면 트래픽이 이동하는 물리적 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ISP는 사용자에게 더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서버와 주고받는 트래픽이 줄어들면 부하 역시 감소하여 다른 해외 서비스를 더 빠른 속도로 제공할 수 있다. 한산한 고속도로에서 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해외 ISP의 인터넷 망 접속 빈도 역시 줄어들기 때문에 접속 요금도 줄어들게 된다.

 캐시 서버 설치로 ISP 뿐만 아니라 CP에게도 이점이 생긴다. 넷플릭스의 경우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음에도 한국에 설치된 캐시 서버 덕분에 트래픽이 이동하는 물리적 거리가 줄어들어 한국에 자체 서버를 두고 있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덕분에 사용자는 보다 빠른 속도로 넷플릭스를 감상할 수 있고, 이는 제공하는 서비스 퀄리티의 향상으로 이어져 보다 많은 사용자를 상대로 손쉽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여기서 캐시 서버는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닌 선택 조건임을 상기해보자. ISP는 캐시 서버가 없어도 기본적인 인터넷 서비스 제공에 지장이 생기지 않으며 단지 더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보조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해외 CP는 캐시 서버가 없다면 해당 지역에 직접 서버를 설치하지 않는 이상 정상적인 서비스가 힘들어진다. 일례로 과거 유튜브를 위한 전용 캐시 서버가 국내에 존재하지 않던 시기에는 국내에서 정상적인 속도로 유튜브를 감상할 수 없었으나 국내 ISP가 유튜브를 위한 캐시 서버를 구축, 운영하면서 지금과 같이 정상적인 속도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이와 같이 캐시서버 설치로 ISP 뿐만 아니라 CP 역시 큰 이득을 취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넷플릭스에게 무리하게 망 사용료를 청구하기보다 캐시서버 설치 및 운영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보다 이치에 맞는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와 콘텐츠 제휴를 맺으며 캐시서버를 제공한 바 있다. 이 제휴에서 넷플릭스측이 캐시서버 설치 및 운영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사례처럼 캐시서버 설치 외에 운영과정에서도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고 분담해야 한다면 어느 정도를 분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콘텐츠의 생산 및 공급자가 넷플릭스라는 점에서 캐시서버 설치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운영 비용을 넷플릭스측이 더 내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캐시 서버 설치로 더 큰 이득을 보는 쪽이 넷플릭스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망 사용료에 대한 포괄적인 사용료 지급보다는 캐시서비 설치 및 운영에 따른 비용문제로 한정을 하고 설치 및 운영에 따른 비용 분담 폭을 논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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