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현자(賢者) 양여사께서 이모님 장례식장에 다녀 오신 후 "사람목숨이란 게 바람에 날라 가는 낙엽같더구나, 정말 한 순간에 가는 구나"하시며 이모님의 큰 아들이 효자라고 얘기하셨다.

얘기인 즉 동생들까지 모두 보살피며 지금처럼 살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하는데 큰 희생과 노력을 했다고 한다.

듣고 있던 50대 장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50대: 양여사~내가 엄마라면 나는 그런 아들자리에 절대 내 딸 안보냅니다.

70대: (화들짝 놀라시며) 아니, 대체 무슨 얘기냐? 그렇게 동생들 위해 아버지 유언대로 잘 보살피고 혼자 남은 어머니도 경제적으로 잘 보살폈으니 복 받아 애들고 잘 크고 그런거 아니니?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50대: 어머니, 그 큰 오빠가 얼마나 힘들지는 생각안해 봤어요? 그걸 옆에서 지켜 보며 지금까지 생활해 온 배우자는 어떤 기분일까요? 실제 큰 오빠가 작년에 어머니 아들인 내 동생한테 "너는 그렇게 살지 말아라, 너무 힘들다. 너는 네 인생도 즐기며 살아라"라고 했다는데. 모르셨죠? 부모들은 그 착한 자식, 효도하는 자식이 뭐가 힘든지 들여다 보고 얘기나눌 생각은 왜 안하는지, 진짜 이해가 안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장남, 장녀로 태어난다는 건 권한은 없고 의무만 있는거 같아 예전엔 몰랐는데 요즘엔 문득 문득 지치고 일방적인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있는 자식이 없는 자식 도와 주는 건 당연하다." 세상에 이런 말이 어딨어요?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그 결과를 만든건데. 왜 도와주는 건 당연한거고 안도와 주면 "더 배운 네가, 더 잘 사는 네가 그러면 안된다"하면서 사람마음 불편하게 하고 특히 오랜 세월 허황을 꿈꾸며 세상 기준에서 불성실하게 행동하는 자식은 욕하면서도 왜 그리도 안스러워 하고 전전긍긍하시며 생활비도 주는지. 돈과 살핌은 '처지는' 자식에게, 걱정과 도움은 왜 항상 '착한' 자식들에게 나누시는지. 

70대: 아니, 그럼 어떻하니? 우리는 그렇게 교육받았고 지금도 사람이라면 그게 맞지 않니?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지간에 우애있게 지내야지. 그럼 나몰라라 해야겠니? 

50대: 아, 좋죠. 그렇게 가족끼리 서로 잘 지내면. 누군들 그렇게 살고 싶지 않겠어요. 그럴려면 서로 서로가 자신이 해야 할 도리를 하면서 어느 한쪽에 부담되지 않게 배려도 하고 그래야 공평한거 아니예요? 그리고 부모님은 사령관처럼 보이지 않게 안배하며 이끌어 주셔야 되는거 아닌가요? 착한 자식은 늙도록 일하고 돈 벌어 무슨 일 생기면 해결사 노릇해야 되나요?  효자, 효녀도 결국 부모님이 어떻게 하시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전 제 자식에게 그런 부담주지 않으려고 계획하에 노후 준비하고 있어요. 제 대에서 끊어야 가뜩이나 힘든 애들한테 도움되는 거 같아서요.

한 동안 50대 장녀와 70대 어머니의 설전이 진행되는데 20대 딸이 지나가며 한 마디 한다.

20대: 한번 뿐인 인생인데 왜 그런 걸로 엄마랑 할머니는 말싸움하고 있어. 귀한 시간가잖아. 현재를 즐기세요. 두 분! 나도 그렇고 내 또래들이 부모님들처럼 많은 월급받으며 좋은 직장 다닌다는 보장도 없는데 누가 누굴 모시고 누굴 도와줘요? 그런 내 인생은 누가 책임져 주는데요? 서로에게 강요어린 의무 부여하지 말고 좀 쿨하게 떨어져서, 부담스럽지 않게 거리 유지하며 살면 좋을거 같은데...가족끼리 뭐 그렇게 해야되는게 많은데요?

"계속 지루하게 다람쥐 쳇바퀴 토크하소서, 소녀 이만 나가옵니다."하며 총총 사라졌다.  그리고 50대와 70대는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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