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회복세는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의 코로나19 재확산에도 GDP의 7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점진적 경제활동 정상화, 정부정책 효과에 따른 소득 보전 등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회복세가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따른 것으로, 재정지출 효과가 10월들어 약화되고 있는데다 코로나 재확산시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의 소득 이전 정책으로 민간소비가 큰 폭으로 반등했다. 지출 항목별로 살펴보면 개인소비 지출(PCE)의 큰 폭 반등이 분기 성장을 이끌었다.
정부의 소득 이전 정책으로 민간소비가 큰 폭으로 반등했다. 지출 항목별로 살펴보면 개인소비 지출(PCE)의 큰 폭 반등이 분기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자료=신한금융투자

◆ 미국 3분기 GDP 증가율 33.1% ‘역대 최대폭’…경제 회복 신호탄?

미국 상무부는 미국 GDP 성장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분기에 연율 기준으로 -31.4%로 폭락했다가 3분기에 33.1%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1947년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기대치인 31%를 웃돌았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32.0% 증가보다도 양호했다. 지난 2분기에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 등 경제 제재가 이어지며 -31.4%를 기록해 73년 만에 최악의 기록을 세웠다.

민간소비는 40.7% 급증했으며 고정자산투자는 28.5% 늘었다. 최근 5분기 간 재고 조정에 재고 성장기여도는 +6.62%p 기록했다. 순수출 성장기여도는 수출 보다 수입 회복이 더 빠른 까닭에 5분기 만에 마이너스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같은 GDP 증가의 상당 부분은 3조달러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또 기업의 수출 회복과 내수 소비 증가, 부동산 투자 등이 GDP 상승에 기여했다.

민간소비 회복은 재화와 서비스 모두에서 나타났다. 2분기 소비 급감 기저효과로 서비스(+38.4%)와 비내구재(+28.8%)가 반등했다. 특히 경제봉쇄 조치 기간에도 타격이 제한됐던 내구재(+82.2%)는 증가세가 대폭 확대됐다. 고정자산투자는 주거용주거용(+59.3%)과 비주거용(+20.3%) 모두 회복됐다. 재화 중심 소비 회복에 장비투자가 작년 4분기 수준에 도달했다. 다만, 저유가 영향에 구조물 감소세가 지속돼 비주거용 투자 증가를 제한했다. 대외 수요 회복에 수출(+59.7%)이 급증했으나 수입 증가 폭(+91.1%)이 더 커 순수출 성장기여도는 -3.09%p를 기록했다. 

민간소비 반등으로 V자에 가깝게 회복했으나 향후 서비스 소비 회복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자료=DB투자증권
민간소비 반등으로 V자에 가깝게 회복했으나 향후 서비스 소비 회복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자료=DB투자증권

◆ V자 반등 배경 

우선 다른 국가들 대비 압도적으로 경기부양이 컸고 2009년과 달리 재정투입이 신속하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7~8월 미국 총통화(M2) 증가율은 전년대비 23.2%로 미국 제외 글로벌 M2 증가율(11.1%)보다 두 배 이상 크다.  2009년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양적완화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은행예금과 대출이 뚜렷하게 늘지 않았다. 
지금은 정부의 대규모 이전지출로 가계의 예금이 늘어났다. 

또 7~8월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재차 급증할 때는 3~4월과 달리 사람들의 이동이 줄지 않았다. 이에 따라 주간 단위 GDP 성장률 궤적에서 미국-유럽의 격차가 10월 들어 커졌다. 유럽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가 다소 심각하게 작용하는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7~8월 미국 총통화(M2) 증가율이 전년 대비 23.2%로 크게 늘었다. 정부의 대규모 이전지출로 가계의 예금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NH투자증권
7~8월 미국 총통화(M2) 증가율이 전년 대비 23.2%로 크게 늘었다. 정부의 대규모 이전지출로 가계의 예금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NH투자증권

 

자료=DB금융투자

 

◆ 보건·경제 위기 여전…지원금도 고갈 상태

그러나 올해 미국 성장률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한 1분기에 -5.0%로 6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2분기에는 -31.4%로 73년 만에 최악 기록을 세웠던 만큼 아직 코로나19에서 완전하게 회복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3분기 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2.9% 하락했다.

CNBC는 "3분기 경제성장률은 매우 훌륭했지만 미국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한 보건·경제 위기에 아직도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던 지난 3~4월 사라진 2200만개의 절반인 1100만여개의 일자리가 아직도 회복되고 있지 않으며 실업률도 7.9%에 달한다. 실업자와 기업에 대한 지원금이 대부분 고갈됐으며 지난 9월에는 지출이 줄어들면서 경기 회복세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임시 실업자 중심의 고용시장 개선과 대외 수요 정상화에 경기 회복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속도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전염병 피해 확대로 국지적인 경제 재봉쇄가 거론되고 있다. 또 3분기 소득 하단을 지지했던 정부 소득 보전책은 5차 경기부양책 협상이 교착 상태에 놓이면서 더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 4분기 경제 둔화 가능성…추가 부양책 나오나

신한금융투자 하건형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지급되는 추가 300달러 실업급여 조차도 11월말~12월초에 재원 소진으로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며 "4분기에는 전기 대비 한 자릿수 초중반 성장해 연간 3% 중반의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DB금융투자 박성우 연구원은 "그동안 가계가 대규모로 누적한 저축 덕분에 소비 여력은 아직 충분히 남아있다"면서도 "하지만 민간소비 중 상품과 서비스 간 회복의 차별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전체 GDP 민간소비 비중 70% 중 상품이 27%, 서비스가 43%인 만큼 향후 서비스 소비의 회복이 중요하다"며 "다만 서비스 소비는 바이러스 진행 상황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회복 속도는 느리고 불확실하게 전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경기 부양효과가 약화되고 있어 추가 부양책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H투자증권 안기태 연구원은 "재정지출 효과는 10월 들어 약화되고 있으며 대선 이후 추가 부양책이 시행될지 여부를 아직 알 수 없다"며 "단기적으로 모멘텀 둔화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KB증권 김두언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3분기 V자 반등 이후 4분기 일시적 역성장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12월 FOMC에서 미 연준의 보다 강화된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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